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지구의 날 맞아 멍때리러 왔어요, 지구야 우리가 미안해"

국립해양박물관, '海멍海몽, 바다를 생각하다' 개최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백창훈 기자 | 2021-04-22 18:44 송고
국립해양박물관 앞 정원에서 '海(해)멍海(해)몽 행사 참가자들이 앉아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있다.2021.4.21/© 뉴스1 손연우 기자
국립해양박물관 앞 정원에서 '海(해)멍海(해)몽 행사 참가자들이 앉아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있다.2021.4.21/© 뉴스1 손연우 기자

"직장 때문에 바쁘게 지내다 마침 쉬는 날 여유를 갖고 싶어서 멍때리러 왔어요"

부산 영도구 주민 이연승씨(42)는 인터넷에서 '지구의 날'을 검색하다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멍때리기' 행사를 알게됐다며 참가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평소 영도구 바다 인근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부터 멍하게 있으면서 바다오염과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또 뭘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소재 국립해양박물관은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바다를 보며 바다의 위기를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海(해)멍海(해)몽, 바다를 생각하다' 행사를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마음을 정화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날 참가자들 중에는 외국인도 있었고, 대학생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5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받은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싶어서 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동구 주민 장선아씨(52)는 "평소 분리수거 할 때 플라스틱에 붙어있는 비닐 등은 무조건 떼는 등 환경에 관심이 많았고,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격렬하고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커서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길어지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아이들만 챙기느라 많이 우울했는데, 이번 멍때리기 행사를 계기로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고 했다.

국립해양박물관 앞 정원에서 '海(해)멍海(해)몽 행사 참가자들이 앉아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있다.2021.4.21 /© 뉴스1 손연우 기자
국립해양박물관 앞 정원에서 '海(해)멍海(해)몽 행사 참가자들이 앉아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있다.2021.4.21 /© 뉴스1 손연우 기자

행사 시작 10분 전인 오후 2시께 참가자들은 박물관 앞 정원으로 모여들었다. 2m이상의 거리를 두고 앉은 상태에서 '멍 때리기'는 시작됐다.

스피커에서는 바닷소리 등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진행요원들은 15분 간격으로 참가자들의 심박수를 체크하고, 지나가던 시민들은 멍하게 잘 있는 참가자들의 번호표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미리 마련돼 있는 검은색 카드를 들어보이며 포기하는 참가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끝까지 남아 행사에 참여했다.  

약 1시간 30분간 이어진 '멍때리기'는 오후 4시가 넘어서 마무리 됐다. 참가자 이연승씨(42)는 "기분이 개운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다만 봤는데 시간이 금방 흘렀다"고 말했다.

이날 대상을 받은 대학생 홍성진씨(24)는 "별 생각 없이 참여했다"면서도 "끝나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고, 색다른 경험을 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고 주방세재도 안쓰려고 한다"며 "상금으로 받은 상품권은 환경에 도움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찾아보겠다"고 했다.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장은 "'멍'이라는 것은 마음과 정신이 다 비어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며 "비워냄을 통해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 찰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구의 날 을 맞아 오늘 하루만이라도 바다에 대해 생각해보자"며 "지구는 70%가 물로 이뤄져 있어 '수(水)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바다를 비롯한 환경은 먼 미래 후손들의 것이다. 훼손한 우리가 후손에게 미안해야 된다"며 "바다의 위기와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syw5345@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