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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② 안재욱 "아내 최현주, 악역 적극 추천…결혼 후 책임감 더 생겨"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1-05-21 08:00 송고
안재욱/제이블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안재욱/제이블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지난 19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극본 최란/연출 최준배)는 극 초반 배우 안재욱의 강렬한 연기 변신으로 화제였다. 안재욱은 '마우스'로 지난 2016년 8월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 이후 약 5년 만에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는 그의 대표작인 '별은 내 가슴에' '안녕 내 사랑' '오! 필승 봉순영' '미스터 굿바이' 등에서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우스'에 등장했다.

'마우스'는 자타 공인 바른 청년이자 동네 순경인 정바름(이승기 분)과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향해 달려온 무법 형사 고무치(이희준 분)가 사이코패스 중 상위 1%로 불리는 가장 악랄한 프레데터와 대치 끝, 운명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모습을 그려낸 본격 인간 헌터 추적극으로 평균 5%대 시청률을 유지, 마지막회가 6.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장르물로서는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마우스'에서 안재욱은 천재적인 뇌신경외과 의사 한서준 역을 맡았다. 한서준은 만삭의 아내 성지은(김정난 분)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온화하고 따뜻한 남편으로 등장했으나, 사실은 연쇄 살인을 일삼는 헤드헌터라는 반전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가 성지은을 통해 진범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본색을 드러낸 표정 변화는 '마우스'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로 남기도 했다.  

안재욱은 출연 제안을 받자마자 "아무런 조건을 걸지 않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분량을 떠나 캐릭터의 임팩트가 컸고,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악역임에도 이 역할의 배우로 자신을 떠올려준 최준배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고 고백했다. 데뷔 28년 만에 처음 도전한 악역이지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이 자신보다 한서준 캐릭터에 대해 반응하는 것을 보고 기뻤다고도 털어놨다. 그리고 안재욱은 "정말 마음 속으로 오디션처럼 임했었다"며 초심으로 돌아간 진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안재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재욱/제이블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안재욱/제이블 엔터테인먼트 © 뉴스1
<【N인터뷰】①에 이어>

-정바름이 한서준의 친아들이란 걸 알고 연기했나.

▶저는 알고 했다. 다만 요한이와 바름이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가 어떻게 풀어갈지 몰랐다. 배우들도 찍으면서 많이 궁금해하고 그랬다. 서로 추리하듯이 어떻게 풀까 그런 얘기도 많이 했다. 그래서 최란 작가가 참 대단한 것 같다. 쫓기듯이 나오는 대본이 아니라 7~8부를 촬영하면서도 뒷 부분 신을 미리 암시를 주더라. 이야기가 이미 끝날때까지 계산이 돼 있는 상태였다. 시청자들은 떡밥을 너무 많이 뿌린다 하지만 작가가 후반까지 이미 계산이 끝난 상태였다. 저는 이야기를 감으로 그냥 대충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바름이가 제 아들일 거다 알고 있었다. 작가와 연락을 잘 안 하는데 19회 대본을 받았을 때 대화를 했다. 한서준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아야 할 것 같다 했더니 작가님이 설명해주시더라.

-참고한 악역이 있었나.

▶특정 이미지를 참고한 것은 없고 연출과 대화를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과하게 힘이 들어가 보이지 않을까 해서 힘을 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무섭고 강하게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꾸민다면 밸런스가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오히려 힘을 빼려고 했다.

-악역 도전에 대한 아내 최현주 배우의 반응은.

▶오히려 처음에 하겠다 하고난 뒤 마음 속으로 '옳은 선택이었나' 고민했을 때 아내가 적극적으로 추천을 했다. '괜찮을까' 했더니 '나는 오빠의 팬으로서도 오빠가 이런 역할을 하면 더 좋아할 것 같은데'라고 했다. '나도 궁금하니까 해보라'고 하더라. 재밌었던 건 촬영 당시에 아내가 둘째를 임신해서 만삭이었었다. 1회에서도 만삭인 아내와 행복한 가정 꾸리는 것처럼 이야기가 가다가 상황이 반전되는데 첫 방송 시기와 둘째가 태어난 시기가 거의 겹치고 비슷하더라. 드라마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내일모레 출산하는 만삭의 아내가 첫 방송 봐도 될까 했다. '그냥 몰아보기로 보라'고 했다. '마우스' 1회가 임산부, 노약자 시청 금지라서 보지 말라고 했는데 '드라마인데 어때'라고 했다. 그러다 둘째가 예정보다 2주 빨리 나왔다. 드라마가 3월1일이 첫 방송인데 2일날 아이가 나왔다. 아이를 출산하고 아내가 병실에서 편안하게 같이 드라마를 봤다.

-남편의 악역 변신에 대해서는 뭐라 했나.

▶아내는 드라마의 열혈 팬이었다. 평소에 집에서 TV를 잘 안 보는데 '드라마 재밌다'고 꼬박꼬박 다 챙겨보더라. 다음 이야기를 너무 궁금해 하는데 절대 말 안 해줬다.(웃음) 은근슬쩍 '누구랑 찍는 거냐' '뭐 찍는 거냐' 떠보는데 누구랑 찍는지 모른다고 안 알려줬다. 그래서 제일 궁금해 하더라. 끝날 때까지도 한마디도 안 했다. 마지막회에서 바름이한테 죽고 다음신 넘어간 다음에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웃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마우스'를 한다 했을 때 반응이 반반이었다. 드라마의 내용을 자세하게 모르는 사람들은 역할 비중이 작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 비중이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해야지 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사람도 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는 다들 좋은 결정이었다고 얘길 많이 해준 것 같다.

-참혹한 결말을 맞이했는데. 결말에 대한 생각은.

▶한서준이 죽는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어떤 식으로 죽을지는 몰랐다. 방송이 아니었다면 저는 더 참혹한 결말도 좋았을 거라 생각했다. 드라마의 수위 때문에 이렇게 끝났는데 한서준이 틀렸다는 걸, 더 참혹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걸 보여주고 끝났다면 더 통쾌하지 않았을까. 헤드헌터라 불린 그가 가장 참혹하게 당하면 조금 더 통쾌감이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 신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방송 표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처리 방법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사실 배우들과 붙은 신이 많지도 않지만 모두 너무 고생하고 있으니까 나랑 찍을 때만이라도 편안하게 잘 맞춰서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힘들게 찍으니 안쓰럽더라. 거의 밤을 새우고 그러니까 아침에 입이 안 돌아갈 정도로 힘들어해서 안쓰럽더라. 그래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연기 잘 해주는 것 밖에 없더라. (이)희준과 작품 이번에 처음 하는데 초반에 접견신을 찍었는데 '선배님 연기하는 기분이 많이 듭니다'라고 '연기할 맛 나네요'라고 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안재욱/제이블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안재욱/제이블 엔터테인먼트 © 뉴스1

-또 도전해보고 싶은 새로운 캐릭터가 있나. 악역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지.

▶나는 앞으로 나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는지 기대감 속에 산다. 늘 해왔던 역할을 또 하는 걸 원래 안 좋아하기도 한다. 또 다른 작품에서 악역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선을 그어놓지 않고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어떤 무대가 됐든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크다. 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는 것도 나지만 나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궁금해하는 것도 나이기도 하다.  

-무대 활동을 주로 해왔었는데, 다시 매체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도 있나.

▶저는 장르 구별 없이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 참여하고 싶다. 저는 경력에 비해 다작을 한 사람이 아니다. 몇 개월을 밤 새우고 하는 걸 하면 공허해지고 멍해지고 그럴 때 정말 쉬고 싶기도 했다. 에너지를 연달아 쏟아붓는 걸 힘들어 했는데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며 책임감도 많이 들기도 한다. 남자에서 아빠가 된 느낌이다.

-곧 데뷔 30년도 앞두고 있는데 실감하고 있나.

▶3년 정도 있으면 30주년인데 이런 건 사실 실감을 못한다. 나는 늘 보던 사람들과 일하고 하니까. 그런데 후배가 '선배님' 하면 '형이라고 하라'고 한다. 그러다 내가 데뷔한지 20년 넘었다 하면 후배가 '헉' 한다. 후배가 스물 몇살이니까 내가 활동한지 20년 넘었다 하면 정말 놀란다. 젊었을 때 본 형들을 떠올려 보면서 '형들의 모습이 어땠지' 했는데 나도 그 형들이 어려웠던 것 같더라. '내가 벌써 어렵고 말 붙이기 힘든 그런 위치가 됐나' 했다. 그래서 늘 잘 조율을 하려고 한다.

-연기 원동력은.

▶할줄 아는 일이 없고 다른 재주가 없다.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연기다. 이 분야가 아닌 새로운 도전 꿈도 못 꿨다. 내가 관심 있고 잘 알고 재밌어 하는 건 이쪽에 관계된 일이지. 가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가서 살고 싶다 하다가도 '가서 뭐하지?' 생각해보면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정말 많은 인생작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출연을 결정했던 드라마들은 다 인생작이다.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인기를 얻는 것도 굉장한 것이지만 드라마 한 편으로 한방에 훅가는 것도 본다. 했던 드라마들이 매번 시청률이 높다보면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이 불편할 정도로 부담이 된다.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오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약간이라도 떨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거봐'라는 반응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희안하다. 한 작품으로 이만큼 모으는 건 힘든데 잃는 건 너무 쉽다. 그런데 '마우스'를 하고 나서는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 젊은 시청자들은이제 절 잘 모르는데, 그들에겐 TV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 제일 유명한 사람이다. 오랜만에 방송을 하면 '누구지?' 하더라. 종종 '친구'라는 노래를 발표한 가수로 알기도 하더라. 또 어떤 친구들은 제가 더이상 가수를 안 하고 뮤지컬만 하는 배우로 안다. 이번에 '마우스'를 하면서 젊은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어필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시청자가 있어야 배우들이 존재하는 거니까 기회가 되면 많이 보여드릴 계획이다.

-'마우스'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최준배 감독에게 너무 고맙다. 나를 생각해줬던 시작이 없었다면 결과도 없었다.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제일 기억에 남고 제일 고맙다. 현장서 많은 대화를 통해 같이 의논해준 감독이다. 이번 작품이 어떻게 보면 제게도 소중한 기회였다. 안재욱의 다양성에 대한 또 다른 시발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웃음) 이 모습으로 그나마 조금이라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또 '마우스'를 시청하셨던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보통 '재수없어' '못됐어' '싫어' 이런 악역도 많지 않나. 그런데 '욕을 안 하네?' 했다.(웃음) 제가 출연을 안 하고 있어도 모든 등장인물이 한서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인물이 세더라. '마우스' 안에서 '마우스' 시청자들만의 독특한 색깔이 같이 형성된 것 같다. 앞으로 열심히 더 잘 해야겠다.(웃음)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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