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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피아]매드몬스터부터 김갑생할머니김까지…"부캐 넘어 세계관 놀이"

매드몬스터, 김갑생할머니김 등 허구와 현실 오가는 멀티버스 '세계관'
'부캐'보다 확장된 '세계관' 놀이…미디어 문화로 자리 잡아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1-06-09 08:11 송고
편집자주 20세기 대중문화의 꽃은 TV다. TV의 등장은 '이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켰다.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TV가 주도한 대중매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놓았다.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가 방송국이고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학교고 집이다. 수많은 '당신'(You)과 연결되는 '관'(Tube)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상이다. '취향저격'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개인화로 요약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인 유튜브. 유튜브가 만든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멋진 신세계'일까.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전략본부장의 ESG 경영 발표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전략본부장의 ESG 경영 발표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양념으로 얼룩진 흰 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건 김 한 장뿐이다. 그래서 우리 김갑생활머니김은 환경오염으로 얼룩진 지구를 감싸줄 수 있는 그런 기업이 되겠다."

ESG는 더는 새롭지 않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책임 경영을 일컫는 이 말은 최근 재계의 '레토릭'이 되고 있다. 모두가 ESG 경영 강화를 말하고, 기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련 담론을 ESG라는 새 포장지를 씌우기 바쁘다.

그러나 재벌 3세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전략본부장은 달랐다. 이호창 본부장의 ESG 경영 발표에 이례적인 관심이 쏠렸다. 시가총액 500조원의 김갑생할머니김은 김 포장지를 재활용한 '딱지치기'를 ESG 사례로 내세웠다. "예전 골목을 꽉 채웠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찾아오겠다"는 이 본부장의 당찬 포부에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전세계 195개국에 송출된 이 발표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81만3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위 사례에 고개를 갸웃했다면 당신은 아직 이호창 세계관에 스며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세계관'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평소의 나와 다른 정체성, '부캐'(부캐릭터)가 지난해 미디어 콘텐츠 업계의 화두였다면 올해는 그 범위 더욱 확장된 '세계관'이 새로운 미디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부캐'보다 넓고, 세세한 '세계관' 놀이…허구와 현실 넘나들어

'세계관'은 '부캐'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설정 놀이다. 차이점은 설정의 범주와 디테일이다. '부캐'가 한 인물의 새로운 면모, 캐릭터의 변주에 초점을 맞춘다면, '세계관'은 인물뿐만 아니라 그 인물을 둘러싼 시공간적 배경과 사상까지 다룬다. 더 넓고, 더 세세하다.

김갑생할머니김은 재벌 설정 캐릭터 이호창을 둘러싼 세계관이다. 허구지만 실제 있을 법한 짜임새 있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스며들게 만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연상시키는 신년사, 갑질 영상 유출, "양념으로 얼룩진 흰 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건 김 한 장이다"라는 김갑생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 등 다양한 설정이 쌓이면서 하나의 공고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설정 구멍을 채워 넣는 연기력도 한몫한다.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이창호의 존재 자체가 이호창 세계관을 완성하는 요소다. 이름을 뒤집어, 우리가 아는 세계와는 조금 다른 뒤집힌 세계관을 보여준다. 카페 사장 '최준'으로 유명한 가상의 비대면 소개팅 설정 콘텐츠 'B대면데이트'에서 시작한 이호창 세계관은 이제 현실을 넘나들고 있다.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본부장의 발표는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본부장의 발표는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김갑생할머니김은 '실존하는 상상'이 되고 있다. 김갑생할머니김의 콜라보 상품 출시를 비롯해 정부와의 협업도 진행됐다. 앞서 소개된 ESG 경영 발표는 현실에 기반한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올라온 이 영상은 지난달 30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앞두고 실제 외교부의 의뢰를 받아 제작됐다. P4G는 정부 기관과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꾸려진 글로벌 협의체다.

이에 대해 피식대학이 속한 MCN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엔터사업부 이지혜 매니저는 "외교부에서 주최하는 P4G 서울 정상회의 홍보하기 위해 피식대학 브랜디드 콘텐츠 섭외 요청을 받았다"며 "특히 김갑생할머니김 기업의 재벌 3세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이호창님과 함께 김갑생할머니김 'ESG 경영 발표’라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셔서 피식대학에서 그에 맞는 콜라보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실감 나는 연출을 위해 기업에서 실제로 콘퍼런스나 강연, 발표 등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연구했고 실제 국제 포럼에서 발표하는 듯한 연출을 하고자 적합한 장소를 물색했다"며 "영상 내 이호창 본부장의 전반적인 발표 내용에 맞춰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제작하였으며 하이퍼리얼리스틱한 촬영물을 위해 카메라의 구도, 이호창 본부장의 호흡, 비주얼과 사운드 모두 꼼꼼하게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세계관 최강자'들의 등장에 웅장해지는 유튜브

세계관 놀이의 특징은 '멀티버스'다. 한 인물이 하나의 세계관에만 속하지 않고 다중 세계에 걸쳐 있다. 이호창 이전에 이택조 부회장이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창호는 이호창 본부장인 동시에 산악회에 소속된 중년 아저씨들을 다룬 피식대학 콘텐츠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부회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필터 사용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글로벌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의 제이호와 동일 인물이라는 설도 있다.

이창호는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 본부장인 동시에 한사랑산악회 이택조 부회장이기도 하다.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이창호는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 본부장인 동시에 한사랑산악회 이택조 부회장이기도 하다.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매드몬스터는 2017년 7월7일 데뷔한 2인조 아이돌 그룹이다. 앨범은 4집 싱글까지 나왔지만, 한국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한정판 앨범을 제작한 탓에 현재 감상할 수 있는 건 최근 곡 '내 루돌프' 뿐이다. 해당 곡은 실제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고, 엠넷 가요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서도 매드몬스터의 컴백 무대가 꾸려졌다.

영상마다 두 아티스트의 얼굴 주변 공간이 일그러져 보이는 현상 때문에 필터로 보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소속사인 매드엔터는  나이든 무명 개그맨 두 명이 악의적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실제 카메라 앱 '스노우'에 매드몬스터 필터가 출시되기도 했다.

'매드몬스터'의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 (엠넷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매드몬스터'의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 (엠넷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물론 매드몬스터의 사례도 허구와 현실이 뒤범벅된 하나의 세계관에 속한다. 이처럼 세계관 놀이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서 시청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세계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알면서도 속아주게 되는 셈이다. 매드몬스터 엠카 무대 유튜브 영상에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춤선에 환호하는 한국인들과 필터 씌운 나이 든 개그맨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는 외국인들의 댓글로 가득 차 있다.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는 영상마다 얼굴 주변이 일그러지는 현상으로 인해 필터 사용 의혹을 받고 있다. (빵송국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는 영상마다 얼굴 주변이 일그러지는 현상으로 인해 필터 사용 의혹을 받고 있다. (빵송국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이지혜 샌드박스네트워크 매니저는 "세계관 트렌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시청자 역시 그 세계관에 동화되어 댓글이나 2차 창작물 등으로 콘텐츠에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실제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세계관 콘텐츠를 보면 시청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러한 댓글 및 2차 창작물로 크리에이터는 세계관을 어떻게 더 다듬을 수 있을지 힌트와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또 "크리에이터의 세계관 콘텐츠 제공과 시청자의 참여로 인한 피드백이 이런 독특하고 유쾌한 트렌드를 만들고 선순환되게끔 만든다"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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