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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스토리]진도지코인 '먹튀' 그 후…"경찰·변호사도 방법이 없다더라"

진도지 피해자 "러그풀 먹튀, 경찰도 변호사도 방법없다 해"
피해자모임방에는 푸념과 자책만…탈중앙화의 맹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1-05-23 07:30 송고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진도지코인' 홍보 이미지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지난 5월13일 김채원씨(38·가명)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며칠 전 기사와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보고 투자했던 진도지(JINDOGE)코인 개발자가 '먹튀'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똑같이 '밈'(meme)에서 출발해 초기 투자자에 수백배의 이익을 가져다준 도지코인처럼 될 거라는 기대감에 김씨는 500만원어치의 진도지코인을 구매했었다. 그러나 김씨 손에 남은 것은 '개발자가 도망간 사기 코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30만원어치 진도지코인뿐이었다.

한국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내세우며 투자자를 모은 '진도지(JINDOGE)코인'. 개발자가 '소각'으로 가격을 올리고 전체 물량의 15% 규모를 한 번에 매도해 이익을 챙긴 뒤 홈페이지와 텔레그램 대화방을 폐쇄해 잠수를 탔다.

이 과정을 통해 개발자가 챙긴 이익은 약 20억~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스란히 김채원씨를 비롯한 진도지코인 투자자들이 잃은 돈이다. 이들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코인마켓캡 갈무리) © 뉴스1

◇탈중앙화의 맹점…'러그풀' 먹튀에도 제재 방법 없어 '냉가슴 앓이'

진도지코인은 아직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암호화폐다. 아직 개발 중인 암호화폐는 통상 암호화폐 교환을 위한 분산형 금융 프로토콜인 '유니스왑'이나 웹 브라우저 암호화폐 지갑인 '메타마스크'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진도지코인 같은 경우,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더리움을 구매한 뒤 메타마스크를 통해 진도지코인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암호화폐 거래소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자가 공개하지 않는 이상 개발자의 신상이나 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알 방법이 요원하다. 진도지 코인처럼 개발자가 중간에 개발을 중단하거나 팔아버리고 잠적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요원하다. '탈중앙화'의 맹점인 셈이다.

실제로 홈페이지와 텔레그램 대화방, 트위터 등을 통해 진도지코인을 홍보하던 진도지코인 개발자는 이더스캔에 따르면 13일 오전 1시쯤 전체 물량의 15%를 매도하고 잠적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같은 수법을 양탄자(rug)위에 사람을 올려두고 당겨(full) 쓰러트린다고 해 '러그풀'(Rug full)이라고 부르고 있다.

© 뉴스1

◇"경찰·변호사도 방법이 없다더라"…푸념과 한탄뿐인 피해자방

진도지코인 피해자방을 통해 <뉴스1>은 피해자인 김채원씨(38·가명)와 최태인씨(41·가명)를 만났다.

이들은 디파이(Defi·Decentralized Finance) 관련 커뮤니티와 기사를 통해 진도지코인을 처음 알게됐다고 말했다.

수원에 거주 중이라는 최씨는 "진도지코인이 상장은 안됐지만 글로벌 암호화폐 가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이나 코인게코 같은 곳에도 빠르게 등록하는 등 개발자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여서 진도지코인을 300만원어치 샀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김씨도 "사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진도지코인에 투자했다"며 "기사를 보고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이것저것 보다가 도지코인에 투자했다가 수백억원을 벌고 퇴사했다는 '찌라시'가 돌았던 대기업 연구원처럼 되겠다는 꿈에 월급을 넣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들은 "솔직히 개발자가 누군지도 전혀 모르는데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들지 않는다"며 허탈해했다.

실제로 개발자의 러그풀 이후 진도지코인 투자자들은 곧바로 대책방을 만들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발자를 잡거나 피해를 복구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씨는 "경찰서에 찾아갔지만, 경찰에서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사기 의도가 있는지 입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도 없을 거라고 했다"며 "변호사한테 상담도 받아봤는데, 진도지코인을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며 허탈해했다.

국내 암호화폐 업계관계자는 "암호화폐 투자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라며 "특히 거래소조차 통하지 않는 암호화폐는 더더욱 잘 알아보고 투자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진도지피해자들이 만든 피해자모임방에서 피해자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 뉴스1

◇"덜떨어진 사람 취급받을까봐 주변에 말도 못해"…냉가슴 앓이만

이처럼 '법'과 '제도'의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는 진도지코인 피해자 모임은 공동소송, 단체 신고 등 법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목소리로 시끄러운 다른 피해자 모임방과는 달리 조용했다.

여러 피해자들이 피해자모임방을 찾아왔지만 '방법이 없더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우울해하거나 '스캠' 암호화폐를 알아보지 못하고 수백만, 수천만원을 투자한 스스로를 책망하다 나가곤 했다.

남아있는 피해자들은 '내가 바보였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속이 뒤집어져서 미칠 것 같다'고 푸념하기 위해 피해자방에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김씨는 "차라리 다른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잃었으면 가까운 사람들한테 말이라도 할텐데, 진도지코인 같은 스캠에 낚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덜떨어진 사람 취급받을 것 같아 주변에는 말도 못하겠다"며 답답함을 표했다.

또 일부에서는 진도지코인 개발자가 과거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 사건을 일으켰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개발자로 지목된 인물을 찾아가서 가만두지 않겠다며 '사적제재'를 언급하며 울분을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그림 가격이 떨어졌다고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고 발언하며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가격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과 달리, 누구도 정부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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