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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가 버린 훔볼트펭귄 키운 아쿠아리스트 "내 새끼니 살려야죠"

[펫피플]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최은지 인턴기자 | 2021-06-14 16:14 송고


"펭귄, 바다사자는 제 자식과도 같아요. 보고 있으면 힘든 것도 다 잊어버리거든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근무하는 아쿠아리스트 장윤지씨(31). 40여마리 훔볼트펭귄을 비롯해 바다사자, 수달 등 해양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는 장씨는 펭귄과 바다사자를 '가족'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만난 장씨는 인터뷰 내내 해양동물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작은발톱수달, 펭귄 번식 경험을 다수 가진 그는 야생동물들의 엄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훔볼트펭귄 습성을 기록 중인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 뉴스1
훔볼트펭귄 습성을 기록 중인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 뉴스1

◇ '8년차 베테랑' 자연에서 살기 어려운 동물 돌봐

장씨는 보호종인 훔볼트펭귄 새끼들이 알에서 무사히 부화해 잘 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훔볼트펭귄의 경우 한번에 알을 2개만 낳는다. 알 하나를 낳은 뒤 2~3일 후에 또 알을 낳는다.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며 40일 정도 알을 품는데 야생에서는 2개가 다 부화하기가 어렵다.
그는 "아무래도 야생에서는 먹이 경쟁도 해야 하고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알 2개가 다 부화하기 힘들다. 부화에 성공해도 부모 펭귄이 두 마리 중에 더 강한 새끼에게만 밥을 준다. 결국 약한 개체는 도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펭귄 중에는 자기가 낳은 알과 돌을 구별 못하고 알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어미가 버린 새끼를 살리기 위해 논문도 찾아보고 공부를 한다. 아쿠아리움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니까 어미가 새끼를 키우는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인공 포육을 한다"고 밝혔다.

장씨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펭귄들이 밤새 잘 잤는지 사고는 없었는지 관찰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훔볼트펭귄은 흔히 생각하는 남극 펭귄이 아니다. 4계절이 있는 남아메리카에 산다. 이런 환경에 맞춰 펭귄들이 먹을 먹이를 준비하고 보금자리인 둥지 청소부터 아기 펭귄 이유식 만들기를 한다.

휴대전화 속에 담긴 펭귄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 뉴스1 최서윤 기자
휴대전화 속에 담긴 펭귄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 뉴스1 최서윤 기자

이 뿐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볼 일을 보는 펭귄 집 청소, 펭귄 담요 빨래, 2시간에 한번씩 펭귄 이유식 먹이기 등은 그의 몫이다.

그는 "아기처럼 쉴 틈 없이 안아주고 배고프다고 보채는 펭귄들 때문에 꼼짝달싹 못할 때도 많다"며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기 펭귄을 무릎에 앉히고 사육일지와 보고서를 적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펭귄은 날 때부터 수영을 잘 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어미가 버린 펭귄이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아쿠아리스트의 역할 중 하나다. 40여마리 펭귄들의 이름과 특성도 다 외워가면서 돌본다.

그는 "펭귄이 태어나자마자 혼자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며 "아기 솜털 상태에서 물에 빠지면 죽는다. 깃털이 솜털에서 방수 깃털로 털갈이할 때를 기다려야 하고 잠수 능력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씨가 최근 가장 애정을 쏟고 있는 펭귄은 '코펭'이다. 한 관람객이 '코로나를 물리치는 펭귄'이라는 의미로 지어줬다. 인공 포육한 코펭이는 출근한 장씨를 보면 제일 먼저 달려와 안긴다고.

그는 "펭귄들에게 양미리 이유식을 줄 때는 어미가 부리로 먹이를 주는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줘야 된다"며 "손가락을 부리 모양과 비슷하게 브이자를 만들어서 입 안에 먹이를 넣어주는데 먹을 때 보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훔볼트펭귄의 새끼를 안고 있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 뉴스1
훔볼트펭귄의 새끼를 안고 있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 뉴스1

◇ "동물복지 인식 높아지며 재미 요소 줄고 더 좋아"

장윤지씨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을 좋아했다. 동물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학교도 동물 관련 학과를 나오고 동물 관련 교육도 이수했다. 해양동물 전문가로 자리잡고 펭귄 외에도 수달과 바다사자, 벨루가, 물개 등을 돌본다.

그는 "아쿠아리스트가 되고 가장 먼저 번식을 시도한 동물은 수달"이라며 "수달은 굉장히 똑똑하다. 사람을 알아보고 새끼를 낳으면 데리고 와서 옷주머니 안에 넣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바다사자에 대한 자랑도 이어갔다. 그는 "바다사자에게도 애착이 있다"며 "바다사자는 맹수지만 어릴 때부터 사회화를 하면 사람과도 친화적이다. 하지만 동물이니까 항상 주의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방역이다. 조류인 펭귄의 경우 조류독감(조류인플루엔자)에 굉장히 예민하다. 이 때문에 수조관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한다. 내실로 들어가려면 소독 발판도 4개 이상 통과해야 하고 담당자만 출입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고 사람까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쿠아리움의 역할도 동물을 가둬 두는 공간이 아닌 자연 상태에 가깝게 두면서 종 보존과 생태 교육을 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장씨는 "요즘 보면 관람객들이 동물을 보는 시선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동물을 재미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태 관찰과 습성 연구, 생명 존중 교육에 관심이 높아졌다. 덕분에 아쿠아리움에서도 동물복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다사자와 교감하고 있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 뉴스1
바다사자와 교감하고 있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 뉴스1

다만 아직까지 관람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은 점차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아이들이 수조관을 두드리거나 호두과자 등을 집어넣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서 플래시를 터트리는 경우가 있다"며 "동물들이 안쪽에서 쉬는 시간도 있는데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큰소리를 내는 행동 등은 자제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은 쉬워 보이기도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귀여운 동물들을 보며 마냥 힐링할 것 같지만 동물의 습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 그는 힘은 들지만 이 직업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의 동물들이 그에게 친구이자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쿠아리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겉으로 보기에는 귀여운 동물들을 만지고 예뻐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보니 힘들 수 있다. 책임감이 강해야 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이니까 24시간 관찰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아쿠아리스트는 단순 호기심만으로 일을 할 수 없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된다"며 "관람객들도 해양동물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고 아쿠아리스트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펭귄 인형을 들고 있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 뉴스1 최서윤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펭귄 인형을 들고 있는 장윤지 아쿠아리스트 © 뉴스1 최서윤 기자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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