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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파" 간호사 등짝 만졌다 성추행범 몰린 男 '2년의 전쟁'

法 "성적 수치심 일으키는 민감 부위 아냐" 무죄 판결
피해자 항소신청도 기각…당사자 "씁쓸한 경험" 심경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21-06-15 16:41 송고 | 2021-06-15 16:52 최종수정
응급실에서 간호사 성추행 혐의로 벌금을 구형받았던 남성이 2년여간의 법정 싸움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 News1 DB

응급실에서 간호사 성추행 혐의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던 남성이 2년여간의 법정 싸움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성범죄자 됐다가 무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과거 2차례 기흉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다 응급실에 방문했다. 만취해 정확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던 A씨는 며칠 후 경찰로부터 성추행으로 신고당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기흉으로 병원을 갔고, 만약 만진 거라면 아픈 부위를 가리키려고 접촉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간호사의 입장은 달랐다. 간호사 B씨는 "환자를 등진 상태였는데 어디가 아프냐고 묻자, A씨가 우측 위 옆구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여기가 아프다'고 말했다"며 "A씨 한 번 더 만지려는 제스쳐를 취했다"고 진술서에 적었다. 이어 "놀란 마음에 A씨의 손을 잡아 뿌리쳤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큰 수치심을 느꼈고 화가 났다"며 A씨의 처벌을 촉구했다.

이 같은 진술로 A씨는 다른 조사 없이 벌금 3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정식 재판을 청구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판결문에는 CCTV 확인 결과 A씨가 손가락 하나로 B씨의 우측 등 부위를 가리키다가 1회 접촉한 장면만 나오고, 손바닥 전체로 B씨를 쓰다듬은 장면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명시됐다. 또한 재판부는 접촉한 신체 부위는 A씨가 통증을 느꼈던 부위와 일치하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민감한 부분이 아니란 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B씨와 검찰은 재판 결과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라며 항소했다. 검찰은 "내용은 피해자 법정 진술이 CCTV 영상과 추행 행위에 대해 일부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린 것인지 손날 부분으로 쓸어내린 것인지 등에 관한 것으로 전체 공소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극히 일부분에 대한 미세한 차이"라고 항소 이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항소심이 이를 기각, A씨는 최종 혐의를 벗게 됐다. 그는 "확정증명서도 받아 재판은 모두 끝났다. 2년 가까이 마음을 졸이며 살았다"면서 "만약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300만원을 내고 성범죄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건 형사 비용 보상 안내문 하나다. 변호사 비용 일부는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수차례 법원 왔다 갔다 하며 시간과 돈을 썼는데 일부만 보상해준다더라. 무죄는 받았지만 남는 게 없다. 씁쓸하다"며 심경을 전했다.

이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A씨를 응원하는 동시에 "간호사가 오죽했으면 신고했겠냐. 위로받을 일 아니다", "왜 술 마시고 간호사 몸을 찔렀냐" 등 그의 행동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추가 글을 통해 간호사 몸을 가리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간호사는 왼쪽에 있었고, 나는 오른쪽 등이 아팠다. 그래서 간호사 오른쪽 등을 짚는 게 더 편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솔직히 진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피해자 진술이나 CCTV 사진을 보니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A씨는 "등은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니라고 생각할뿐더러, 환자 대 의료진 입장에서는 만질 수 있는 부위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안 된다는 거 알겠다"면서 "나도 잘한 거 없다. 술 적당히 마시겠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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