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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냄새 퍼지니 살아나는 서울역 골목상권…'요리 도시재생'

'코로나19로 위기' 회현동 밥집들 '도시락'으로 재기
요식업 노하우 전수·취약계층 피자배달로 상생발전 나서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2021-03-31 07:02 송고 | 2021-03-31 09:52 최종수정
도시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회현동 식당 사장들과 이욱정 PD의 모습.(서울시 제공)© 뉴스1
도시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회현동 식당 사장들과 이욱정 PD의 모습.(서울시 제공)© 뉴스1

세계 주요 도시들은 지금 '도시재생'에 주목하고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노화하듯 도시도 다른 지역의 개발,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쇠퇴와 공동화라는 문제를 겪는데 단순한 재개발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대는 지났다.
대한민국 제1의 도시 서울도 지역 특색을 살리며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공동체 회복을 노리는 도시재생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서울의 도시재생 사업 중 하나는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이다. 이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이 상생하는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도시재생에는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요리를 매개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부터 서울역 일대 회현동, 서계동에서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는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 요리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이욱정 PD가 맡았다.
류 실장은 "서울역 일대에 거점시설을 조성했고 사업 효과 지속과 주민주도형 도시재생 확산을 위해 시가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전문성 있는 민간에 위탁했다"며 "서울시는 물리적 공간 제공, 행정·재정적 지원, 민간 참여 거버넌스 운영과 홍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 PD는 우리보다 먼저 도시재생을 시작한 유럽의 사례를 보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상권이 죽은 거리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식음료는 도시재생의 핵심적 성공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회현동 식당 사장들과 이욱정 PD의 모습.(서울시 제공)© 뉴스1© 뉴스1
도시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회현동 식당 사장들과 이욱정 PD의 모습.(서울시 제공)© 뉴스1© 뉴스1

회현동에는 요리 스튜디오 ‘검벽돌집’을, 서계동의 언덕에는 마을카페 ‘청파언덕집’을 거점 공간으로 활용, 이 PD의 주도로 음식관련 교육, 문화 세미나도 진행하는 등 요리를 매개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서울역 인근의 상권이 어려움에 처하자 이 PD는 '도시락'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홀손님이 뜸해졌으나 음식 경쟁력은 충분한 회현동 밥집 골목 식당들로 구성된 '남촌상인회'와 도시락 배달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상인들은 본격적인 도시락 사업에 앞서 지난해 10월 '회현은행나무축제'에 각자 자신있는 도시락을 내놓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PD는 도시락 축제 과정, 골목식당 사장님들의 진솔한 이야기 등을 다큐멘터리 '코로나19, 이모네밥집 희망가'로 소개했다.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11월 이후 도시락은 '고정 손님'을 갖게 된다. SK그룹이 도시락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 3회 명동성당에서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원래는 '명동밥집'에서 현장 급식을 진행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도시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당초 3월까지 도시락을 구입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4월에도 후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3~4곳의 다른 기업도 단체주문을 했고, 남촌상인회 도시락의 맛이 입소문을 타 문의는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회현동을 중심으로 12곳의 음식점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다른 도시락 업체들과 차별화를 위해 '찾아가는 집밥'을 콘셉트로 홀에서 파는 메뉴와 동일한 음식을 제공한다. 최소 2일 전에 예약해야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재료 관리도 편리하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과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이욱정 PD.(서울시 제공)© 뉴스1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과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이욱정 PD.(서울시 제공)© 뉴스1

이 PD는 "참여하는 식당 12곳이 이젠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많아졌고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다고도 한다"며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방식이고 상생의 의미가 있어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윤남순 남촌상인회 회장은 "도시락 사업이 음식점은 물론이고 쌀, 야채, 고기 등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자들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남촌상인회는 명절을 홀로 보내는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회현동 상인들은 "우리가 도시락을 만들어 파는 일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빨리 코로나19가 풀려서 사람들이 많아지면 도시재생이 잘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의 거점시설로 조성한 검벽돌집과 청파언덕집도 최근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먼저 검벽돌집은 소상공인의 배달을 지원하는 거점 시설이 됐다. 이 PD는 '배달의민족'과 함께 이곳에서 백반집 사장들에게 경영 노하우, 도시락 메뉴 개발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청파언덕집에서는 인근의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피자를 배달해주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PD는 "평소에는 장사를 하고 1주일에 한두 번은 점심을 못 먹는 친구들에게 맛있는 피자를 제공하고 싶다"며 "뜻있는 기업이 후원하기로 했으나 자생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골목식당과 취약계층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상생모델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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