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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학생에게 '○○씨' '○○님'…존칭사용 어떻게 보시나요

전교조 '어린사람은 아랫사람 아니다' 캠페인 참여
과거 서울교육청도 '○○쌤' '○○프로' 호칭 논란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2021-06-15 13:54 송고
지난 2일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2일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교원단체가 공식석상에서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부를 때는 '○○씨'나 '○○님' 같은 존칭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교육계에서 학생 '호칭'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최근 6월 성평등 실천 캠페인으로 '어린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를 진행 중이다. 어린이나 청소년 등 나이 어린 사람을 하대하지 말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시작한 캠페인을 전교조에서 이어받았다.

캠페인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이 어린 사람을 부를 때는 '○○씨'나 '○○님' 같은 존칭을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친한 사이가 아닌 어린 사람에게는 '○○친구'라고 부르지 말고 정중하게 대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어린이나 청소년 신체나 물건 등을 함부로 손대지 말고 존중하기'와 '어린이나 청소년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거나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대화·평가 등을 나누지 않기'도 권고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이 어린 사람을 '○○씨'나 '○○님'으로 부르자는 제안을 두고 교육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실에서도 학생들에게 '○○씨'나 '○○님'으로 불러야 하냐는 지적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을 만약 '○○씨'라고 부른다면 서로 어색해질 것 같다"며 "오히려 학생이 '선생님 저한테 왜 그러세요'라고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청소년을 하대하지 말자는 큰 뜻은 동의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어린이한테 '○○씨'라고 하는 건 너무 앞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호칭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학교에서 일부 교사가 학생을 하대하듯이 부르거나 지시하는 경우도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교사 가운데는 수업시간에 학생에게 '○○씨'나 '○○님' 등 존칭을 사용하는 교사도 있다. "호칭에 따라 관계 규정이 달라질 수 있어 호칭이 교육적으로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에서다.

전교조는 해당 캠페인이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에게 '○○씨'나 '○○님'으로 부를 것을 권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기성세대가 어린이나 학생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문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학교 밖 토론회나 교육청 주관 행사 같은 공식적 자리에서도 학생이나 청소년을 아랫사람으로 보는 호칭이 많이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공식석상에서는 어린이나 청소년도 성인과 동일하게 불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나이나 위계에 따라 어떤 사람이 차별받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이나 청소년이 평등한 대우를 받았다면 캠페인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이전에도 호칭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9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수평적 호칭제'를 시행하려다 반발로 보류된 적이 있었다.

수평적 호칭제는 내부 구성원 간 호칭을 직함이나 선생님 대신 '○○님'이나'○○쌤'으로 바꿔 부르는 것을 말한다. '○○프로'라는 호칭도 거론되면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조 프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는 당시 홍종학 민주당 의원이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를 수 없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 교원단체 반발을 산 바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학생과 교사 간 관계를 제도 등으로 강제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호칭 문제도 전체 교육계 내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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