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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30대 아들은 왜 아버지에게 망치를 휘둘렀나

정신과 치료 거부하며 집 나갔다 7개월 만에 범행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박종홍 기자 | 2021-05-01 07:00 송고 | 2021-05-01 16:28 최종수정
© News1 DB

2020년 8월25일 오후 10시쯤 박모씨(사망 당시 61세)가 서울 마포구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의 머리, 목, 가슴 등 여러 부위에 손상된 흔적이 역력했다.

세면대 안에는 물이 틀어져 있는 샤워기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망치가 들어있었다. 화장실 문 앞 바닥에는 닦인 형태의 혈흔이 발견됐다. 범행 직후 누군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망치를 세척하고 바닥을 닦은 것이다.

박씨를 처음 발견한 건 첫째 아들이었다. 아들은 며칠 동안 연락 두절이 된 박씨를 찾으러 박씨 집에 방문했다가 싸늘한 주검이 된 아버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아들이 박씨로부터 마지막 연락을 받은 때는 같은 달 23일 오전 9시15분쯤. 박씨는 아들에게 대뜸 "아버지 잠시 친구들하고 여행 좀 다녀올거야"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멀리 가세요?" "얼마나?"라고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출동한 경찰은 타살로 판단했다. 박씨의 사인은 두부 다발성 골절 및 경부 절창(끝이 예리한 물체로 목이 상처 입는 것)이었다.

집 밖의 CCTV는 같은 달 22일 밤 박씨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한 남성을 차에 태운 채 귀가한 박씨는 이 남성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숨진 박씨와 평소 친분이 있으며 박씨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신고자인 박씨의 첫째 아들에게 이 남성 사진을 보여줬다. 첫째 아들은 이 남성의 정체가 자신의 동생 A씨(32)라고 주장했다. 걸음걸이가 A씨와 비슷하고 박씨가 집에 함께 들어갈 만큼 친밀한 젊은 남성은 A씨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가 제3자에게 출입문을 열어줬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박씨는 사망 당시 하의로는 반바지만 입고 상의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발견됐는데, 이런 차림으로 다른 사람을 응대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경찰은 첫째 아들의 진술을 근거로 박씨와 A씨의 집 인근 CCTV와 휴대전화 데이터 사용내역, 기지국 조회 등을 통해 범인을 둘째 아들 A씨로 특정했다. CCTV 속 남성의 모습이 A씨와 일치했고 기지국에서 파악한 박씨와 A씨의 휴대전화 위치도 범인이 A씨라고 말하고 있었다.

A씨는 편집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A씨를 피했다. 하지만 아버지 박씨는 A씨를 가까이서 돌보고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2015년 10월 A씨는 박씨가 국가의 사주를 받고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을 감시한다고 생각하고 식칼을 휘두른 전력도 있었다. 당시 A씨는 박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119 구급대원에 붙들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정신병원 입원을 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았던 A씨는 2019년 10월부터는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 아버지 박씨가 재입원을 권유하자 A씨는 이를 거부하며 2020년 1월부터는 집을 나와 혼자 살았다. 그러다 같은 해 8월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범행 후 A씨는 집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이때 '왜 기억이 나나, 모호함, 애매함, 물적 증거 없음, 가족 부모 살인, 잔인성,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심리적 작용'이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A씨는 같은 달 29일 경북 포항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죽은 박씨와는 모르는 사이이며 만난 적도 없고 자신의 이름은 최○○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고아원에서 지냈으며 형제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A씨는 신고자인 자신의 형이 수상하다고도 했다. 재산을 독차지하려 수를 썼다는 것이다.

법원은 병원에 A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의사는 '범행 당시 A씨는 조현병 증상이 재발하고 악화해 심한 정신병적 증상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고 현실 인식과 판단능력이 심각하게 저해된 상태였으리라 생각된다'고 답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지난 16일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아버지를 의심하는 마음을 품고 살해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친부이고 범행수법이 잔혹하다는 점에서 가중됐지만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라는 점에서 참작된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한평생 보살펴 온 아들인 피고인의 손에 의하여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됐고 유족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고 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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