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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도 억울한 데 집주인 체납 세금까지 내라뇨?…예비신랑 사연

결혼 1년 앞둔 A씨, 집주인 체납세금 때문에 전셋집 압류당해 국민청원
"경매 통해 낙찰받아도 집주인 체납세금 대납할 판…국세기본법 개정해야"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2021-05-10 06:10 송고 | 2021-05-10 08:30 최종수정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임대사업자인 집주인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졸지에 전셋집을 압류당한 세입자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된 것도 모자라 집주인의 체납세금까지 떠안게 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결혼을 1년 앞둔 예비 신랑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힘 없는 서민 임차인 두 번 울리는 국세기본법 개정을 요청합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A씨는 2019년 9월 서울 은평구의 신축 빌라를 구해 2억3000만원에 2년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집주인은 바뀌었고 A씨는 새 집주인이 요구한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문제는 몇 달 뒤에 발생했다. 새 집주인이 2020년도 종합부동산세 7억원을 체납해 세무서에서 A씨가 살고 있는 집을 압류한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새 집주인은 서울, 경기, 인천 등에 빌라와 오피스텔 등 200~300여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였으며 A씨의 전셋집과 같은 압류 사례가 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집주인에게 자초지종을 따지기 위해 연락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만 탓하고 오히려 A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집을 팔려면 과태료 3000만원을 내야 하는데 대신 과태료를 내주면 집을 팔아주겠다'라는 황당한 제안까지 했다.
졸지에 결혼자금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날리게 생긴 A씨는 결국 전세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매를 통해 집을 직접 낙찰받은 뒤 거주하거나 다시 팔아 전세보증금을 되찾으려는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집주인의 체납세금이 A씨를 다시 울렸다. 경매를 통해 집을 낙찰받더라도 집주인이 체납한 종부세를 낙찰자인 A씨가 우선 변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기본법상 상속세·증여세 및 종부세는 전세권·질권·저당권 또는 가등기의 설정을 등기 또는 등록한 일자와 관계없이 항상 다른 공과금이나 그 밖의 채권에 우선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국세청에 물어보니 종부세는 전체 재산총액 중에 해당 부동산의 재산가액이 차지하는 비율대로 나눈다"며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는 약 550만원이 변제 대상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2020년도분 체납 종부세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임대인이 2021년도분도 내지 않는다면 결국 종부세는 두 배가 된다"며 "2020년도분에는 매일 0.0025%의 가산세가 붙어 약 1000만원의 세금을 대납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른바 깡통전세 피해를 당한 뒤 보증금을 제대로 다 찾지 못하는 A씨와 같은 사례는 더 있다. 세금뿐 아니라 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 세입자가 은행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서민들의 깡통전세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1월 세입자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 주택도시기금의 보증금 융자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보증금의 최우선변제 범위와 기준을 법무부가 아닌 국토교통부 소속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김진애 의원실에 따르면 임대차분쟁조정 신청 건수의 97%는 3억원 미만 서민주택이다. 하지만 현재 주택임차보호법에 따라 다른 권리관계보다 최우선으로 변제해주는 최우선변제금액 대상은 서울의 경우 1억5000만원이며, 변제금액도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하다.

A씨는 "제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마치기 전에 이미 발생한 세금이라면 인정할 수 있지만 제가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행한 조치보다도 늦게 발생한 임대인의 종부세로 인해 저에게 이러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서는 종부세가 국세고, 국세는 국민 모두를 위한 공익적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공익의 이름으로 개인의 재산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보면 국민의 입장에서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다"며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경매를 신청하고, 또 본인이 직접 낙찰받은 경우에는 임차인의 경매보증금에서 당해세를 우선 변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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