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인터뷰] 태극기 세리머니 황인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힘 주고파"

늘 태극기 스타킹과 태극기 신가드 차고 뛰어
눈길 달리며 훈련하다 부상 당했지만 피나는 재활로 극복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1-05-08 11:12 송고
골을 넣은 뒤 활짝 웃는 황인범(루빈 카잔 캡처)© 뉴스1
골을 넣은 뒤 활짝 웃는 황인범(루빈 카잔 캡처)© 뉴스1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루빈 카잔에서 활약 중인 황인범이 멋진 골과 의미 있는 세리머니로 한국 팬들에게 힘을 전했다. 황인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우리 국민들이 모두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황인범은 지난 1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디나모 모스크바와의 2020-21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에서 후반 35분 쐐기골을 터뜨렸다.

상위권 순위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꼭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는데, 한 명이 퇴장당해 밀리던 상황에서 터뜨린 값진 골이었다. 더해 골키퍼의 품에 거의 들어가다시피 했던 공을 끝까지 따라가 만든 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했다.

황인범은 득점 후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눈 뒤, 태극기가 그려진 스타킹을 가리키며 국내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세리머니를 했다.

'뉴스1'은 황인범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골과 세리머니에 대한 뒷이야기는 물론, 긴 부상을 이겨내고 완벽하게 부활하기까지의 심정을 들었다.

황인범은 "(동료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우는 힘든 상황이었고, 4-4-1로 포메이션을 바꾸면서 (본 포지션이 아닌) 측면 윙으로 뛰고 있었다"고 득점 전 상황을 설명한 뒤, "평소 감독님이 윙어들에게 가운데로 좁혀 들어가 세컨드 볼을 노리라고 주문했다. 나는 윙은 아니지만 윙으로 뛸 때는 그 주문대로 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서, 가운데로 파고들어 갔다"고 말했다.

사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그 공은 황인범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수비수와 골키퍼에게 더 가까웠다. 그럼에도 황인범은 끝까지 달렸다.

그는 "열심히 달려간 덕분인지, 마침 수비수가 그 상황에서 실수를 해 주는 운까지 따라줬다. 골키퍼에게 막힐 수도 있었는데, 거기서도 또 운이 따라줘서 공이 다시 흘러나왔다"며 "그래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당시를 회상했다.

득점 후 환호하는 황인범(루빈 카잔 캡처)© 뉴스1
득점 후 환호하는 황인범(루빈 카잔 캡처)© 뉴스1

이 골은 매우 중요했다. 자칫 동점과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황인범의 골이 터진 덕에, 디나모 모스크바가 추격 의지를 완전히 잃었다. 덕분에 카잔은 15승4무9패(승점 49)를 마크, 치열한 상위권 경쟁에서 앞서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권을 향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에겐 이 골이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과 부상까지 겹친 최악의 시기를 이겨내고 돌아와 완벽하게 부활했음을 알린 골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가대표팀 소집에 합류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음성 판정을 받고 소속 팀에 복귀해 12월 골까지 터뜨렸지만, 이번엔 겨울 휴식기 동안 부상이 그를 덮쳤다.

그는 "코로나19로 몸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했던 터라, 겨울 휴식기 동안 국내로 들어와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약 3개월가량의 긴 휴식기 동안 열심히 준비해 후반기를 제대로 치르려 했던 셈이다.

하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대전 월드컵 보조경기장을 따로 빌려 훈련하려고 했는데, 국내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제대로 훈련할 수가 없었다"며 "결국 인조잔디에서 하거나 아스팔트 위에서 스트레칭도 하고, 눈길 위를 달리고 그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망가진 몸을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애썼지만,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한국에서 미끄러운 눈길 위를 달렸던 게 문제가 된 탓인지, 팀 훈련 합류 직후 아킬레스건 부상이 찾아왔다.

그는 "두 달 동안 재활에 매달렸다. 솔직히 힘든 시간이었다"고 고백한 뒤 "다행히 팀에서 배려를 해줬다. 구단 관계자가 '네가 나이가 많은 선수였다면 그냥 뛰게 했을 텐데, 아직 젊고 더 크게 성장할 선수이니, 완벽히 낫고 왔으면 한다'며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그는 성실하게 재활에만 매달릴 수 있었고, 복귀 후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그는 "골을 넣고 그동안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 더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긴 시간 황인범의 피나는 재활을 지켜봤던 구단 트레이너들도 황인범의 골을 제 일처럼 기뻐했고, 레오니트 슬루즈키 카잔 감독 역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황인범을 안으며 "사랑한다"는 장난스러운 표현으로 애정을 전했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황인범(루빈 카잔 캡처)© 뉴스1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황인범(루빈 카잔 캡처)© 뉴스1

한편 황인범은 득점 직후 특별한 세리머니를 했다. 스타킹에 새겨진 태극기를 가리키며 국내 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그는 "왠지 그날따라 골을 넣으면 태극기를 카메라에 비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우리 국민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분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고 입을 연 뒤 "나 역시 피지컬이 뛰어난 러시아 선수들 속에서 내 나름의 장점으로 어필해서 살아남고 있듯이, 우리 국민들도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힘을 내 갖고 계신 장점들을 잘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과 늘 함께 뛴다는 마음도 갖고 싶었고, 국가대표로 뛴 지도 오래돼, 러시아에서 늘 태극기 스타킹과 태극기 신가드를 늘 차고 뛴다"고 덧붙였다.

카잔은 15승4무9패(승점 49)로 5위를 달리고 있다. 한 경기를 더 치른 4위 소치(승점 52)보다 승점 3점 뒤져 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나 유로파리그(UEL) 진출을 위해선 최소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남은 2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온 황인범도 유럽대항전 진출을 향한 욕심과 열망이 크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유럽대항전에 꼭 나가고 싶다"며 "유럽대항전을 목표로 뛸 수 있는 우리나라 선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또한 언급했듯 팀에서 나를 많이 배려해주고 신경 써 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러시아 프리미어리거로서의 생활을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에서 뛴 시간을) 나중에 돌이켜보면 분명 많은 성장을 이룬 시기로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며 "반드시 유럽대항전 티켓을 따고 시즌을 마치는 게 나의 목표"라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tre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