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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부터 출근·주36시간도 충분"…'꿈의 직장' 어디?

IT스타트업, 52시간 뛰어넘어 '주 4일' 근무 도전
시간보다 '효율'이 중요…"습관적 야근 개선해야"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1-06-24 06:38 송고 | 2021-06-24 08:26 최종수정
2021.6.14 / 뉴스1
2021.6.14 / 뉴스1

"주 52시간 가능하냐고요? 주 36시간도 충분합니다"

조 대표의 말끝은 어설프지 않았다. 오히려 깨지지 않을 '확신'이 느껴졌다.
7월 5~4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앞두고 '계도기간을 달라'는 각계의 호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게임·IT 스타트업의 경우 이미 주 52시간 준비를 끝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근무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여 '주 4일 근무'를 시행 중인 곳도 있었다. 그야말로 '노동 개혁', '꿈의 직장'이다.

5인 규모의 신생 게임사 '엔돌핀 커넥트'를 운영하는 조용래 대표는 주 52시간제에 대한 우려를 묻자 "이미 주 4일 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9시간씩 주 36시간만 일한다는 말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얼마나 일햐느냐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과거 대형게임사에 다니며 '크런치 모드'에 돌입해 주 100시간씩 일해본 경험도 있다"며 "이를 통해 느낀 건 '낭비'하는 시간이 절반에 가깝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업계에서 신작 출시를 앞두고 수면·휴식·위생 등 개인 생활을 모두 포기하는 연장 근무를 의미한다. 조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며 '직원들의 시간 낭비를 줄이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낭비 시간을 줄이고, 여가를 보장하는 게 '개발력'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이 일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면 한국에선 망하는 게임이 없어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밤낮없이 일할 때에는 뉴스를 볼 시간도 없었다.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데도 대중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건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많이 일해서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이젠 정말 효율적으로 일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자의 입장에서 주 4일제를 시행하며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며 "신생 스타트업인데도 대기업급 실력의 지원자가 늘어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용래 엔돌핀커넥트 대표. 2021.06.17 / © 뉴스1
조용래 엔돌핀커넥트 대표. 2021.06.17 / © 뉴스1

조 대표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실제 게임·IT 업계에는 주 52시간에서 한걸음 나아가 '주 4일 근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게임사 '카카오게임즈'부터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 독서 플랫폼 스타트업 '밀리의서재' 등의 기업이 주 4일 근무를 도입했다. 물론 IT업계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자 인력 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방점은 효율의 극대화에 찍혀 있다. 적게 일하고 똑같이 버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독서 플랫폼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멀시즌(Normal Season) △버닝시즌(Burning Season) △브레이크시즌(Brake Season) 총 3가지 업무 방식을 도입했다.

노멀시즌은 일반적인 업무 형태로 주 40시간을 일하는 방식이다. 버닝시즌은 플랫폼 개편 또는 CF 준비처럼, 가장 바쁜 시기에 전 직원이 집중하는 시기로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연장 근무를 허용한다. 마지막 브레이크시즌은 바쁘게 달려온 시기를 지나 재충전하는 시기로 주 38시간 수준에서 근무하며, 매주 수요일은 휴무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직원들이 집중하는 기간과 재충전하는 기간을 나눠서 운영해보니 실제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며 "습관적인 야근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게 50시간에 근접하게 근무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회사와 직원이 왜 오랜 시간을 근무했는지, 어떻게 하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절차를 갖는다"며 "직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절차가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다"고 설명했다.

© News1 안은나 기자
© News1 안은나 기자

물론 '지식산업'이라 불리는 게임·IT업계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부 IT기업을 넘어 다른 산업까지 확산돼야 할 문화라고 제언했다.

문 교수는 "야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 자체가 전통적인 사고에 머무른 것이라 생각한다"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근무시간은 줄이는 선진국의 노동 방식을 따라가는 일은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업 등의 분야도 언제까지 '3D'업이라는 오명에 갇혀있을 순 없다"며 "당장 힘들겠지만 52시간 근무제를 정착시키고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등을 적극 활용해 점차 업무시간을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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