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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기다리지 않아"…바이든, '반도체 굴기'에 '공격적 투자'로 맞불

中 제외하고 동맹회의…일자리 확보 목적도 뚜렷
韓·대만 점유로 中 갈 길 멀지만 선제적으로 조치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021-04-13 14:48 송고 | 2021-04-13 14:51 최종수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4월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논의하는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4월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논의하는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이 기다릴 이유가 없다."

'산업의 쌀'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와 공급망 탄력성에 관한 최고경영자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을 비롯한 세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반도체 라이벌'로 중국을 콕 집어 겨냥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정부 주도의 반도체 굴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20세기 중반 세계를 주도했고 세기말까지 이끌었으며 21세기에도 다시 세계를 호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제외하고 동맹회의…일자리 확보 목적도 뚜렷

미국은 이번 반도체 대책회의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사업에 제대로 맞불을 놓는 모습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을 해소하려는 차원의 회의로 알려졌지만 그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무겁게 깔렸다.

무엇보다 중국을 쏙 빼놓고 회의를 열었다는 점이 그렇다. 삼성전자, 대만TSMC, 인텔 등 반도체 관련 19개 기업 대표들이 초청된 이날 회의에서 중국 측은 완전히 제외됐다.

이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주요 부품들을 조달하는 데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손을 잡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맹국들과 기술 결집을 추구하는 이른바 '기술 민주주의' 정책이다. 인권과 같은 가치문제로 미국과 동맹국을 한데 묶는 가치외교 전략을 기술분야로까지 가져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올해 2월에도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자동차(EV) 등에 쓰이는 고용량 배터리와 의약품, 희토류 등 주요 광물에 있어 미국 내 공급망이 어느 정도 갖춰졌는지 살펴보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 및 미국의 다수 동맹국·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중국의 경제패권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는 2조 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정책인 '미국 일자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중 500억 달러(56조원)를 반도체 생산·연구 부문에 배정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이는 미국 내 일자리 확보 전략과도 맞닿아있다. 국내외 반도체 제조업체 모두에 미국 내 생산량 확대를 독려함으로써 미래 먹거리를 선도하려는 목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공급망을 구축해 다시는 다른 나라의 자비나 그들의 수요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의미하는 인프라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를 바이든 대통령의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 기반을 닦은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점도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일자리와 같은 부분에 있어 상당한 강조점을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정책은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이 노동자, 중산층 등 평범한 미국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맞춰 구상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1.4.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1.4.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韓·대만 점유로 中 갈 길 멀지만 선제적으로 조치

한편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반도체산업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고 관련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등 반도체 굴기 추진을 본격화했다.

2015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를 포함해 전기차, 항공우주 등 10개 제조업 분야에서 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이나 부품·소재를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 자급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중국은 이를 내수시장에서의 우위를 활용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짰다. 실제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로 꼽히는 SMIC는 2020년 순이익이 전년대비 141.5% 늘어난 것(43억3200만 위안, 약 7444억원)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하지만 70% 자급과 같은 목표는 현 상황으로서는 가시화되기 어려운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의 56%는 TSMC, 18%는 삼성이 주도하고 있다. SMIC는 5% 정도로 집계됐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SMIC는 삼성, TSMC와 격차가 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리고 나선 것은 중국이 막대한 자금 등을 활용해 경제·산업 분야에서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중국을 이겨야 한다'는 미국 내 반중정서를 건드림으로써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으려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금은 미국이 강해지고 단결해야 할 순간이다. 정부와 산업계, 지역사회가 협력해 더 이상 투자에서 뒤처지지 않고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여야 상원의원 23명과 하원의원 42명 명의로 된 '반도체 생산 촉진법'(CHIPS for America program) 지지 서한을 언급하며, 자신이 추진하는 미 제조업 부흥 정책에 초당적 지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을 다시 훌륭한 엔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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