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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무섭지 않다는 결점 [N리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1-06-13 08:00 송고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 컷 © 뉴스1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스틸 컷 © 뉴스1
12년 만에 새 시리즈로 돌아온 '여고괴담'은 한국 공포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 얽힌 여학생들의 이야기는 첫번째 '여고괴담'(1998)에 이어 20여년동안 다섯 편의 영화로 변주되고 진화됐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그중 여섯번째 작품으로 성범죄라는 시의성 있는 소재 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제2의 소재를 끌어와 다루며 풍성한 서사를 노렸다.
영화는 은희(김서형 분)가 광주에 있는 자신의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을 하며 시작된다. 어쩐지 가족들은 은희의 낙향을 만류하지만, 은희는 교감 업무 뿐 아니라 아이들의 상담까지 해줄 수 있다면서 상담교사를 자처하는 등 열정을 낸다. 

문제아로 찍힌 하영(김현수 분)은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돈다. 특히 담임 교사인 박연묵(장원형 분)과 갈등이 심한 그는 박연묵의 수업 시간에 제멋대로 행동해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영은 교감 은희의 상담실을 찾아가 박연묵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이야기 해보지만, 이제 막 학교에 온 은희는 단독으로 그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 이를 들은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하영이 박연묵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를 음해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에는 폐쇄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캐비넷으로 가로막혀 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과거 화장실로 사용했었다가 지금은 창고로 쓰는 곳이 나온다. 하영은 그곳에서 죽은 친구를 떠올리고, 어딘가에 있는 귀신의 존재를 느낀다. 귀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은 하영만이 아니다. 은희는 학교에서 계속해 눈에 들어오는 어떤 존재를 보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에게 기억나지 않는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큰 사건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담임 박연묵과 하영 및 현재 시점 여고 아이들이 겪는 갈등이 첫번째고, 과거 은희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긴 모교에서의 사건이 두번째다. 첫번째 사건과 두번째 사건은 은희의 관점에서 심리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은희는 표면적으로는 첫번째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심층적으로는 두번째 사건의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고군분투하는 김서형의 연기는 영화 전체에 안정감을 부여하며, 김현수 역시 역대 '여고괴담'을 통해 탄생한 청춘 스타들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돋보이는 것은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한 가수 비비(본명 김형서)인데, 미스터리 여학생 역의 비비는 연기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복합적으로 구성된 플롯은 흥미롭지만,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전혀 공포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장르적 미덕에 충실하지 못한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이른바 '떡밥'이라고 부르는 복선들과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넣은 일종의 맥거핀들이 산만하게 펼쳐진다. 말하고자 하는 게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메시지는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여고괴담' 첫번째 작품이 나온 후 약 23년이 흘렀다. 그 사이 공포 영화의 수준과 관객의 기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깜짝 깜짝 놀라는 장면과 사운드, 편집 만으로 그럴듯한 공포 영화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과거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의 완성도가 아쉽다. 러닝 타임 108분. 17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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