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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HIV환자에게서 30여종 변이 발견…'변이공장' 우려↑

남아공 대학 연구진 보고…타인전파 여부는 아직 조사중
치료제 듣지않는 HIV 환자들 코로나19 변이 배양기 우려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2021-06-07 11:49 송고 | 2021-06-07 13:36 최종수정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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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판정을 받은 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환자에게서 30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HIV 감염 환자들처럼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더 많은 코로나19 변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또는 AIDS)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IDS·HIV와 만나 더 안좋은 방향으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해당 환자는 남아공 콰줄루나탈(KwaZulu-Natal)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보고됐다.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3일 사전 논문공개 온라인 사이트인 메디알카이브(medRxiv.org)에 게재됐다.

2006년에 HIV에 감염된 이 36세 여성 환자는 지난 8개월 간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감염된 상태로 있었다. 연구진의 검사 결과 체내에 31가지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19개 변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킬 때 사용하는 스파이트 단백질과 관련된 변이였다.

환자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이에는 영국발 변이로 알려진 'B.1.1.7(또는 알파 변이)'의 일종인 E484K과 남아공에서 발견된 'B.1.351(베타 변이)'의 한 종류인 N510Y도 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환자는 HIV 표준 치료법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을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인 CD4+ T세포 수치도 매우 낮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CD4 + T 세포는 우리 몸에서 B세포가 항체를 생성하는 것을 돕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환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처음 감염된 지난 9월 당시 9일간 중등도의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산소치료를 받은 것을 제외하곤 감염된 216일 동안 심한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현지 보건당국은 이 환자의 변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확산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 해당 사례의 세부 사항을 세계보건기구(WHO)와도 공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HIV에 감염된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HIV 감염 자체가 코로나19 감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 또한 없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가 다른 HIV 환자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면 향후 코로나19 감염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근절하는데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바이러스가 복제되면 변이는 계속 발생하는데 이번 사례처럼 면역이 약한 환자들이 장기간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새로운 변이가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00만명의 HIV 환자들이 자신의 감염 여부를 모르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HIV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중 약 170만명은 이번 사례처럼 HIV 표준 치료법이 듣지 않는다. 즉 1000만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의 '배양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코로나19 베타 변이도 발견했던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콰줄루나탈대학교 교수는 "약물로 바이러스 감염 통제가 되지 않는 HIV 환자는 '바이러스 변이 공장'이 될 수 있다"며 "이 환자의 사례가 전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그림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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