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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업무차량에서 'LH 로고' 가린다고 국민 분노 사라질까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2021-04-13 08:00 송고
서울 강남구 LH공사 서울지역본부에 LH공사 로고가 붙어있다. 2021.3.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강남구 LH공사 서울지역본부에 LH공사 로고가 붙어있다. 2021.3.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업무용 차량에서 LH 로고가 사라진다. 업무용 차량을 막아서고 위협을 가하는 이들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신도시 땅 투기 논란 이후 국민적 분노가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기관의 상징인 로고를 숨기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LH 내부지침은 업무용 차량에 기본적으로 로고를 새기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LH 직원들 사이에선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로고를 빼달라는 요구가 커졌다는 후문이다. 이번 LH 사태로 업무용 차량뿐만 아니라 차량에 타고 있는 직원에게 욕을 하거나, 오물을 던지는 피해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다.

문제가 계속되자 LH는 일부 업무용 차량에 대해선 로고를 가릴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본사와 각 지역본부에 소속된 민원접점 부서의 업무용 차량이 그 대상이다. 보상업무나 주거복지 업무를 하는 부서가 대표적이다.

직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LH의 입장을 고려하면 마땅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LH의 주인인 국민의 공감까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재발 방지를 위한 LH 혁신 방안을 예고했을 뿐 발표는 미루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H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로고 가리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LH는 이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조직 내부의 강력한 혁신으로 공직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원의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이번 조치는 공직 기강 확립 또는 재발 방지와는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LH 업무용 차량과 직원에게 화를 내는 국민이 늘어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작은 원과 큰 원이 마주 보며 붙어 있는 LH 로고는 '소통과 상생', '변화와 성장'을 표현한다. 공기 방울처럼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기업이 되겠다는 임직원들의 의지를 형상화했다. 적어도 로고 때문은 아니다. 대다수가 LH 내부에 파고든 부조리에 분노하고 있다. 오랫동안 반복돼 온 병폐를 끊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LH는 업무용 차량의 로고를 가리는 조치를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구체적인 기한은 정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한시적인 조치로 끝나려면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LH 혁신 방안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차질 없이 추진될 지 두고 볼 일이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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