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점자 표기 '0'…시각장애인은 이용 못하는 부산 지하철 자판기

부산 지하철 역사 자판기 198개…선택권 차별 우려
수인분당선 내 320개 자판기 모두 점자 설치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1-04-20 07:40 송고 | 2021-04-20 09:51 최종수정
부산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 역사에 설치된 자판기. 이 자판기에는 점자 표시판이 따로 부착돼 있지 않다.2021.4.19 /©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 역사에 설치된 자판기. 이 자판기에는 점자 표시판이 따로 부착돼 있지 않다.2021.4.19 /© 뉴스1 노경민 기자

지하철을 타기 전 음료 자판기를 사용하는 승객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시각 장애인들은 자판기 표면에 '점자'가 없어 여전히 이용하기 어렵다.


자판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장치도 부재해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산 지하철도 역사에는 총 198개의 음료수 자판기가 있다. 그중 점자가 표기된 자판기는 단 한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취재진이 장애인의 날(20일)을 하루 앞둔 19일 여러 지하철 역사를 둘러본 결과, 점자가 표시된 자판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자판기의 동전 반환기에는 작게나마 표시돼 있기는 하지만, 음료수 앞에 적혀진 점자는 없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판기 점자 표시에 대한 법령도 존재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공중이용시설의 경우 판매기 및 음료대는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형태·규격 및 부착물 등을 고려해 설치해야 한다.

다만 이는 필수가 아닌 권고 사항에 그친다는 점에서 한계점을 가진다.

촉각에만 의존해 생활하는 시각 장애인들 사이에서 선택권을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한지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산지부 주간보호센터장은 "실제로 시각 장애인들이 자판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점자가 없으니 접근조차 하기 어렵다"며 "자판기를 찾는 데까지 보조할 장치도 없는 점도 장애인들이 권리를 박탈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수인분당선 서현역(사진 위), 모란역(아래) 역사 내 자판기에 투명 점자판이 붙어 있다.(독자 제공) /뉴스1
수인분당선 서현역(사진 위), 모란역(아래) 역사 내 자판기에 투명 점자판이 붙어 있다.(독자 제공) /뉴스1

반면 수도권의 경우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일부 자판기에 점자판이 부착돼 있다.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수인분당선 내 320개, 수도권 1호선 및 4호선 내 1206개의 자판기에 투명 점자판이 있다.

코레일유통은 지난 2018년부터 시각 장애인들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모든 자판기에 점자판을 넣기 시작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전 역사 직원들을 상대로 점자판 안내 교육을 실시 중이며, 앞으로 설치되는 모든 자판기에 점자판을 부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 장애인 인권단체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면서 시각 장애인들의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관계자는 "테이프 형식의 점자를 부착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시각 장애인들도 원활하게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공사, 자판기 운영 사업자와 함께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부산교통공사도 시각 장애인 이용객을 위해 모든 도시철도 역사 내 출입 계단 및 교통카드 충전기에 점자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교통공사는 전국 최초로 엘리베이터 이용 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 호출되는 '휠체어 인식 호출'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역사 안내 촉지도를 93개 역에 배치한 바 있다.



blackstamp@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