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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이재명-윤희숙 세계여행 1천만원 공방에 "견지망월 마라"

“이 지사 미진학 청년에게도 최소 지원해야 공평하다는 것”
“학력·학벌 차별 구조 반대…진지한 토론했으면”

(경기=뉴스1) 진현권 기자 | 2021-05-06 23:55 송고 | 2021-05-07 00:01 최종수정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일 경기도청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헌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과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경기도 제공)©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일 경기도청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헌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과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경기도 제공)©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간 청년 세계여행비 1000만원 지원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 "제도권 교육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 간의 차이 또는 차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 지사가 고졸 취업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청년 세계여행비 1000만원 지급' 제안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이 지사는 추후 이는 난상토론하는 자리에서 아이디어 차원에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윤희숙 의원은 선심성 포퓰리즘 제안이라고 비판하며, 이 지사의 '4년간 일한 사람과 4년간 대학 다닌 사람 보상이 같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심각한 자기모순이거나 시대를 읽지 못하는 식견'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 기회를 빌려 짚고 넘어가고 싶은 지점이 두 가지 있다"고 언급했다.

첫째로, "이 지사가 밝힌 문제의식은 대학을 다니는 학생에 비해서 대학을 가지 않은 이들에 대한 혜택과 지원이 적어서 역설적으로 차별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보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생 1인당 직간접 재정지원이 수천만원으로 미진학 청년에게도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공평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 지사가 이야기한 대학생 외에도, 예컨대 교육비를 추계하면 중고등학교의 경우에 학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연 1000만원 정도가 지원되는 데 반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비는 54만 원 정도라는 통계가 보여주는 것처럼 학교에 속하느냐에 따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로 서울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 그중에서도 검정고시, 대안학교 등 '학교 밖 학생'을 위한 종합 지원계획을 만들고, '학교 밖 청소년 교육 참여수당' 등을 만드는 식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학에 다니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나 이재명 지사가 제기한 문제의식 자체는 사회 전체로 볼 때 고민할 지점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개인적으로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해 학교 안과 밖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청과 중앙정부 수준에서 각각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에 안 가는 대신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는 이재명 지사의 제안은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정책 제안이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조교육감은 "그 문제의식을 발판 삼아 이러한 차별이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 비용,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고 했다.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만 보고 싸울 일이 아니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및 학벌에 따른 차별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둘째로, "정치인의 말에는 그의 사회경제적 철학이 담겨 있다"며 "'인적 투자를 권장하고 열정을 품게 하기 위해서는 (대졸자와 고졸자 간의 보수 차이가) 적어서도 안됩니다'라는 윤희숙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 나는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한국은 수직 서열화, 최상을 위한 과도한 경쟁, 승자독식이라는 세 가지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이 현상이 대한민국이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수직 서열화에서 수평 사회로, 경쟁 대신 협력으로, 승자독식이 아닌 사회적 연대로 나아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과제이자 나아갈 방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 때문에 잠재력을 활짝 펼치지 못한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을까? 별다른 천연자원 없는, 사람이 최고의 경쟁력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학력 및 학벌에 따른 차별과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희숙 의원의 말처럼 고등교육 동기부여의 관점에서 일정한 차등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학력 및 학벌에 따른 차별 자체를 고정적인 것으로 보고 현재의 거대한 불평등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반대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 새로운 노동환경을 고민해야 하는 지금 우리 사회가 이를 두고 진지하게 토론해 보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언론에서 자신의 4일 청년문제 발언을 비판한데 대해 유감을 표하고,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의 발언(4일 대학미진학 청년 지원 협약식 토론 관련 발언) 전문을 올렸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고졸 취업지원 기반마련을 위한 업무협약' 간담회에서 드린 말씀들이다. 세계일주 체험은 공약 발표나 정책 제안이 아니라 대학 미진학 청년 지원정책을 난상토론하는 자리에서 지원방법의 다양성을 논의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드린 말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심은 형식과 외관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대학진학 유무와 관계 없이 공평하게 지원받아야 하고, 지원방식은 획일적이지 않고 개인적 특성을 고려해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세계여행 1000만원 지원 공약'이라 호도하거나 '포퓰리즘·허경영 벤치마킹'이라며 비난의 소재로 삼고 있다"며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면 어찌 토론이 가능하나. 창의력과 말을 묶는 방식으로는 어떠한 개선도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사이래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청년세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며 "지엽을 왜곡해 본질을 조작한 정치적 공격에 유감을 표한다. 발언 전문을 첨부하니 직접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사탕발림 공약들도 단위가 기본이 1000만원대"라며 "어느 순간에 허경영씨를 초월할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학 안 간 분들이 이 이야기 들으면서 모멸감을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고 개탄할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이 지사가 일종의 차별적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000만원 지원발언에 "선정적 낚시"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도지사님은 '대학 안 가면 1000만원 줘서 세계여행 보내자'고 제안하신 게 아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님과 일부 보수언론이 왜곡된 내용을 퍼뜨리고 그에 기반해 장황한 비판을 내놓는 것이, 마치 먹을 것을 발견한 좀비 같다"고 맹폭했다.


jhk1020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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