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낡은 규제가 '쿠팡 로켓 혁신' 멈추나…"김범석 총수 지정 결론 D-1"

'실효성·이중제재·역차별 논란' 다양한 문제 양산 우려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2021-04-28 06:12 송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 뉴스1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 뉴스1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기업집단 총수 지정은 IT 기업에 재벌의 탈을 씌워 혁신성장을 막는 행태 입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20년이 넘은 낡은 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코메디이자 넌센스로 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러한 규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세계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남긴 말이다.

◇29일 최종 발표 앞두고 고민 깊은 공정위

쿠팡의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 발표가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9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공정위는 장고에 빠진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는 상위 대기업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자는 취지로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매년 4월 말 전년도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는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를 지배하는 자를 총수(동일인)로 지정한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경우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친인척을 이용한 사익 편취 등을 막고 있다.

문제는 쿠팡은 이런 우려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만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기업 운영이 공개된다. 문어발식 확장과 순환출자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친인척의 사익 편취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미국에 있는 쿠팡Inc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쿠팡 한국법인을 비롯해 쿠팡USA, 쿠팡 베이징, 쿠팡 상하이, 쿠팡 선전, 쿠팡 싱가포르 등 6개 해외 자회사가 연결돼 있다. 이들 자회사는 모두 쿠팡Inc가 100%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친인척이 지분을 보유해 사익을 편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뉴욕증시는 5% 이상 지분 보유 주주는 공개하도록 돼 있어 친인척의 지분 보유 공개는 큰 의미가 없다.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친족(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으로 지정할 대상도 불명확하다. 미국의 경우 친족이 아닌 가족의 개념을 적용하는 만큼 김 의장의 친족을 증명할 방법도 없다.

공정위가 외국인 김 의장의 친족과 경영진들을 규제할 수 있지도 불명확하다. 단순 김 의장의 친족이거나 쿠팡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법에 기인한 공정위가 외국인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총수 지정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하는 전광판 광고가 진행되고 있다. (쿠팡 제공) 2021.3.12/뉴스1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하는 전광판 광고가 진행되고 있다. (쿠팡 제공) 2021.3.12/뉴스1

◇기업 혁신 막는 25년 된 규제, 높아지는 변화 목소리

이중제재와 역차별 등의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이미 규제를 받고 있어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공정위로부터 또 한번의 규제를 받게 되면 이중제재가 불가피하다. 

김 의장이 외국 국적자인 점을 감안할 때 과거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던 관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에쓰오일과 한국지엠(GM) 등의 경우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쿠팡만 총수로 지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으로 인한 통상마찰 우려도 제기된다.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해 규제할 경우 미국인 투자자를 제3국 투자자와 차별해선 안 된다는 한·미 FTA 최혜국 대우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다양한 문제점 등으로 오래된 총수 지정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굳이 총수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을 통해 충분한 규제와 견제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제안서를 발표했다. 제도 도입 근거인 경제력집중 억제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과도한 규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김 의장 총수 지정을 강행할 경우 통상마찰 우려는 물론 외국계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실효성 없는 규제를 강행하는 것보다 투자 활성화, 고용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jh13@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