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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20개 크기 포스코 공장에 80명 직원만 근무하는 이유는

포스코케미칼, 광양 '스마트팩토리' 양극재 전진기지 완성
2030년 양극재 시장점유율 20% 목표…'글로벌 탑티어' 겨냥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21-04-18 12:00 송고
포스코케미칼 광양공장에서 무인운반로봇(AGV)이 제품을 운반하고 있다.(포스코케미칼 제공) © 뉴스1
포스코케미칼 광양공장에서 무인운반로봇(AGV)이 제품을 운반하고 있다.(포스코케미칼 제공) © 뉴스1

지난 14일 찾은 전남 광양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공장은 로봇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넓은 공장 내부에선 설비가 가동되는 소리만 났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무인운반로봇(AGV)은 개당 750㎏인 코발트 원료를 창고에서 사뿐하게 들어올렸다. 원료를 태운 AGV들은 일정한 속도로 줄지어 이동하며 공정 설비까지 분주하게 실어 날랐다. 이 모든 과정은 통합운전실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원격으로 지시했다.

16만5203㎡의 넓이를 지닌 광양공장은 포스코케미칼이 전기차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구축한 야심작이다. 축구장 20개 크기인 이 공장에서 연 3만톤의 양극재를 생산하지만, 실제 근무하는 인원은 현장직과 사무직을 포함해 총 80명에 불과하다. 12대의 AGV를 비롯해 원료 투입 후 제품이 출하되기까지 모든 공정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라서다.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인 '에어슈팅'도 광양공장의 대표적인 스마트 공정이다. 생산 공장과 품질분석실을 강한 공기 압력이 흐르는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제조 현장에서 채취한 제품 샘플 캡슐을 초당 5m의 속도로 빠르게 이송하는 방식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처음으로 도입된 설비다. 공장의 어느 곳에 있든 무작위로 추출한 제품은 에어슈팅을 통해 30초 내에 분석실에 도착한다. 연구원들은 샘플 성분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고 공정·품질 개선에 활용한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에서 에어슈팅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포스코케미칼 제공) © 뉴스1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에서 에어슈팅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포스코케미칼 제공) © 뉴스1

광양공장은 이렇게 핵심 설비인 소성로 내부를 개선하는 등 시간당 가공량을 늘리면서 공정을 최적화했다. 공기 이송장치 등을 적용해 물류의 운반 속도를 높이고, 실시간으로 품질과 제품 정보를 관리하며, 원료 입고와 제품 생산, 출하 관리까지 전 공정을 무인화해 소재 사업에 최적화된 생산 공정과 체계를 갖춘 것이다.

그 결과 원료 투입부터 생산 완료까지 총 48시간에 마치는 등 광양공장의 생산 효율성은 건설 초기인 지난 2018년보다 91% 이상 높아졌다. 공장 관계자는 "방문한 고객사가 가장 관심있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자동화된 공정과 품질관리 체계"라며 "품질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생산원가를 낮추고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광양공장은 연 3만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증설을 통해 2023년부터 연 9만톤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60킬로와트(kwh)급 전기차 배터리 100만대에 쓰이는 양이다. 향후 포스코케미칼은 광양공장에 구축한 공정 모델을 앞으로 증설하는 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상영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공장장이 3·4단계 증설이 진행 중인 부지 앞에서 공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포스코케미칼 제공) © 뉴스1
이상영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공장장이 3·4단계 증설이 진행 중인 부지 앞에서 공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포스코케미칼 제공) © 뉴스1

포스코케미칼은 이런 스마트 팩토리를 국내외로 확대해 양극재 생산능력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2021년 4만톤인 양극재 생산능력은 2025년 국내 16만톤, 해외 11만톤을 구축해 총 27만톤까지 속도감 있게 확대한다.

이는 '2025년에 21만톤'이라는 기존 계획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포스코케미칼의 배터리 소재 시장 1위 달성 시기도 그만큼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030년에는 연간 양극재 40만톤, 음극재는 26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대헌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은 "이를 위해 유럽·미국·중국을 포함해 주요 거점별 해외 양극재 생산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이 삼분하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과 다르게, 양극재 시장은 각사의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지 않는 등 뚜렷한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지난해 기준 10위권인 포스코케미칼은 양산능력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해 2030년에는 시장점유율의 20%를 차지할 계획이다.

하이니켈 NCM 양극재가 제조되는 생산 라인 모습.(포스코케미칼 제공) © 뉴스1
하이니켈 NCM 양극재가 제조되는 생산 라인 모습.(포스코케미칼 제공) © 뉴스1

양산능력 확대와 함께 핵심 원료의 자체 공급에도 나서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우선 포스코그룹의 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양극재 원료인 리튬·니켈·흑연의 공급 체계를 확보했다. 2030년까지 리튬 22만톤, 니켈 1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며 아프리카 탄자니아 흑연광산 지분도 인수했다. 원료부터 양·음극재 생산까지 가능한 소재사는 전세계에서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다. 앞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선 원료 조달 능력이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이를 중심으로 공급망과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런 준비가 가능했다.

포스코케미칼은 글로벌 모빌리티 성장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연 매출 23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 공정 고도화, 양산능력 확대, 원료 자체 공급, 차세대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등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성과 창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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