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주현의 유(流)튜브]아이코스의 '전화위복'…검찰 고발해줘서 고맙다?

검찰, 금연운동협의회 고발에 '불기소' 항고에도 '혐의없음' 기각
유해성 저감 90%→95% 상향 조정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2021-05-26 07:07 송고 | 2021-05-26 07:48 최종수정
편집자주 말 그대로 유튜브가 ‘대세’입니다. 유튜브 스타들은 방송 섭외 1순위가 됐고 기업들도 방송광고 대신 유튜브 영상으로 제품을 알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상품 판매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바로 ‘플랫폼의 힘’입니다. '이주현의 유(流)튜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면 재미있는 유통가의 숨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3·아이코스3 멀티'를 선보이고 있다.  2018.10.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3·아이코스3 멀티'를 선보이고 있다.  2018.10.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한국필립모리스가 최근 아이코스의 광고 문구를 바꿨습니다. 유해물질 저감효과에 대해 90%로 표시하던 것을 95%로 올렸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광고 문구를 이렇게 바꿀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검찰 고발 때문인데요. 한국필립모리스 입장에서는 전회위복이 된 셈입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봤습니다. 

◇ '유해성 저감' 허위광고 소송 '반전 드라마'

사건은 201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는 아이코스를 비롯해 BAT코리아의 '글로', KT&G '릴' 등이 연이어 출시되며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본격 확대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특히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한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유해성과 냄새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기존 흡연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죠.

유해성 논란도 계속됐습니다. '일반담배 대비 유해성을 줄였다'는 담배업체 측 주장과 '담배는 담배일 뿐 모두 해롭다'는 주장이 대립한 것이죠.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담배사업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했다며 당시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허위·과장광고로 국민 알권리를 침해하고 오도했다는 것이 고발의 주요 내용이었죠.

금연운동협의회가 문제 삼은 광고는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에 포함된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9가지 유해물질의 함유량이 일반 담배에 비해 평균 90% 적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는 광고 문구였습니다.

당시 협의회는 담배에 포함된 유해성분 중 일반담배보다 아이코스가 적게 검출된 일부 유해성분들만 평균 감소치를 제시해 아이코스의 일반담배 대비 유해성분 감소 수준을 과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일부 유해성분이 감소한다고 해도 건강상 위해가 비례적으로 감소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직‧간접적으로 유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협의회는 "한국필립모리스가 담배사업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내용을 위반하고 유해성분 감소 수준의 허위·과장과 건강 위해성의 저감 효과에 대한 허위광고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고발과 함께 협의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2020년 2월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에 공정위 역시 심사절차를 종료했습니다.

협의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3월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가 흡연자들에게 안전한 제품이라는 취지로 광고 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검찰은 한국필립모리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항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혐의 없음'으로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협의회는 최초 고발과 마찬가지로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허위, 과장광고를 통해 국민과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담배에 대한 사실을 오도하여 흡연을 유도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죠.

당시 고발을 이끌었던 서홍관 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당시 다양한 자료들을 제출했지만 검찰이 담배회사의 그럴듯한 주장들을 받아들였다"며 "법적으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항고 기각으로 종결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 스토어' 광화문 2017.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 스토어' 광화문 2017.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검찰 '혐의없음' 결론 어떻게 나왔나

한국필립모리스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법원 판결이 난 사안이 아니라 판결문도 없었고 수사 결과에 대해 기자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자료 요청에도 한국필립모리스는 보안과 내부 규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협의회 고발에 대한 개별 질의에 응답하는 방식을 통해 항고 기각 사유를 알게 됐는데요. 당시 검찰은 협의회가 주장한 유해성분 감소 수준 과장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피의자(한국필립모리스)가 설정한 유해물질 54가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세계보건기구(WHO), 캐나다 보건국(Health Canada) 및 식약처에서 선정한 담배 유해물질이 모두 포함됐고 객관적으로 유해물질이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세계 각국 실험결과 및 식약처의 각종 실험결과에 의하면,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0% 정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본건 고발 이후 미국 FDA는 '아이코스를 미국 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 하는 것은 일반담배 보다 낮은 독성물질을 생성하므로 공중보건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잘못된 광고에 대한 지적에도 검찰은 "광고문구가 적절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광고가 이뤄지고 있다"며 "'유해물질 90% 감소'라는 문구가 과학적 근거를 기초로 하고 있어 표시만으로 비흡연자에게 흡연을 권장하고, 흡연 경고 문구에 반하거나 오도문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에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 10월 광고 문구를 '아이코스는 일반담배 대비 유해물질 배출 평균 약 95% 감소'로 변경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여집니다.

검찰 고발 전에는 '아이코스와 일반담배의 차이, 바로 유해성분 입니다. 유해성분 평균 90퍼센트 감소'였지만 고발 후 오히려 이를 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겁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고발에 따라 다양한 연구결과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유해성분 및 유해물질 배출 감소가 95% 수준이라고 판단하게 됐다"며 "과학적 근거를 기초로 한 것인 만큼 아이코스의 유해성 감소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광고 문구를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과 공정위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린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궐련 담배에 비해 90% 이상 덜한 것을 국내 사법 기관이 인증한 것"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담배의 유해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다만 기술의 발달로 유해성을 줄이고 기존 궐련 담배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판단은 소비자 몫입니다.


jhjh13@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