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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만5000원'…'다른 세상' 서울시 공동체주택 아시나요?

"다른 입주민과 소통으로 사회 트렌드 읽어"
일부 논문서 단점도 지적…"아직 초창기, 보완해야"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2021-03-27 10:02 송고
서울 중랑구 면목동 공동체주택마을 '도서당'에서 관계자들이 준공된 공동체주택 지원센터 '집집마당'을 둘러보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 중랑구 면목동 공동체주택마을 '도서당'에서 관계자들이 준공된 공동체주택 지원센터 '집집마당'을 둘러보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최근 서울에서 공동체 주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공동체 주택은 입주민들이 각자 집이나 방이 있지만 회의실, 주방, 세탁실 등 공간을 공유한다.

입주민들은 대부분 저렴한 임대료와 입주민 간 소통할 수 있는 환경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일부는 공용 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드러내거나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야 하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공동체 주택은 최근 4년간 1611호가 공급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공급량은 △2017년 289호 △2018년 419호 △2019년 437호 △2020년 466호다. 2015년에는 18호, 2016년에는 24호만 공급됐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크게 증가한 것이다.

공동체 주택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현대인들이 고립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시 공동체 주택은 △예술형 △창업형 △청년형 △시니어형 △신혼부부형 등이 있다.

서울 성북구 도전숙 12호./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서울 성북구 도전숙 12호./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창업인 위한 공동체주택 '도전숙'…"입주민한테 일 맡기기도"

"작은 회사들이 다 그렇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필요 인원을 항상 채용할 수는 없어요. 외주를 맡겨야 하는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일을 맡기기 어려워요. 이럴 때 다른 입주민 중에 개발자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할 수 있어요."

최진원 유니크유엑스 공동대표는 약 3년간 성북구 창업형 공동체주택 '도전숙'에서 생활하며 느낀 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공동체 주택은 단순히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입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성북구청, 서울주택도시공사(SH),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협업해 만든 성북구 도전숙은 청년 창업인, 예비 창업인 등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도록 설계됐다. 성북구 도전숙은 2014년 1호점을 시작으로 최근 15호점까지 건설됐다.

입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입주자 회의를 통해 공용 공간의 쓰레기, 층간소음 등 주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 최 대표는 타 주택 주민들이 도전숙 주차장에 쓰레기를 버려 입주자 회의에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 도전숙 12호, 문에 회사명이 붙어있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서울 성북구 도전숙 12호, 문에 회사명이 붙어있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특히 입주민들은 공동체 주택의 장점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기업 경영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최 대표는 "도전숙에는 유통,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인들이 사는데 이들을 통해 각 분야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며 "회사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 달 전에 도전숙에 입주한 안치영 뉴노멀메디 대표 역시 다른 입주민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입주민들이 회의실을 같이 이용하면서 서로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성북구 창조기업 지원센터를 통해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도전숙 운영을 맡는 최승철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장은 "창업인들이 시기를 놓쳐 정부로부터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인들이 그런 안타까운 일을 겪지 않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보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입주민도 있었다. 안 대표는 "성북구청이나 SH공사 홈페이지 등에 관련 공지가 올라오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도전숙에 대해 많이 모르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많이 알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만리동 예술인 주택./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서울 중구 만리동 예술인 주택./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만리동 예술인 주택 입주민 "20년 장기 거주 가능, 소모임도 있어"

"싼 임대료로 최장 20년간 장기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심리적으로 엄청 안정됩니다."

서울 중구 만리동 예술인 주택 입주민 박진욱씨(48)는 이렇게 말하며 공동체 주택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 한 받씨(47) 역시 "장기 거주할 수 있어 생활이 안정되다 보니 셋째 아이도 가질 수 있었다"며 "임대료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대 근처에서 살아왔지만, 월세가 오르면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

만리동 예술인 주택은 문학가, 음악가, 미술가 등 예술인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1인 가구형은 보증금 약 3500만원에 월세 1만5000원, 2인 가구형은 보증금 약 7300만원에 월세 2만4000원, 3인 가구형은 보증금 약 8600만원에 월세 3만원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 만리동 예술인 주택의 맥주 소모임에서 직접 만든 맥주./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서울 중구 만리동 예술인 주택의 맥주 소모임에서 직접 만든 맥주./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입주민들은 공용 공간을 활용해 맥주, 탁구 등 취미를 즐기는 소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실제 탁자 옆에는 탁구대가 놓여있었고 공용 부엌에는 맥주 제조기가 있었다.

지역 행사가 있으면 예술인들끼리 함께 협업하기도 했다. 박씨는 "입주민들이 모두 참여해서 다같이 공연이나 전시를 하기도 한다"며 "주민들이 모두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공연을 열면 서로 축하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물론 공동체 주택이다 보니 서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존재해 이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입주민들은 두 달에 한 번씩 반상회를 열고 공용 공간 이용, 분리수거 등 규칙을 정한다.

박씨는 "공동체를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그런 규칙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역시 도전숙 입주민들과 마찬가지로 홍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씨는 "현재 29세대 중에 4세대가 비어있는 상황인데 곧 입주 공고가 날 것"이라며 "홍보가 많이 안 되다 보니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만리동 예술인 주택의 공용 공간./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서울 중구 만리동 예술인 주택의 공용 공간./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장단점 공존하는 공동체 주택…"아직 초창기, 보완 필요"

예술인이나 창업인들을 위한 공동체 주택에 사는 입주민들은 대부분 공동체 주택에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일부 논문에 따르면 공동체 주택 입주민 중 몇몇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1인 노인가구의 노인 공유주택 거주 후 평가: 서울시 공공 공유주택 거주 여성노인의 경험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 따르면, 노인을 위한 공동체 주택의 입주민들은 공용 세탁기를 같이 쓰다 보니 갈등이 생기거나 공용 주방이 있어도 굳이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상당수 노인은 공동체 주택에서 노인들끼리 모여 살기보다는 다양한 세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걸 선호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공동체 주택이 아직 초창기 수준이기에 단점도 보이지만, 꾸준히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공동체 주택이 이미 많이 발전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초창기 수준이라서 부족한 게 많다"며 "공동체 주택 저층부에는 노인이 살고 고층부에는 청년이 사는 식으로 운영하면 세대 간 혼합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거노인 증가로 고독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공동체 주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세탁실 등을 공유하면서 주거 공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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