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영상으로 읽는 경제] '극한직업' 치킨집 작년에 장사했더라면

외식업 매출 지난해 18.7% 감소…배달 수혜 입은 3대 치킨은 매출 급증
자영업자 소득파악 제때 안이뤄져…"업종·규모·지역별 피해도 천차만별"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2021-06-13 09:00 송고 | 2021-06-13 23:31 최종수정
<극한직업> 포스터. © 뉴스1
<극한직업> 포스터. © 뉴스1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은 낮에는 치킨 장사, 밤에는 잠복 근무를 통해 국내 마약 범죄조직을 쫓는 형사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극 중 마포경찰서 마약반에서 팀을 이끄는 고상기(류승용 분) 반장은 24시간 잠입수사를 위해 2018년 3월26일 범죄조직 아지트 앞의 망해가던 치킨집을 인수한다.
고 반장이 퇴직금까지 털어서 어렵게 창업한 가게의 이름은 '수원왕갈비통닭'. 예상 밖으로 절대미각을 지닌 마봉팔(진선규 분) 형사가 '왕갈비 치킨'을 개발해 내놓으면서 '수원왕갈비통닭'은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다.

이는 팀 서열 2위인 장연수(이하늬 분) 형사의 아래와 같은 푸념에서 왕갈비 통닭이 얼마나 잘 팔렸는지 엿볼 수 있다.

"234만원. 오늘 하루 매출액이야. 과연 내가 오늘 몇 개의 테이블을 세팅하고 치웠을 것 같니?"

가게 하루 매출이 항상 똑같지는 않겠지만 장 형사의 대사를 토대로 한달 매출을 단순히 계산해보면 234만원×30일=7020만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연간 매출은 7020만원×12개월=8억4240만원이다.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치킨 업종의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2018년 기준 2억3500만원이었다. '수원왕갈비통닭'이 여타 평균적인 통닭가게보다 돈을 3.6배나 벌어들인 셈이다.

2019년 평균은 전년 대비 11.9% 증가한 2억6300만원이었다. 고 반장의 '수원왕갈비통닭' 매출이 치킨 업종 평균만큼 늘었다고 가정하면 2019년 기준 매출액은 9억426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고 반장이 '수원왕갈비통닭' 가게를 지난해에 운영했더라면 어땠을까.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년 통계 집계 결과가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원왕갈비통닭'은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수 있다.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대표의원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이 2020년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7%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크게 확산된 지난해 3~4월 매출은 전년 대비 -23.0%, 같은해 11~12월은 -35.1%를 기록했다.

외식업의 평균적인 매출 감소폭(-18.7%)을 '수원왕갈비통닭'에 대입하면 매출액이 2019년 9억4260만원에서 2020년 7억6630만원으로 급감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원왕갈비통닭'이 위치한 서울은 전국에서도 매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서울특별시의 매출 감소폭은 전년 대비 -15.5%에 달했다. 이어 울산광역시(-12.4%), 경상북도(-12.0%), 대구광역시(-11.3%), 충청북도(-11.3%), 부산광역시(-10.9%), 대전광역시(-10.7%), 충청남도(-10.2%)의 순이었다.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영화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영화

물론 외식업에서도 세부 업종이나 각 가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매출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수원왕갈비통닭'이 천편일률적으로 코로나19 타격을 입었을 거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실제 음식배달 시장 성장에 힘입어 국내 3대 치킨업체인 교촌치킨과 bhc, BBQ치킨 매출은 지난해 크게 성장했다. 구체적으로 △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 매출은 2019년 3801억원에서 2020년 4476억원으로 17.8%, △bhc(비에이치씨)는 3186억원에서 4004억원으로 25.7%, △BBQ치킨(제너시스비비큐)은 2464억원에서 3256억원으로 32.1% 급증했다.

'수원왕갈비통닭'이 이들 브랜드 치킨업체와 마찬가지로 '배달 수혜'를 입었다면 매출이 더욱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2020년으로부터 이미 6개월이나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수원왕갈비통닭'의 지난해 매출을 추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소득 파악이 단기간 내에 제때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리 지갑'인 월급쟁이와는 달리 정부가 자영업자의 매출을 파악하는 시기는 매년 5월 종합소득세와 1·7월 부가가치세 신고 때가 전부다. 게다가 종합소득세 신고시 정확한 장부를 작성하지 않고 소득금액을 단순 추정해 신고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이에 소상공인정책포럼은 "2020년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긴 어렵다"며 "업종별, 규모별, 지역별로 차이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맞춤형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상 속 경제 지식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영상으로 읽는 경제]는 매주 일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구독을 원하실 경우 네이버 기사 하단의 '영상으로 읽는 경제 - 연재' → '연재 구독'을 클릭해주세요.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 각종 영상에서 다른 독자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경제 지식이 있다면 이메일(sekim@news1.kr)로 제보 바랍니다.


sekim@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