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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워킹그룹, 2년여만에 역사속으로…美트럼프 독주에 걸림돌 추락

최종건 "워킹그룹 종료, 당연히 북한에게 시그널 될 것"
전문가 "한미간 '효율성' 우려…北한테도 핵심변수 아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21-06-22 13:41 송고 | 2021-06-22 18:30 최종수정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협력사안 협의 채널인 한미워킹그룹이 출범 2년7개월여 만에 폐지됐다. 

한미 워킹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대북정책 발표를 두고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9년 11월에 출범했다. 당시 북미간 분위기는 좋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독주가 문제였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발언은 한국과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간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미는 워킹그룹을 통해 2018년 남북 화해 국면에 발맞춰 추진된 남북 철도 연결, 남북 수로 공동조사, 유해 공동발굴 등 다양한 협력 사안을 진행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는 대북제재를 감안해 '대북제재 예외'를 논의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물론이고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촘촘하다"며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우리가 유엔과 미국 국무부, 재무부 등을 직접 거치는 것보다 훨씬 더 속도감 있게 대북제재 예외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실제 미국 측 카운터파트가 남북 협력 사안에 대해 (대북제재 관련) 문서를 확인하면서 답을 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사실상의 '원스톱 서비스'였던 것.

한미 워킹그룹은 우리 외교부에서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는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회의를 이끌어 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출범 목적과는 다르게 '마찰음'이 발생해 왔다.

특히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한미워킹그룹은 우리 대북협력 진행에 있어 걸림돌이 됐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남북 협력 사안에 속도를 높이려 하면 미국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제동을 건다는 지적도 내놨다.

지난 2019년 1월 북한에 지원할 타미플루를 싣고 가는 화물 차량이 대북제재에 저촉될지 여부를 따지다 지원이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또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지난해 1월 개별관광 등 우리 정부의 독자적 남북협력 추진 구상을 두고 "한미 워킹그룹을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러한 관측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주의는 고무적"이라면서도 "낙관론을 행동에 옮길 때는 미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그간 '한미 워킹그룹은 친미 사대주의 올가미'라며 반발해왔다는 점도 일각의 '한미 워킹그룹 해제' 주장에 근거로 활용돼 왔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담화를 통해 한미 워킹그룹을 남북관계 '붕괴'의 요소로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정부 내에서 '한미 워킹그룹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이후 한미 워킹그룹의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전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미 워킹그룹 종료 결정은 북한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다는 관측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한미 워킹그룹 종료 결정은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배려 차원인가'라고 묻자 "당연히 북한에게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미 워킹그룹 종료 결정에 따른 대안은 한미 외교 당국의 국장급이 참여하는 '국장급 정책대화'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차관급에서 국장급으로 격이 낮아진 것인데, 한미 양국은 이날 임갑수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정 박 미 대북특별부대표를 내세워 한미 워킹그룹 폐지 이후 남북협력 사안을 어떻게 조율할지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 워킹그룹 종료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또한 북한의 '호응'을 기대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을 가지고 북한이 일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핵심은 한미 워킹그룹이 (북한에게) 큰 관심 사안 또는 핵심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간 한미 워킹그룹이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서만 까다롭게 군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효율성 측면에서 그렇지 않다"며 "또한 워킹그룹 종료로 한미간 실시간 비핵화 협의 등이 진행되는 게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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