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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지원금 '총성' 터졌다…'나랏빚 1000조' 우려 어쩌나

與 "올여름 추경 이후 7~8월 전국민 재난지원금" 공식화
나랏빚 현 정부서 '300조' 불어…재정 정상화 이탈 우려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21-06-02 06:05 송고 | 2021-06-02 09:13 최종수정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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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올여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코로나19로 급속히 악화한 재정 건전성은 문제가 없을지 소위 '곳간지기' 당국의 입장이 주목된다.

추경 규모가 당의 의지대로 결정되면 20조원을 넘어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무리 올해 세수 여건이 좋아졌대도 국가채무 1000조 시대를 앞둔 시점에선 코로나 이후 시대를 위한 재정 정상화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올 연말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지난 3월 1차 추경을 반영할 경우 본예산(956조원)보다 9조9000억원 늘어난 965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대표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47.3%) 때보다 0.9%포인트 오른 48.2%를 기록하게 됐다.

우리 나랏빚이 '총액 1000조원', 전체 경제 규모의 절반(50%)을 넘어서기까지 머지 않았다는 걱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봤을 때 이 같은 걱정은 증폭된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만 해도 국가채무는 현 900조원대 후반보다 훨씬 낮은 600조원대(660조2000억원)였다. 불과 4년 만에 국가채무가 300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이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문제다.
실제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가장 보수적인 피치는 지난해 "한국의 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늘어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2020년도 본예산 때만 해도 국가채무비율은 44.0%였다. 이후 1년이 흐르면서 채무비율은 45%와 46%를 넘어 이제는 49%를 바라보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국형 재정준칙' 브리핑 모습. (자료사진) 2020.10.5/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한국형 재정준칙' 브리핑 모습. (자료사진) 2020.10.5/뉴스1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 이자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지난 2012년 기획재정부 분석에서 국가 신용등급 1단계 상승 시 연 이자비용은 4억달러(약 4438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최근 금리 상승 전망까지 고려하면 급증한 나랏빚은 우리 경제에 암초와 같다.

다만 올들어 세수 여건이 개선되면서 2차 추경에 필요한 재원 부담은 작년보다는 다소 덜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1~3월 국세수입으로 88조5000억원을 거둬들여 1년 전보다 19조원 여유가 생겼다. 올해 예산안에서 예측한 연간 국세는 282조8000억원인데, 결과적으론 300조원 정도가 걷힐 것으로 보인다. 곳간이 당초 기대보다 풍족해진 셈이다. 이는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해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연결됐다.

그럼에도 여당에서 추진 중인 △전국민 재난지원금 △자영업자 손실보상 △백신 휴가비 지원 등 '공룡급' 재정사업을 고려하면 재정 우려를 완전히 불식할 순 없다.

특히 지난해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총 14조3000억원의 예산이 들었는데, 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금을 두 번 넘게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최근 여당에서는 가구당 40만~100만원 지급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1인당' 지급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전국민 지급 예산은 1인당 20만원씩일 경우 10조원, 30만원씩이면 1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은 지난 2~4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각각 3조~6조원대가 들었다. 백신 휴가비 지원은 전국민 대상 연간 6조2000억원이 소요된다고 기재부는 추산했다.

여기에 추경에서 빠지기 힘든 일자리 예산까지 더하면 추경 규모는 20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 더 나아가 30조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각에서 이번 2차 추경이 지난해 3차 추경(35조3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추측을 내놓는 이유다.

물론 예산안 작성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2차 추경과 5차 재난지원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면서 이런 관측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지금 기재부 예산실은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하는 내년 본예산 작성에 바쁜 터라 추경까지 살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추경 시국이 다시 찾아올 경우, 매번 여당의 기세에 이끌려 추경 편성과 지원금 설계에 나서야 했던 기재부 입장이 갑자기 바뀌긴 힘들다는 분석 또한 타당해 보인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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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입장에선 빠른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당장 올여름 추경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최근 전국민 지급 추진을 공식화하는 등 추경 분위기 만들기에 열심인 이유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피해계층 집중 지원과 완화적 통화정책, 전국민 재난지원을 포함하는 추경안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준호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적기에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경기가 활성화되기에 (추경을) 촉구하는 것이다"라면서 "전국민 지원금과 손실보상에 대한 부분을 정부와 면밀히 검토해 국회가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초 유력한 재난지원금 지급 시점은 9월 초중순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는 9월 말 추석 연휴와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 9월9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로 풀이됐다.

하지만 최근 여당에선 2차 추경을 서둘러 7~8월 재난지원금을 집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1차 접종이 마무리되는 8월로 지급 목표 시점을 앞당긴 조치다. 즉, 7월 추경안 제출 후 8월 지급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절대적인 채무 규모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국가 채무가 계속해서 급속도로 불어나는 현상만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추경보다 급격히 악화한 재정 지표를 정상화하는 데 힘을 쏟을 때라는 조언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해 피치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재정준칙을 긍정 평가하면서 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국가채무비율이 50%에 육박한다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크다"며 "선거를 앞두고 재정사업 붐을 일으키기보다 침착하게 재정관리를 하면서 재정준칙 논의를 적극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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