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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앞두고…공무원 vs 민원인 입장 '팽팽'

광주 5개 구청 내달 1일부터 시행
"쉴 권리 보장 안돼" vs "직업 특수성 고려, 감수해야"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2021-04-11 08:40 송고
지난 9일 낮 12시쯤 광주 남구 송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민원업무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2021.4.9/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지난 9일 낮 12시쯤 광주 남구 송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민원업무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2021.4.9/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공무원의 쉴 권리는 누가 보장해주나요."

지난 9일 낮 12시쯤 찾은 광주 남구 송암동 행정복지센터는 점심시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민원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3분 단위로 찾는 민원인들은 순차적으로 대기표를 뽑아 센터 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고, 10여분 가량이 흐르자 업무를 보지 못한 민원인들로 대기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날은 일반행정 업무 중 제증명을 담당하는 민원부서 공무원이 점심시간에 홀로 근무하는 날로, 모여드는 민원인들을 감당하기에는 벅찬 모습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공무원이 탕비실에서 도시락을 먹다가 나왔고, 음식물을 채 씹지 못한 상태에서 민원인에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며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12시40분쯤 찾은 남구 주월1동 행정복지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반행정과 사회복지 등 5명의 민원부서 공무원 중 2명이 점심시간에 찾는 민원인을 응대했지만, 몰리는 민원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나머지 민원부서 공무원 3명은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가 되기 전부터 자리에 앉았고, 기다리던 민원인들에게 다가가 업무를 재개했다.

송암동 행정복지센터 한 공무원은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그나마 민원인들이 적게 온 것"이라며 "하루 평균 점심시간에만 20여명의 민원인이 방문하고, 밥을 다 먹지 못한 채 업무를 재개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어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법으로 보장받은 점심시간이지만 민원부서 공무원들에게는 지켜지지 않는다"며 "동료 혼자서 업무처리를 하기 힘들뿐더러 민원인들을 위해서라도 오후 12시30분이면 직원 대부분이 자리에 앉아 일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민원부서 공무원은 "점심시간에 민원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점심시간 휴무제'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며 "대민서비스를 진행하는 공무원이라고 할지라도 밥은 제때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점심시간에 민원업무를 본 시민들은 점심시간 휴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직장인 김모씨(35)는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등본을 떼러 왔는데 점심시간 휴무제가 시행되면 직장인들은 연차를 쓰라는 말이냐"며 "공무원들의 어려움은 이해하나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지금처럼 점심시간에도 교대로 업무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이모씨(43·여)는 "점심시간 휴무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오늘 동행정복지센터에 와서 알게 됐다"며 "개인의 권리가 보장받는 시대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맞벌이 부부나 점심시간만 센터를 방문할 수 있는 시민들을 위해서 공무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행정복지센터에 전국공무원노조 남구지부 명의로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을 아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2021.4.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행정복지센터에 전국공무원노조 남구지부 명의로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을 아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2021.4.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전국공무원노조 광주본부는 오는 5월1일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과 법정 외 근무시간인 점심시간에 업무를 본다는 점, 공무원의 쉴 권리가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5개 자치구 구청장은 시행 취지에는 공감하나 점심시간 휴무제로 빚어지는 주민 불편을 우려해 무인민원발급기 등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도입을 보류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노조와 자치구간 입장이 지난달까지 조율되지 못하면서 노조는 동행정복지센터 등지에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한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후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5일 "세상이 바뀌었지만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 시민의 봉사자"라며 "공직자가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야 시민들이 편하다. 그것이 공무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오는 5월1일부터 5개 자치구 동행정복지센터는 점심시간 휴무제에 돌입하지만, 광주시청 1층 민원인실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현행 그대로 점심시간에 민원업무를 본다.

한편 경기, 전남, 전북 일부 지자체 민원실과 행정복지센터는 이미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했다. 전국의 법원 민원실도 점심 휴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ddaum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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