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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복사 광풍]④ 광란의 '코인열차' 탑승한 20대…눈물의 '돈파쇄'

대박 있는 곳엔 쪽박도 있다…코인의 '양면성'
전문가 "20대 암호화폐 열풍…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1-04-21 06:30 송고 | 2021-04-22 11:32 최종수정
편집자주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거세다. 2017~2018년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가즈아 열풍'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코인에 투자금을 넣으면 넣은 만큼 돈이 복사된다고 해서 '돈복사'라고 불릴 정도다. ‘한탕’을 노리고 불나방처럼 너도나도 투기열풍에 뛰어든다. ‘도박판’이 따로 없다
2021.4.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2021.4.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북 대구에 사는 박모씨(27)는 지난 1월, 암호화폐 사이트에 2000만원을 넣었다. 전세방 계약 후 남은 목돈이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 커뮤니티 정보를 기반으로 이 코인, 저 코인을 유랑한 결과 2000만원은 1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는 자신이 일궈낸 '코인 신화'를 친구들에게 무용담처럼 늘어놓기 시작했다.

박씨의 고향친구 최모씨(27)는 지난 3월, 암호화폐 사이트에 1000만원을 넣었다. 자신만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월 100만원씩 모은 '뭉칫돈'을 쏟았다. 결과는 명백한 쪽박. 다음날 수익률은 -10%를 기록했다. 하루가 지나니 -20%가 됐고, 일주일 후엔 -40%를 기록했다. 최씨는 아직도 암호화폐와 씨름 중이다. 잃어버린 400만원을 되찾기 위해서다.

◇ 코인의 양면

위 두 사례는 실제 암호화폐에 빠진 20대 청년의 이야기다. 코인은 동전이라는 의미다. 동전의 양면처럼 코인도 대박이 있으면 쪽박도 있다. 문제는 20대 청년들의 눈엔 '대박'만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들은 타 연령층에 비해 '암호화폐'를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이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20대의 9.5%는 '암호화폐'라 답했다. 30대(4.3%), 40대(9.4%), 50대(5.2%), 60대(3.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암호화폐에 적극적이었다. 20대 남성은 8%가, 여성은 4.2%가 암호화폐를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꼽았다.

취업준비생 최모씨는 암호화폐가 '유일한 선택지였다'고 답했다. 최씨는 "누구나 떼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5060은 부동산으로, 3040은 주식으로 '한탕'을 노리는데, 우리는 암호화폐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일 뉴스에선 코인으로 650억 벌고 퇴사, 도지코인 4600% 폭등 이야기가 나오는데,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나"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 돈 복사 있는 곳엔 돈 파쇄도 있다

물론 국내 코인 부자의 등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뉴스에 오르는 건 항상 '소수' 사례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중 상당수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에는 '돈복사'보다 '돈파쇄' 인증 게시물이 더 많다.

한 비트코인 투자자는 "실시간 돈 파쇄중. 73.2층이다 살려줘라"고 글을 적었다. 73.2층은 7220만원을 의미한다. 20일 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 1BTC 가격은 67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3일 비트코인 국내 시세가 8000만원을 돌파한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또 다른 알트코인 투자자는 "독 복사라더니 돈 삭제네"라고 글을 적었다. 그는 △칠리즈 △파워랫저 △도지코인 △넴 △이그니스 △비트토렌트 등 8개 알트코인에 투자한 내역을 공개했다. 수익률은 -25%였다.

대학생들의 호소글도 눈에 띄었다. 한 대학생은 "이번 학기 휴학하고 등록금으로 코인 시작했다가 날렸다"며 "코인판의 무서움을 몸소 깨달았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놓지 못한다. 유일한 원금 회복 수단도 암호화폐기 때문이다.

◇ 경제 전문가 '엄중 경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대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며 "어쩌면 당국에서 관리를 해야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성 교수는 "암호화폐는 자산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 다양한 투자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다"며 "가격 변동 위험이 굉장히 큰데 위험을 감내할 정도의 소득이 없는 분들이 투자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도지코인' 열풍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최근 2030세대에서 도지코인이 주목받고 있는데. 해당 코인 특징은 발행량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며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게 기본이다. 도지코인은 가격 그냥 '허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20대들도 코인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코인에 뛰어드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취업도 안되고, 집도 못 사니까 어차피 망한 거 한 번 질러보자는 심리가 크게 반영돼있다. 투자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전체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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