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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의 교통돋보기]'99일간 2번 파업'…약자보호·이익단체 기로에 선 택배노조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2021-05-12 07:00 송고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게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출입을 전면 금지한 강동구의 한 아파트와 관련해 택배사에 배송불가 구역 지정과 추가요금 부과 등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021.4.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택배기사 직종은 독특합니다. 자차를 가지고 택배업체와 물류운반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기도 하지만 특수노동자의 지위도 가집니다.

택배배송이란 공통점 외엔 지역에 따라 업무강도도 다릅니다. 이를테면 택배업체에서 산동네 지역을 배정받은 택배기사는 차가 들어가지 않는 골목길을 오르내립니다.

◇신규 입규 대단지 아파트, 주문물품 많아 택배업체 '황금시장' 

40㎏짜리 쌀 포대나 12개들이 생수통을 배달한다면 생각만해도 진땀나는 일입니다.

반면 대단지 아파트를 맡은 택배는 한결 낫습니다. 신규 대단지엔 필요한 물품주문이 많으니 배송 1건당 비용을 받는 개인사업자에겐 '황금시장'입니다.

이중 공원화 아파트 단지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공원화 아파트는 단지 내 도로에서 잦은 아이들의 사고를 막기 위해 통상 지상에 설치한 주차시설과 도로를 모두 지하화한 곳입니다. 당연히 단지 내 어린이 차량 사고를 우려한 신혼부부나 가구가 이를 염두에 두고 입주했겠죠.

택배배송에 문제가 생긴 고덕도 그런 공원화 단지 중 하나입니다. 원래부터 공원으로 꾸려진 지상에 오가던 택배차량을 지난 4월부터 거부한 것이죠.

이 과정이 알려지며 여러 분쟁이 발생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차분히 진행됐습니다.

중재를 맡았던 정부에 따르면 택배업체는 주민들과의 합의 하에 해당지역 택배차량 13대 중 10대를 지하주차장 출입이 가능한 저상차량으로 교체했습니다.

배송 물건이 많고 편리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향후 수익을 고려하면 고객인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왔던 까닭이겠죠.

하지만 택배배송 분쟁은 택배노조가 목소리를 키우면서 2라운드에 접어듭니다. 노조는 언론을 통해 주민들이 손수레 배송 등의 요구를 했다며 '하루 2만보-20㎞ 손수레 운반' 등의 장면을 보여줍니다.

대안으로 제시된 저상차량은 허리를 숙여 짐을 꺼내며 주민들의 요구가 택배기사의 근무강도를 높인다고 지적합니다. 택배기사가 배달 중 전단지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무단침입죄로 고발했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저상차량은 물건을 빼는 문이 탑차의 옆에 나 있어 굳이 허리를 숙여 깊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무단침입죄 고발도 '폭탄설치' 협박으로 단지 내 보안요원을 늘린 상황임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 2명이 아파트 공동현관문으로 들어와 유인물을 넣다 달아났고, 보안요원이 붙잡자 사실을 부인한 뒤 경찰 호출 뒤에야 시인한 점도 생략됐습니다.

이쯤 되면 지상출입 금지와 저상차량 요구 외엔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이 없다는 주민들의 증언과 언론 앞에서 '20㎞ 손수레 운반'을 보여준 택배노조의 주장은 최소한 진위 여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상 도로 출입제한 아파트 배송 문제로 파업을 추진했던 택배노조가 일시적 파업 유보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배송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택배노조는 정부가 지상도로 출입제한 아파트들의 배송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해옴에 따라 파업을 일시 유보한다고 밝혔다. 2021.5.1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소비자 주민 대상 파업한 택배노조…분쟁 대신 문제해결 동참해야 

지난 설 연휴 전 당시 파업을 선언했던 택배노조가 7일 99일 만에 다시 택배파업을 결정했습니다.

이어 '극적타결'을 선언한 연초보다 하루 더 긴 3일 만에 정부의 협의체 구성 제안을 근거로 파업 유보를 밝혔고요. 물론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즉시 파업에 돌입할 것이란 '준엄'한 경고도 함께 합니다.

2번의 '택배사태'를 지켜보는 저로선 노조가 정말 원하는 것이 협의를 통한 문제의 해결인지, 분쟁 확대를 통한 '목소리' 키우기인지 의문이 듭니다.

연초 택배업체가 택배분류인력의 확보를 약속하고 노사간 협의가 사실상 완료된 시점에서 파업을 선언한 것이나, 저상차량을 수용한 택배업체의 노력을 두고 진행된 노조의 행보는 더욱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2700여명의 우체국택배 직원을 제외하면 실제 민간택배 종사자의 6%에 불과한 택배노조가 이익단체를 넘어 약자의 대표로 기록되기 위해선 사회적 '갈등'보단 문제해결에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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