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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시세보다 2배정도 비싸게…LH의 석연찮은 오피스텔 매입

‘공매 유찰’로 반토막 난 오피스텔 30실, 제값주고 매입 왜?
시행사 부도에 오피스텔 관리는 ‘부실’…실계약 고작 2건

(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2021-06-11 06:01 송고 | 2021-06-11 08:44 최종수정
LH경남본부에서 30호실을 매입한 마산의 한 오피스텔 전경. © 뉴스1
LH경남본부에서 30호실을 매입한 마산의 한 오피스텔 전경. ©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신혼부부 등을 위해 마련한 주거용 오피스텔이 시세보다 2배 정도 비싸게 매입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최근 전·현직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빈축을 산 LH에서 이번에는 일반 상식에 어긋나는 매입을 두고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0일 LH 등에 따르면 LH경남지역본부는 지난해 3월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을 위한 주거용 오피스텔 매입 공고를 실시했다.

호실별 전용면적이 36㎡~85㎡ 사이에 들고, 사용승인일이 5년 이내이며, 방 1개 이상, 100세대 이상의 규모 등 신혼부부들에게 우선 공급하기 위한 요건이 고려됐다. 교통편과 직장 및 주거가 가까운지, 공급평면이나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빌트인 제공은 되는지도 살폈다.

200세대가 넘는 규모에 2018년 5월 지어진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오피스텔이 이같은 요건을 충족해 공고에서 뽑혔다.

LH는 해당 오피스텔 내 전용면적 41㎡짜리 30호실을 지난해 9월 사들였다. 총 매입가는 42억원.
층수에 따라 다소 값 차이가 나지만, 단순 계산하면 1호실당 1억4000만원에 매매됐다고 볼 수 있다.

석연찮은 점은 LH의 매입 이전부터 이 오피스텔 수십 채가 공매·유찰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 등에 따르면 2019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여간 유찰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오피스텔의 시행사가 2018년 12월 부도를 맞은 후 공매가 진행됐지만, 낙찰되지 못했고 다음 공매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았다.

통상 강제권한으로 매매를 진행하는 공매·경매에서 유찰돼 다음 입찰로 넘어가게 되면 약 20~30%로 값이 떨어진다.

LH경남본부에서 30호실을 매입한 마산의 한 오피스텔 천장 곳곳이 파손돼 있다. © 뉴스1
LH경남본부에서 30호실을 매입한 마산의 한 오피스텔 천장 곳곳이 파손돼 있다. © 뉴스1

LH에서 오피스텔을 매입할 즈음 3개월 전 공매로 나온 물건을 보면, 총 37호실이 6차례나 유찰됐다. 1억4500만원으로 공매를 시작한 전용면적 41㎡형은 잇따른 유찰에 8500만원까지, 40% 이상 값이 떨어졌다.

즉 LH에서 유찰된 가격 8500만원에 같은 크기의 오피스텔을 매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억4000만원을 지불하고 산 것이다. 6000만원 가까운 웃돈을 얹어 준 셈이다.

실제 지난 1월 전용면적 41㎡형 1세대가 8200만원에 매매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LH 경남본부에는 공인된 외부감정평가사가 평가한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감정평가금액에 맞춰 매입할지’ 가부를 따져 판단한 결정이다.

감정평가의 자세한 기준을 확인하기 위해 외부감정평가사에 대해 물었지만,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들어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또 공익을 위해 시세에 맞는 제값을 주고 오피스텔을 매입해 저렴한 값에 신혼부부 등에게 제공하는 게 사업의 골자라고 해명했다.

LH가 공급하는 해당 오피스텔은 보증금 약 700만원에 임대료 5만~7만원을 받고 있다. 이는 시중 전세 시세의 30~40%에 그치는 싼 가격은 맞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도 신혼부부 입주는 고작 6%에 그친다. 현재 신혼부부 단 2쌍만 실계약을 맺었다. 이는 시행사 부도 이후 관리가 미흡한 점 등이 입주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의 1층 천장을 보면 곳곳이 파손돼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출입문은 상시 개방해 외부인도 자유롭게 출입했다. 몇몇 층에서는 복도 가운데 물이 고여 누수 의심이 들기도 했으며, 으레 입점하는 편의점·세탁소조차 없는 상태로 상가는 모두 공실이었다.

인근 복수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해당 오피스텔에 대해)추천해주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동네 (부동산)사정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이 입주한 거 같다”고 부언했다.

한편, LH는 6월 말쯤부터 저소득층·청년·신혼 등으로 유형을 확장해 다시 이 오피스텔을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는 경남에서만 비슷한 잣대로 고른 1500호 정도를 매입할 계획이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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