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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6년전부터 차분히 준비했다

주일외교단에 108회 설명…IAEA로부터도 일찌감치 '지지' 확인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1-04-14 13:55 송고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의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들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의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들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와 외부의 지하수·빗물 등이 흘러들어가면서 현재도 후쿠시마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이 오염수는 원전부지 내 물탱크에 보관돼왔으나, 이르면 2년 뒤부턴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일본 정부가 13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각료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원전 오염수 후속처분 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이 같은 결정이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의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며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미 2013년부터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후속처분 방안을 논의해왔다.

특히 일본 외무성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 이달 13일까지 총 108차례에 걸쳐 주일외교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자국의 오염수 정화 처리 기술,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에 관한 사항 등을 적극 홍보하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2018년 10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 세계 각국을 상대로 오염수 해양방출 문제에 관한 우호적 여론 형성에 나섰던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용사 도쿄전력은 올 3월18일 현재 원전부지 내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가 125만844㎥에 이른다고 밝혔다 (도쿄전력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용사 도쿄전력은 올 3월18일 현재 원전부지 내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가 125만844㎥에 이른다고 밝혔다 (도쿄전력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 정부 내에서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출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건 2016년 6월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작업부회에서다.

당시 작업부회에선 오염수의 후속 처분방안으로 △해양방출과 △대기 중 방출 △전기분해 방출 △지층 주입 △지하 매설 등 5개 안이 제시됐다. 특히 해양방출에 대해선 '최단 기간 내에 가장 저렴함 비용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경산성은 같은 해 전문가 소위원회를 꾸려 도쿄전력과 함께 관련 논의를 계속해왔고, 도쿄전력은 2019년 8월 '후쿠시마 원전부지 내 오염수 저장탱크가 2022년 8월 이후면 가득 찰 것'이란 자체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부지 내엔 작년 12월까지 총 1061개(약 137만㎥)의 오염수 저장탱크가 설치됐다. 그리고 3월18일 현재 이들 저장탱크에 담긴 오염수의 양은 125만844㎥로 전체의 91%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후 경산성 전문가 소위는 작년 2월 '해양방출과 대기 중 방출이 가장 현실적인 오염수 처분방안'이란 내용이 담긴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고, 경산성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1년 간 후쿠시마 지역 어민 등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며 설득 작업을 벌였다.

도쿄전력 또한 이 사이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트리튬(삼중수소) 등 잔류 방사성물질 농도를 바닷물에 희석해 정부 배출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등 해양방출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작년 2월26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원전 폐로 공정 및 오염수 처리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IAEA) © 뉴스1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작년 2월26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원전 폐로 공정 및 오염수 처리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IAEA) © 뉴스1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IMO)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 총회 등 국제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의 공론화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그 반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작년 2월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오염수의 해양방출이 "기술적 관점에서 봤을 때 국제관행에 부합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올 3월엔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과의 화상회담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IAEA는 일본 경산성 소위가 마련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분방안 최종 보고서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NHK가 올 2월 후쿠시마현민 1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 주민 등 관계자가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해 충빈히 토론에 참여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자는 3%, '그렇다고 할 수 있다'는 10.4%였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37.4%,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는 23.8%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IAEA 등 국제사회와 함께 오염수 처리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본의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실제 해양방출 과정에서 다른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 한 결정 자체를 뒤집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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