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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손배소 패소 '충격'…재판부, '한미동맹·국격'까지 거론

"강제집행 가게 되면 국제재판소 회부 공세 이어질 것 명백"
"국제재판서 패소하면 위신 바닥 추락…한미 관계도 훼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2021-06-07 18:08 송고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눈에 덮여 있다. 2021.1.18/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눈에 덮여 있다. 2021.1.18/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일본기업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반대의 결론을 낸 데에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의 패소 판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개인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은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정반대 결론이다. 이날 재판부는 당시 소수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강제징용 사건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게 될 경우까지 상정한 뒤 국제재판에서 패소한다면 국격이 심긱하게 훼손된다고 봤다.

따라서 만약 승소 판결이 확정돼 강제집행을 하게 되더라도 이는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 대원칙을 침해하는 강제집행을 허용할 수 없는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만약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돼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져 일본기업들의 손해가 현실화될 경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본의 중재절차 또는 국제사법재판소로의 회부 공세와 압박이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외교적 노력이 소진되고 국제중재 등에 회부해야 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 결정도 있는 데다가 대한민국도 국제사회 일원인 이상 이런 압박을 매우 뿌리치기 힘든 사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법부 판결, 특히 최종심인 대법 판결이 국제중재나 국제재판 대상이 되는 것 자체만으로 사법신뢰에 손상을 입게 된다"며 "만약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할 경우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손상을 입게 되고, 이제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여전히 분단국 현실과 세계 4강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상황에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된다"고 했다.

이어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돼 있는 미국과의 관계 훼손까지 이어져 헌법상 '안전보장'을 훼손하고 사법신뢰 추락으로 헌법상 '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독도 영유권 분쟁과 위안부 피해자 사건, 그리고 강제징용 사건 3개가 국제재판에 회부된다면, 우리나라는 3개 모두 승소해도 이익이 없는 반면, 하나라도 패소할 경우 국격과 국익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사건과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강제집행하는 것을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때도 재판부는 "(실제 강제집행이 될 경우) 국가적 위신과 우리 사법부의 신뢰를 저해하는 등 중대한 결과에 이르게 되며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와도 상충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고 할 것"이라며 이번 강제징용 사건과 같은 취지의 논리를 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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