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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같이 자면 모두 해결"…소령의 그말, 여군 대위는 떠났다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1-06-08 11:35 송고 | 2021-06-08 17:29 최종수정
군인권센터·민변·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군내내 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2014년 10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국방부 서문 앞에서 故 오 대위 사망 1주기 추모 및 17사단 여군 성폭력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故 오 대위는 직속상관의 지속적인 성관계 요구와 성추행, 폭언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10월 16일 부대 근처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육군 2군단 보통군사법원은 오대위를 죽음으로 몰고간 가해자 A소령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 News1 

상사의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죽음으로 고발한 공군 부사관 일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8년전 강원도 화천 육군 15사단에서 있었던 비슷한 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10월, 15사단 사령부에 근무하던 여군 오모 대위는 직속 상관인 A 소령이 "하룻밤 자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등 노골적인 성추행과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녹음을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A 소령은 1심(육군 2군단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이라는 가벼운 형을 받아 인권단체, 여성단체의 분노를 자아냈다.

오모 대위 사건과 관련해 당시 15사단 부사단장이 "A 소령이 농담으로 한 것이다, 용서해 주자"라며 유족들에게 무마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 15사단 노 소령 "나랑 하룻밤 자면 모든 게 해결"…오 대위가 듣지 않자 매일 야근 시켜
2심부터 오 대위측 변호를 맡았던 강석민 변호사는 7일 저녁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과 인터뷰에서 "15사단 근무하던 오 대위가 직속 상관인 A 소령의 업무상 가해와 성적인 강제추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런 안타까운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A 소령이 '하룻밤 자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등 성추행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항상 업무를 오후 5시 지나서 주는 등 매일 야근을 시켰다"며 "해내지 못하면 질책을 하고 보고서를 찢어서 얼굴에 던지는 등 자신의 성적인 요구를 들어달라고 했다"고 사건을 설명했다.

◇ 오 대위 "살고 싶다" 절규하면서 죽어가…부사단장, 유족에게 "농담한 것, 노 소령 봐주자"

그는 "15사단 부사단장이라는 사람이 유족에 전화를 해서 '농담한 건데 아버님께서 잘 그냥 오 대위를 잘 보내주는 의미에서 A소령을 용서해 주면 안 되겠는냐'는 전화를 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고 혀를 내 둘렀다.

강 변호사는 1심 형량이 터무니없이 가벼워 "2심부터 피해자 법무대리인을 진행하면서 심리부검을 했다"며 당시 오 대위가 극단적 선택하기 직전 자신의 차에서 한 말이 녹음 된 블랙박스를 심리부검 자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오 대위의 말이 1시간 반 동안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음이 돼 있었다"며 "아주 흐느끼면서 '죽기 싫다' '살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하면서 죽어갔다"고 분노했다.

◇ 1심 군사법원, 노 소령에게 집행유예…민간법정인 2심, 징역2년형

2심 징역2년형,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이끌어 낸 강 변호사는 "지난 8년간 여군 전담부서도 생기고 성폭력 상담관 제도도 생겼지만 공군 이 중사 사건처럼 전혀 작용을 못 했다"며 이는 "조직문화가 전혀 변화하지 않은 그런 때문이다"고 오 대위 죽음이 남긴 교훈을 군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되풀이 되는 군내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선 보안 관련 범죄가 아닐 경우 민간 경찰과 민간법원 판단에 맡기는 등 민간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군사법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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