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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안인득 악몽' 떠올리게 한 공포의 아파트 흉기난동

현행범 체포 뒤 정신병 증세로 6시간만에 석방
피해 가족 결국 이사결심…이웃 주민들도 "불안하다" 호소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2021-04-22 06:46 송고 | 2021-04-22 08:25 최종수정
양주시 옥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아래층에 사는 남성이 윗집으로 찾아가 흉기로 협박하는 모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등) ©뉴스1

지난 20일 오전 6시40분께 경기 양주시 옥정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40대) 부부와 어린 딸(10대)은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대고 현관문을 발로 쾅쾅 차는 소리에 잠을 깼다.

현관 카메라를 통해 확인해보니 아래층 남자 김모씨(47)였다.

층간소음 때문이 아니었다. 김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윗집에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지만 횡설수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뒷짐을 진 채 문을 열라고 윽박 지르던 김씨는 이내 감췄던 두 손을 드러냈는데 양손에는 날카로운 흉기를 쥐고 있었다.

김씨는 흉기를 허공에 휘둘러대면서 A씨 가족에게 "여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 열어"라고 위협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 낮에도 김씨는 윗집에 찾아와 초인종을 눌러댔었다. 당시 A씨는 재택 근무라 마침 집에 있었다.

왜 벨을 누르냐고 묻자 김씨는 "강모 여자를 찾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정중한 어조로 "그런 사람은 여기에 살지 않는다. 잘못 찾아왔다"고 했더니, 김씨는 "나는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다. 그 여자를 꼭 찾아야 한다"면서 현관문 앞을 한참 동안 서성였다.

이상한 기분에 아내 B씨와 이야기했더니 아내는 이틀 전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지난 17일 오전 6시께 B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중 바로 아래층에서 한 남자가 탑승했다. 이 남자는 C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까지 뚫어져라 쳐다봤다고 했다. 바로 김씨였다. 그 이후 김씨는 계속 윗집에 와서 '여자를 찾는다'고 했던 것이다.

김씨는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혐의를 인정했고 자신에게 '망상증'이 있다고 진술했다.

평소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너무 다운되는 기분이 싫어 복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범행동기에 대해 김씨는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파일을 다운 받고 있는데 관리자 여성 강씨가 나를 조종하고 주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관리자가 윗층에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윗집에 찾아가 그 여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웬 남자가 나타나 확인시켜주지 않았다. 화가 나서 다음 날 흉기를 들고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경찰 수사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 김씨는 정상적이었고 차분한 말투여서 언뜻 보면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귀띔했다.

경찰은 김씨의 보호자, 병원 관계자, 정신보건센터 등과 협의해 김씨를 양주시가 아닌 다른 도시의 정신병원으로 강제입원시키기로 결정하고 보호자에게 신병을 인계했다.

양주시 옥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아래층에 사는 남성이 윗집으로 찾아가 흉기로 협박하는 모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등) ©뉴스1

◇ "흉기 든 아래층 남자를 풀어주다니"…기겁한 피해자 가족

김씨는 사건 발생 6시간 만인 오후 1시께 풀려났다. 노모와 함께 사는 양주시의 아파트가 아닌 의정부시내의 가족집으로 갔다.

김씨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접한 A씨 가족은 기겁했다.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나와 가족이 아래층 남자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문제는 지금부터다. 오늘 오후 1시에 이 남자가 석방됐다고 한다. 흉기를 휘두르고 문을 발로 차며 살해 협박을 하던 사람이, 잠시 보기에도 상당히 정신이상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바로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석방됐다고 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진짜로 살인사건이 나기 전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법이라고 한다. 정신이상, 심신미약, 뭐 이런 걸로 조서만 받고 풀려났다고 한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 너무 두렵고 정신이 없어서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믿었던 경찰에서 더 이상 잡고 있을 수 없다고 내보냈다고 하니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와 아내, 딸아이가 제발 살 수 있는 방법을 좀 알려달라. 오늘 밤에 그 남자가 다시 찾아올 거라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그는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했지만 약 1~2주의 심사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장 오늘부터 신변보호가 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식이 알려지자 양주지역 아파트단지들에서는 여기저기 '낯선 남자를 목격했다'는 글이 커뮤니티 곳곳에 게시되는 등 '낯선 이웃 공포증'이 확산됐다.

경찰은 어째서 풀어줬느냐, 꼭 강력사건이 벌어져야 잠재적 강력범죄자를 붙잡을 거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회의원들은 피의자 인권만 존중하냐, 심신미약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일 입원시키려고 했으나 코로나19 검사결과를 기다리느라 하루 늦어져 21일 오전 의정부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형사들이 교대 근무하면서 피해자의 집 주변을 순찰하고 밤새 지켰다. 또한 보호장비 등을 지급하는 등 주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방화·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3). 2019.4.1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진주 '안인득' 방화·살인사건 떠올린 주민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주민들은 정신이상자 등의 강력범죄 우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19년 4월17일 오전 4시29분께 안인득(당시 42)은 경남 진주시 아파트단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밖으로 나갔다.

불이 난 것을 알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안인득은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하는 등 22명의 사상자가 났다.

안인득의 친형은 "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거부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신보건법 제24조가 인권침해 문제로 헌법불합치로 결정돼 폐기된 후 나타난 부작용이다.

안인득은 보호의무자가 없어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진단이나 강제입원이 불가능했다. 경찰과 지자체는 민원 우려로 인해 응급입원에 소극적이었다.

사건 발생 한달 전에도 안인득은 도로에서 둔기를 들고 난동을 피우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안인득은 범행을 벌인 아파트 4층에 2015년 입주한 뒤로 주민들과 자주 다퉜다. 특히 바로 위층인 5층의 최모양(사망 당시 18세)을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며 괴롭혔다.

최양의 집에 여자들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안인득은 최양의 뒤를 따라다녔으며 최양의 집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고 서성거렸다.

최양의 집 현관에 오물을 투척한 일도 있었다.

최양의 가족이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 없이 안인득을 풀어줬다.

결국 안인득의 손에 최양과 주민들은 살해됐다.

◇ "여의치 않지만 이사하겠다"…피해자가 왜 떠나야 하나

양주 사건 피해자 A씨는 21일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여러분의 관심과 걱정에 감사하다"고 밝힌 뒤 "다 포기하고 이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전·월세가 감당되지 않아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양주로 왔다. 이 아파트로 와서 아내와 딸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런 것을 다 포기하고 오직 목숨을 지키고 싶다"며 "정신병원이든 유치장과 구치소든 제발 피의자를 붙잡아달라. 피의자가 없는 안전한 몇 달간 이사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치료를 받은 뒤 풀려나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김씨는 어머니와 둘이서 이 집에 살고 있고 물류회사에 다니는 등 외견상 평범한 회사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지만 김씨가 자의로 떠나지 않는 한 강제 이주시키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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