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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비난에 한미워킹그룹 폐지 화답…문정부 北대화 '올인'

전문가 "北대화 만능주의 우려…'대화 재개=관계 복원' 아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21-06-23 07:00 송고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거세게 비난한 남북 협력사안 협의채널인 한미 워킹그룹이 출범 2년7개월여 만에 폐지됐다. 이를 두고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대북 대화 재개에 '올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을 한미 워킹그룹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담화에서 "북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에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 일각에서는 '한미 워킹그룹 무용론'를 제기하며 남북 간 협력 사안을 추진함에 있어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정부에서도 한미 워킹그룹의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7월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사실상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지난 2018년 11월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은 '비핵화 정책' 조율과 남북 간 협력 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를 조율하기 위한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지나치게 '대북제재 위반 잣대'를 적용한다는 일각의 우려와 미국과의 '불협화음'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협의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19년 1월 북한에 지원할 타미플루를 싣고 가는 화물 차량이 대북제재에 저촉될지 여부를 따지다 지원이 무산된 바 있는데 이는 한미 워킹그룹 '역기능'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또한 2019년 2월 '결렬'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후폭풍으로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미 워킹그룹이 '개점휴업' 상태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이번 한미 워킹그룹 폐지 결정과 관련해 "한미 워킹그룹은 곧 제재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의제를 넓혀 포괄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또한 '한미 워킹그룹 종료 결정은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배려 차원인가'라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는 "당연히 북한에게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련의 발언은 이번 한미 워킹그룹 종료 배경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한 정부의 기대감이 묻어나는 부분이라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도 굳이 '잡음'이 나오고 있는 한미 워킹그룹을 유지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지우기'에 매진하고 있는 정치적인 이유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해 5월 국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시한 이후, 국내에서는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이 만들어진 선례와 이번 한미 워킹그룹 종료 결정이 '묘하게 교차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 워킹그룹은 우리가 원해서 추진된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김 부부장이 비난한 대상이기도 하다"며 "지금 정부는 북한이 싫다고 하는 걸 가급적 안하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우려되는 것은 대북 대화 만능주의"라며 "남북 간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이 반드시 남북관계 복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 차관에 따르면 한미 워킹그룹 종료에 대한 정부의 대안은 한미 외교 당국의 국장급이 참여하는 가칭 '국장급 정책대화'가 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우리의 평화외교기획단장이나 북핵외교기획단장이 미국의 대북특별부대표와 만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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