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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껑충 화이자·모더나 백신 치열한 쟁탈전…韓 영향 받나

이스라엘, 일본, 유럽연합(EU) 등 화이자 백신 추가 구매 계약
유럽 보건당국 등 AZ, 얀센 백신 접종 권고했지만 불안감 여전

(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 최서윤 기자, 박병진 기자 | 2021-04-21 11:28 송고 | 2021-04-21 11:43 최종수정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 AFP=뉴스1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 AFP=뉴스1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존슨앤드존슨,J&J) 백신 모두 '혈전 형성' 부작용이 여러 차례 보고되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세계 각국이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 왜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관심 쏠리나 : 혈전 논란에 휩싸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그 원리가 다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모두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에 항원 유전자를 주입해 체내 변역반응을 생성하는 '바이러스 백터' 기반 백신이다. 두 백신은 일반 냉장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해 유통이 용이하며, 얀센의 경우 1회 접종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각국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실제 항원(바이러스)이 아닌 소량의 유전자를 주입해 항원을 만드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영하 20~80도의 초저온 냉동보관을 필요로 해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에는 사용이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용이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이 각광을 받아왔지만, 최근 두 백신을 맞은 일부 사람들에게서 혈전 형성 부작용이 다수 보고되며 상황은 역전됐다.

◇ 각국들, 발빠르게 화이자·모더나와 접촉 : 최근 각국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스라엘은 20일(현지시간) 모더나와 내년 3차 접종, 이른바 '부스터 샷'을 위한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라엘은 또 화이자와도 백신 추가 공급 계약을 맺었다. 모더나·화이자와의 추가 계약을 통해 이스라엘이 확보한 물량은 1600만회분에 달한다. 이미 확보한 물량을 더하면 이스라엘 전체 인구 약 930만명이 부스터 샷을 맞기에 충분한 양이다.

일본은 화이자 측의 다소 무례한 요구까지 들어주며 백신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일본 백신 업무를 담당하는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 담당장관이 화이자와 추가 공급 계약 협상에 나서려 하자 화이자는 "장관 대신 총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다소 무례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스가 총리는 직접 움직여 화이자와의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고노 장관에 따르면 스가 총리의 이번 협상으로 일본은 16세 이상 국민 전체에 접종할 수 있을 정도 물량의 화이자 백신을 확보했다.

구체적 공급 수량과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내 접종 대상자 1억1000만명이 모두 2번씩 접종해야 한다는 점과 기존 계약 물량(1억4400만회분)을 고려할 때 일본이 추가 확보한 물량은 1억회분가량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은 브라질도 백신 확보에 발빠르게 움직이며 상황 반전을 노리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달 화이자와 백신 1억회분 구매 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추가 1억회분 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도 화이자 백신 1억회분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추가 계약에 따라 EU는 6억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EU 전체 인구 약 4억5000만명의 3분의 2가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할 수 있는 규모다.

또 태국 정부도 화이자 백신 500만~1000만회분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은 이미 화이자측에 추가 구매 의사를 밝혔으며, 사측의 제시 가격 및 계약 조건을 기다리고 있다.

태국은 그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100만회분과 중국 시노백 백신 200만회분을 확보해 올해 말까지 약 7000만 인구의 절반 가량을 대상으로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 폭증하는 수요…공급은 '빨간불' : 이처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생산량은 한정적이라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두 제약사 모두 백신 생산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이들은 '미국 우선' 공급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모더나는 지난달까지 4500만회분을 미국에 공급했고, 7월 말까지 3억회분을 미국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외 지역의 공급망 구축은 1분기 정도 늦어져 계속 확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내달부터 4000만 회분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일정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화이자 모더나에 대한 각국의 러브콜이 쇄도하며 전 세계 백신 수급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나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게서 혈전 형성 부작용이 드물게 발생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다"며 계속해서 해당 백신들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백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커 접종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고, 각 정부 차원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백신'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쟁탈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dahye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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