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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민간 재개발 추진 중인데요?"…공공개발 졸속 발표에 황당

[르포]도심공공사업 후보지 가보니…"민간보다 뭐 나은지 설명도 없어"
정부, 주민 사전동의 없이 지자체 제안으로 사업지 선정…향후 주민 설득 관건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21-04-01 06:05 송고 | 2021-04-01 09:37 최종수정
서울 영등포역세권 부지 모습. 2021.3.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영등포역세권 부지 모습. 2021.3.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주민들은 민간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정부는 우리에게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공공개발' 후보지라면서 침 바르기를 하네요. 어이없습니다."

지난 31일 <뉴스1>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옛 신길뉴타운 2구역)에서 만난 주민 A씨는 "구청도 서울시도 우리가 민간 재건축 추진 중인 걸 알고 (공공주도 정비사업은)사전 조사도 안 해놓고 대뜸 공공 딱지를 붙이니 주민들은 황당해 한다"며 이같이 분위기를 전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신길동 저층주거지(과거 2·4·15구역), 영등포 역세권, 연신내 역세권 등 서울 4개 구 21곳을 발표했다.

◇정부, 공공사업 후보지 발표…현장에선 '민간 재개발' 선호

문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주민들의 참여 의사조차 조사하지 않고 지자체 추천 위주로 후보지를 골랐다는 점이다. 정부는 평소 개발 요구가 높았던 지역 위주로 선정했고, 향후 본지구 지정까지 충분한 설명을 거쳐 동의를 받겠단 입장이다.

정부는 계획대로 진행되면 '판교신도시' 수준인 2만5000여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발표 첫날부터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옛 신길 뉴타운 2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구역은 이미 한참 전에 민간 재건축으로 89% 사전 동의를 받았고, 문제없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며 "우리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지 설명은 들어보겠지만, LH 사태도 있고 해서 주민 대부분이 공공 주도는 꺼린다"고 말했다.

함께 후보지에 오른 4·15구역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2구역만큼 진행이 빠르진 않지만 이들 지역도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15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동네에 분담금 여력이 없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공공은 사업 기간 내 사고 파는 것도 어려워 중간에 팔고 나가려면 민간이 낫단 생각에 반대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준공업지 후보지로 선정된 도봉구 창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사업 조건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일단 어떻다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현금 청산 문제도 있고,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면 민간 재건축 규제도 완화될 것이란 예상이 커서 공공 개발을 주민들이 찬성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예상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사업성 낮은 지역은 '환영'…"주민 동의 관건"

공공 개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역도 있다. 이번에 후보지에 포함된 옛 증산4구역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대단지 아파트라 반응이 좋다. 그동안 재개발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게 있어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시간만 흐르느니 지금이라도 원활하게 잘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은평구 불광동 후보지역은 역세권으로 풍부한 주택 수요가 있었지만, 기존 도시계획을 적용하면 사업성이 낮아 자력개발이 곤란한 지역으로 평가됐다. 오랜 시간 재개발이 번번이 무산된 곳이기도 하다. 일부 주민들은 공공 주도 시 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토지주의 10% 동의를 얻으면 예비구역 지정이 가능하다. 이후 1년 내로 최종 3분의 2 동의율을 확보하면 사업이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자가 선호하는 역세권이나 도심 부근 지역이 후보지로 올라 입지 면에서 우수하다며 주민 동의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선도 사업지 선정은 지자체 제안 후보지로 주민 설명회를 통해 사업 착수를 위한 동의 확보가 필수"라며 "사업의 성패는 참여 의향을 높일 수 있도록 충분한 주민설명회와 정보제공,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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