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기자의눈]"지금 집사면 후회한다"던 그들, 집주인 갑질하다니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21-04-01 15:26 송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친후 인사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친후 인사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로 촉발된 부동산 후폭풍이 여권 핵심 인사들의 전월세 인상문제까지 번졌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셋값 인상 논란 하루 만에 사퇴하더니 여야 국회의원,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인 소유의 부동산에서 세입자의 전세금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저마다 사퇴, 사과, 해명 등 발 빠른 수습에 나섰지만, 부동산 규제 정책과 관련 입법을 밀어붙였던 그들의 모습에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3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임차인에게 총 4년(2+2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하고,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5% 내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법안이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은 이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 상정(2020년 7월27일)돼 논의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본회의 표결 처리했고, 정부는 곧바로 그 다음날(7월31일)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열어 즉각 법안을 공포했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까지 '오로지 정부안 통과만을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통법부'(법률이나 통과시키는 입법부)라며 정부·여당의 입법 독주에 강력 반발했지만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법안의 취지를 훼손한 대표적인 이들이 강력한 규제를 앞세우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법안 발의에 앞장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다.

김 전 정책실장은 임대차3법 시행 이틀 전 자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하루 만에 전격 사퇴했다.

1년9개월이란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우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앞장선 그였지만, 정작 자신이 부동산에 발목을 잡혔다.

이 밖에도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대사,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의겸 전 대변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부동산으로 논란이 된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임대차 3법 논의 최전선에 섰던 박 의원 역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의 월세를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송기헌, 조응천, 이상민 의원 등이 본인 소유 부동산에서 세입자의 전세금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저마다의 해명을 내놓았다.

이들의 해명을 두고도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청와대는 김 전 정책실장의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주변 시세보다 낮았고, 현재 그가 전세로 거주하는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의 보증금이 크게 올라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보에 게재된 지난해 말 기준 김 정책실장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본인과 부인, 모친, 장남 명의의 예금만 14억731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해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의원 역시 "신규계약이기에 전·월세 전환율 적용을 받지 않아 시세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중개업소 사장님은 제 입장을 알고 있기에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했고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최근 시세보다 월 20만원 정도만 낮게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 주거 안정 등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야권에서 이 사과를 다시 문제로 삼고 "김 전 정책실장의 집주인 인상 탓에 이어 부동산 사장님 탓이 새롭게 등장했다",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라고 비판하자, 박 의원은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다. 제게 일어난 일은 잘했든 못했든 전부 제 탓이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다시 올렸다.

당시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만큼 자신들에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어야 했던 여당 의원들에게 이러한 논란이 지속하면서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도 그들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전날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여당이 주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책임지고 부동산 안정과 주택공급을 결자해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며 "부동산 투기 근절과 부동산 적폐청산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고 했다.

엿새 앞으로 다가온 4·7재보궐선거와 이후 1년여 남짓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약속한 '발본색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집권여당의 책임감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낼지 주목된다.


ddakbom@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