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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중벼슬은 닭벼슬보다 못하지요"

천은사 입장료 갈등 해결하고 승려복지 모범 제시…만장일치로 연임

(구례=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21-04-08 06:00 송고 | 2021-04-08 10:41 최종수정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뉴스1

"중벼슬은 닭벼슬(닭볏)만도 못합니다. 천은사 통행료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했지만 승가복지, 광주포교당, 선암사 정상화,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 벌여놓은 일이 많으니까 마무리하라고 시간 말미를 더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에 연임된 덕문스님은 지난 3일 화엄사에서 기자를 만나 반달모양의 눈웃음을 지으며 "벌써 4년이 흘러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7년 화엄사 주지에 처음 오른 그는 지난 3월19일 화엄원에서 열린 산중총회에서 단일후보로 출마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지난 4년의 임기 동안 덕문스님은 사찰의 현안을 진두지휘하며 특유의 온화함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중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관할사찰인 천은사 통행료를 폐지하고 수해 복구 현장활동 등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을 실천한 상생의 행보는 재선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덕문스님은 "사찰이 가난해지더라도 구례군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다"며 "통행료를 폐지해 천은사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거듭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리산 3대 주봉 중 하나인 노고단의 구름바다(운해)를 보려면 천은사 매표소에서 1인당 문화재구역입장료 1600원씩을 내야 했다. 천은사가 입장료를 불법적으로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이런 갈등은 정부가 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861번 지방도로 자체가 엄밀하게 따지면 불법점유물이기 때문이다.

덕문스님은 "군사정부 시절인 1980년대 초 정부가 사전협의 없이 천은사 사유지에 만든 비포장 군사작전도로가 원형"이라며 "정부는 88올림픽이 다가오자 관광자원을 개발하겠다며 1987년 군사도로에 아스팔트를 깔면서 일명 '벽소령관광도로'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천은사 매표소가 2019년 4월29일에 철거됐다. © 뉴스1
861번 지방도로에 매표소를 설치한 주체도 천은사가 아니라 정부였다. 정부는 사유지에 길을 낸 것을 대신에 사찰 소유지와 문화재를 보존하라는 명분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와 합동징수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고 문화재 관람료만 받게 되자 부정적 이미지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덕문스님은 "구례군민이 천은사 매표소 때문에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는 얘기를 듣고서 마음이 아팠다"며 "구례에서 태어나 화엄사에도 자주 놀러온 아들이 장성해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들었다, 오랜만에 어머님을 모시고 노고단을 가는데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야 했다는 얘기도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점유에 대한 사과를 끝내 못 받았지만 입장료를 폐지하더라도 명분이 필요했다"며 "명분을 쌓는 절차를 밟다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어떠한 요구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료를 안 받으면 천은사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사찰이 가난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폐지 이후 살림살이가 1년 정도 크게 어려워졌고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봉사활동 등의 사회사업 비용을 크게 줄여야 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천은사 상생의 길' 전경© 뉴스1

천은사 입장료 갈등을 공동체적 시각에서 접근한 덕문스님은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2019년 여름 하루 평균 500㎜ 이상의 폭우로 구례지역 1100여 가구가 침수되자 사찰을 임시대피소로 제공하고 사중 스님들과 함께 수해현장을 찾아 피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에도 나선 바 있다.

상생의 수행공동체는 덕문스님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출가에서 열반까지'는 그가 4년 전 내건 약속이다. 화엄사는 재적승 300여명의 주거·수행 공간을 내어주는 승려복지 운영사찰과 분담금 형태의 복지기금을 전하는 승려복지 지원사찰을 가동하고 있다. 또한 스님들의 교육, 의료, 연금, 주거까지 책임지는 승가복지 체계를 체계적으로 세워놓아 종단내 모범사례로 꼽힌다.

덕문스님은 "결제 때 참선에 매진한 수좌는 해제 때 선어록과 경전을 보며 공부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머무를 곳부터 마련했다"며 "어느 스님은 다비를 봉행하는데 어느 선방의 수좌는 화장터에서 장례를 치르는 게 스님들의 현실이다. 이제 승가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덕문스님의 주지 연임을 결정한 산중총회에서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한다'라는 결의문도 발표했다. 조계종 교구본사 가운데 지지성명을 낸 곳은 화엄사가 최초다.

마지막으로 덕문스님은 "화엄사 본·말사 사부대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미얀마의 유혈 무력 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화엄사의 위상을 한국불교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덕문스님은 종열 스님을 은사로 화엄사에 출가해 1985년 수계했다. 1989년 통도사 선원에서 안거를 시작한 이후 7안거를 성만했다. 이후 총무원 호법부장, 조계종 직영사찰 보문사·선본사 재산관리인, 조계종 중앙박물관장, 동화사 주지, 동국대 감사, 13·14·15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그는 화엄사 주지를 비롯해 사단법인 굿월드자선은행 대표, 정광학원 이사장, 동국대 이사, BBS광주불교방송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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