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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은성수 "암호화폐 거래소 200개"…정말 200곳이나 될까?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1-04-30 06:30 송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라는데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곳에 육박한다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암호화폐 거래업계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가 구체적인 업계 구분이나 현황 파악 없이 무작위 때려잡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라는데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들이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에 사업)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25일부터 시행된 특금법 개정안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빗썸, 업비트 등) 등을 '금융회사'로 보고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관련 기업은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암호화폐 거래업을 영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관련 사업자들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개설(단 암호화폐와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는 사업자는 예외)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은 위원장의 발언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에 사업자를 신고해야 하는 거래소는 최소 200곳에 달한다. 그러나 은 위원장이 주장한 200곳은 민간 기업의 조사결과를 인용했을 뿐, 금융위원회 자체적인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 금융위원장이 발언한 '거래소 200곳'의 근거에 대해 금융위원회 측은 "일부 민간 컨설팅 업체들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100~200개로 추산하고 있어 그렇게(200곳이라고) 발언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융당국 입장에 울분을 터트린다. 당국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에 대한 이해도, 구분도 없이 관련 사업자 전체를 '거래소'라 통칭하며 마치 암호화폐 거래소가 난립해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매체가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 수를 100곳~200곳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암호화폐 발행업체, 심지어는 다단계 암호화폐 발행회사 등을 포함한 수치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20곳 내외"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블록체인협회에 회원사에 이름을 올린 거래소는 13곳 남짓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를 집계하지 않는 상태인 데다 '영업 중인 가상자산 사업자'의 기준도 없는 상태"라며 "2017년~2018년 암호화폐 투자열풍 당시 우후죽순 생겨난 암호화폐 거래소, 연구소 등을 포함해 100곳~200곳을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에 대한 폐업 체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불공정약관 조사'를 하겠다는데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현황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거래소 관리를 위한 리스트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업계는 암호화폐 개발사(암호화폐 발행기업)와 수탁사업 업체, 장외거래(OTC) 업체 등을 포함하면 국내에서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가 200여곳에 달한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를 무조건 '거래소'로 통칭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에 대한 명확히 구분하고 관련 사업체에 대한 조사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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