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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생소한 '토망고·별마토'는 어떻게 대형마트 과일코너 접수했나

[인터뷰]'이색 토마토' 도입 구재현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
"협력사와 적극 소통이 비결…특수과일 시장 성장 목표"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021-06-02 06:55 송고
구재현 이마트 과일팀 과장이 28일 오후 서울 이마트 본사에서 토마토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1.5.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구재현 이마트 과일팀 과장이 28일 오후 서울 이마트 본사에서 토마토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1.5.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요즘 가장 '트렌디'한 과일을 꼽으라면 단연 '스테비아 토마토'를 빼놓을 수 없다.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먹는 것 같은 맛이 난다고 해서 이른바 '단마토'로 불리는 상품이다. 온라인에서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전국 대형마트 입점에 이르렀다.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 구재현 과장은 스테비아 토마토를 전국 이마트에 들여온 숨은 공신이다. 구 과장의 안목 덕분에 이마트에서 팔린 전체 토마토 중 이색 토마토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제2의 샤인 머스켓'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지난 28일 '토마토와 사랑에 빠졌다'는 구 과장을 이마트 성수점에서 만나봤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토마토 종합선물세트'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 뉴스1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토마토 종합선물세트'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 뉴스1

◇이마트 이색 토마토 인기 돌풍…'단마토'가 뭐길래

구 과장은 토마토와 만남을 '첫사랑'에 비유했다. 지난해 6월, 과일팀 바이어로서 처음 맡은 상품이 바로 토마토였다. 그는 "토마토를 담당하면서 기존 대추·방울·완숙·찰 토마토 외에도 새로운 품종에 접근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토마토에도 여러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순히 건강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맛있어서 먹는 상품으로 키워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토마토 산지를 직접 발로 뛰고 국내외 온·오프라인 시장을 샅샅이 탐색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글로벌종자회사를 통해 토마토 품종 정보를 받기도 했다. 이색 품종 스테비아 토마토·젤리마토·별마토·새콤아삭컬러마토를 이마트 전용 매장 '토마토 뮤지엄'에서 선보이게 된 것도 구 과장의 이런 노력 덕분이었다. 

별마토는 토마토 꼭지를 제거했을 때 과일에 남은 모양이 별 모양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네덜란드 품종으로, 글로벌종자회사 신젠타에서 반드시 상품 이름을 품종명과 같은 'YOOM'(윰)이라고 붙일 것을 요청했다. 
구 과장은 "이름을 윰이라고 정하면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며 "좀 더 직관적으로 별이라는 시각적 요소를 넣어주고, 토마토의 보랏빛이 럭셔리하다는 이미지를 더해 '럭셔리 별마토'로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던 토마토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올해 1월1일부터 5월27일까지 이마트 이색 토마토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동기(38.4%) 대비 14.5%p 증가한 52.9%를 달성했다. 연중 과일 매출 순위에서도 과거 10위권 안팎을 유지하던 토마토는 딸기·사과·감귤·포도와 함께 5위권 안에 드는 성적을 내고 있다.

총 16개 토마토 품종 중에서도 구 과장이 들여온 스테비아 토마토의 인기가 남다르다. 스테비아 토마토는 맛이 달콤하다고 해서 별칭이 토망고·단마토다. 망고향과 단단한 과육으로 인기가 많은 포도 품종 '샤인머스켓'에서 빌려온 이름 '샤인마토'라고도 불린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원 푸드 다이어트로 스테비아 토마토를 먹고 약 12㎏을 감량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테비오사이드(Stevioside)는 설탕초라 불리는 스테비아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로 설탕보다 최대 300배 단맛을 낸다. 스테비아 토마토는 스테비오사이드를 물과 희석한 뒤 수확한 토마토를 담그는 침지(浸漬) 작업을 거쳐 기존 토마토보다 훨씬 더 달다. 

특이한 점은 스테비아 토마토는 당도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도계는 과즙에 빛을 비춰 빛이 굴절하는 정도를 측정해 당도를 환산하는데, 스테비오사이드가 물에 녹아 투명해지기 때문에 측정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은 일반 방울토마토보다 2~3배가량 비싸다. 수확한 토마토를 후 가공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식품의 유형 역시 농산물이 아니라 과·채 가공품으로 분류한다. 구 과장은 "스테비아 토마토는 당도가 부족하다는 기존 토마토의 취약점을 완벽히 보완한 상품"이라며"스테비아 토마토가 제2의 샤인 머스켓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재현 이마트 과일팀 과장이 28일 오후 서울 이마트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1.5.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구재현 이마트 과일팀 과장이 28일 오후 서울 이마트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1.5.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어머니 가게 돕던 경험이 밑거름…협력사와 '소통' 일등공신"

구재현 과장의 바이어로서 센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과거 어머니가 운영한 누룽지 판매점에서 영업 노하우를 익혔다. 구재현 과장은 "어머니가 누룽지 제품 전문 가게를 운영하셨는데, 매출을 더 늘리기 위해서 제가 직접 발로 뛰었다"며 "고기집이나 근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해보고, 식사 후 손님들에게 쉽게 끓여 낼 수 있는 누룽지 제품을 사장님들께 제안해 거래처를 늘렸다"고 말했다.

일찍이 영업 노하우를 익힌 그였지만, 대형마트 바이어로서 협력사와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럴 때는 특유의 친화력과 적극성이 돌파구가 됐다. 그는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협력사가 먼저 제안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일부러 만나자고 먼저 제안한다"며"이색 토마토 품종을 재배하자고 협력 농가에 제안할 때도 설득에 설득을 거쳤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객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존 농가와 똑같이 농사를 지으면 차별화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꼭 이색 품종 농사를 해야 하느냐, 농사가 잘 안되면 책임을 질 것이냐'는 농가의 걱정에도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 과장은 바이어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균형감'을 강조한다. 이색 토마토 성공에도 안주하지 않고 품질 좋은 특수 과일을 더 많이 찾아 나서는 이유다.

그는 특히 조만간 출시 예정인 '국민간식 사과대추'와 에어프라이어·전자레인지 전용 밤 품종 '밤이면 밤마다' 제품 사진을 자신 있게 펼쳐 보였다. 사과대추는 패키지를 4종으로 기존 과일 시장에서 중요도가 낮았던 디자인까지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콘셉트는 '출출할 때·운동 전후·공부·여행'으로 기획해 350~400g소포장 용량으로 선보인다.

그는 "사과대추는 수박과 당도가 비슷하고 수분도 많아 상품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해 시범 출시 후 12만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딸기에 견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과일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 과장에게서는 식품 바이어로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 느껴졌다. 그는 "제가 맡은 품목이 전부 저의 자식 같다"며 "나 자신을 나타내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마트에서 제가 맡은 제품들의 품질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바이어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마트에 늘 똑같은 과일만 있으면 단조롭잖아요. 항상 어딘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요. 새로운 상품을 찾아 나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예요.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이 이럴까요" 그가 다음에 선보일 이색 과일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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