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新세종실록]"공무원이 다 투기꾼입니까" 9급 재산등록 뿔났다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21-04-03 08:30 송고 | 2021-04-06 16:00 최종수정
편집자주 뉴스1 세종팀은 정부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신속하고도 빠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뉴스통신사로서 꼼꼼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못 챙기는 소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신(新)세종실록은 뉴스에 담지 못했던 세종청사 안팎의 소식을 취재와 제보로 생생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정치·문화가 펼쳐진 조선 세종대왕 시대를 기록한 세종실록처럼 먼 훗날 행정의 중심지로 우뚝 선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되짚는 또 하나의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 /뉴스1DB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 /뉴스1DB
 
"제 발 저린 사람 따로 있는데 왜 애먼 사람까지 다 잡으려 그래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네요." "공무원들이 다 땅투기꾼입니까?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 기분이에요."

개발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한 이른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의 해법이 하급직 공무원까지 쥐어짜는 것으로 귀결되자 터져 나온 세종 관가의 불만이다.
기존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기업의 기관장, 상임이사·감사로 한정했던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9급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까지 확대하고,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면 부동산 취득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에 하급직 공무원들이 단단히 뿔났다.

4급 이상 고위직들은 이미 재산등록을 하고 있으니 "취지에 공감한다"며 수긍한 척하지만 이들 역시도 부동산이 최고 재테크인 한국 사회에서 업무상 취득한 정보가 아님에도 땅 샀다가 괜히 투기꾼으로 엮일까봐 자신들을 겨눈 이 칼날이 불편하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한다고 시행된 공직자윤리법이 경찰과 소방 등 힘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막는데 활용되거나 나라 재정을 갉아먹는다고 공무원연금을 깎을 때도 이미 겪었다. 공무원연금 줄여 나라 재정 좋아질 줄 알았지만 나랏빚 사정은 더 나빠졌고, 관피아 막겠다더니 관료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횡횡하다.
"박봉 인생에 매번 하위직 공무원들이 희생만 강요당하네요"라는 40대 어느 한 주무관의 말에 그들의 가슴을 짓누른 울(鬱)이 터져 화(火)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통장에 1000만원도 없는 게 알려지면 저 결혼하기 힘들겠네요"라고 했던 이제 막 공직에 입문한 7급 주무관, "집 하나, 땅 한 평 없는 내 처지에 재산 공개되면 나중에 우리 애들 결혼 못 시키는 거 아녜요?"라고 걱정하는 50대 5급 사무관의 얘기엔 견제·비판에 여념 없어야 할 언론인이지만 같은 박봉 인생에 순간 동지의식까지 발동한다.

하지만 청렴이 생명인 공직사회라면 이런 방침을 기꺼이 받들고 감내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국민의 공복(公僕)인 공직자들이 공명심은 온데간데없고 사익에 취해 개발정보로 땅 투기에 나서는 건 분명 잘못된 행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직사회 스스로가 이런 '공직 적폐' 논란을 촉발했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이 집값만 올린 부동산 실정에 LH 사태까지 더해 코너에 몰린 여권이 부랴부랴 내놓은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 대책이 비리를 꼭 찾고 말겠다는 전의로 충만한 것일지라도 엮일 일 없고 결백하다면 불편해할 일이 아니다. 공직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개변할 힘이 있는 만큼 초심을 되돌아보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 순리이다.

 
 



jepoo@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