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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자 선별복지'로 둔갑한 카카오 포상…업계 "평가 시스템·신뢰 문제"

성과와 무관한 일회성 호텔 숙박권 포상책 노조·커뮤니티서 왜곡·확산
"조직장 자의적 추천이 더 문제" "회사-직원 '불신'이 갈등근본 불씨"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1-05-21 07:45 송고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의 모습. © News1 조태형 기자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의 모습. © News1 조태형 기자

카카오가 조직장 추천을 받은 크루(직원) 70여명에게 호텔 숙박권을 '포상'한 것이 '고성과자 선별복지' 논란으로 둔갑했다.

업계에선 포상 제도 자체보단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평가 시스템과 회사와 구성원 간 '불신'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1분기 각 실 단위 조직장 추천을 받은 본사 직원 72명을 대상으로 서울 시내 호텔 2박 숙박권을 지급했다.

포상 대상은 성과와 별개로 과중한 업무가 몰린 직원. 카카오 관계자는 "조직 내 번아웃(탈진)이 우려되고 재충전 필요한 직원을 추천받아 가족들과 쉴 수 있도록 숙박권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미 휴양시설 복지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카카오는 이를 축소하거나 선별적으로 운용하지 않는다. 회사는 이번 숙박권 제공 정책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이후 임직원의 의견을 반영해 시기와 대상 선정 등을 구체화해나갈 예정이다.
한 마디로 성과와 무관한 일회성 포상 정책이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고성과자 선별복지 논란으로 왜곡·확산한 것이다.

제주도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 (카카오 제공) 
제주도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 (카카오 제공) 

◇ "성과 무관한 포상이 더 문제"

업계에선 카카오의 이번 정책을 두고 포상 대상자 선정 기준이 모호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논란이 커지자 조직장이 성과와 관련 없이 추천한 직원 대상이라고 해명했는데, 성과 연동이 아닌 조직장의 자의적 추천이라면 더 문제"라며 "조직장이 해당 직원을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만큼 그 사유가 제각각 인데다 업무와 동떨어진 사적인 감정이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상이란 기본적으로 사내 '공지'를 해야 한다"며 "회사가 일부 직원에 포상을 했는데 이를 해당 직원 외 다른 구성원은 몰랐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상도 평등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일 많이 한 직원을 쉬게 해주려다 봉변당한 카카오"라면서도 "내부 이슈가 노조를 매개로 촉발되고 커뮤니티 상에서 증폭되면서 왜곡된 게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고 했다.

◇ "'불신'이 갈등 불씨"

카카오의 평가·보상 시스템 자체에 대한 내부 불신 탓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카카오에선 지난 2월 내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블라인드에 자신이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토로와 함께 유서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면서 인사평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게시물을 계기로 카카오가 동료를 상대로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를 조사하고 결과가 당사자에게도 알려져 압박과 스트레스를 준다는 내용의 후속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카카오는 이와 관련해 3월 본사 전직원을 대상으로 인사 제도 관련 의견을 나누는 오픈톡에서 동료·상향평가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표현 방식은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인식을 주는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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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블라인드 글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인사평가 문제가 부각됐으나 계열사마다 체계가 다른 평가보다 '낮은 보상'에 대해선 직원들이 공통의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의 전직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지급과 달리 카카오의 선별적 스톡옵션 부여도 입길에 올랐다. 최근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이후 처음으로 전직원 대상 스톡옵션 부여를 결정했다.

IT 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내부 공지를 했더라도 회사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이런 걸 왜 하냐', '누구 챙겨주는 거냐. 명단 공개해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며 "기존 처우나 보상, 스톡옵션에 대한 불만이 연결된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와 구성원 간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내려지는 의사결정으로 결국 피해 보는 건 직원"이라며 "스톡옵션의 경우 앞으로 전직원이 나눠가질 수 있을 정도의 실적이 안 나오면 모두가 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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