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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제일약품…직원들에게 "처벌불원서 써달라" 종용 논란

회사 관계자 보는 앞에서 단체로 서명 요구…"자의성 없었다"
고용부 "대표에게 직접 경고, 문제 발견되면 사후 조치할 것"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1-03-25 08:05 송고
제일약품 본사 전경© News1
제일약품 본사 전경© News1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임금체불 사실이 드러난 제일약품이 피해자인 직원들에게 회사 법인과 경영진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줄 것을 종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제일약품 측은 직원들에게 부탁을 한 것일 뿐 작성을 강요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25일 뉴스1의 취재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자사의 공장 연구소 건물에서 직원들을 모아둔 채 임금체불과 관련해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하게 했다.

당시 제일약품은 시간대를 나눠 부서별로 직원들을 부른 뒤 처벌불원서 서류를 돌려 작성하게 했으며 각 직원들이 받은 문서에는 본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회사 측에서 계산한 체불 임금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이 장소에는 제일약품 본사 측 인사업무 담당자와 공장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수당 등의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사과하면서도 "회사가 있어야 직원들도 회사에 다니고 가족들을 챙길 수 있다"라며 처벌불원서 작성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제일약품 직원 A씨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한 공간은 밀폐된 장소로 공장 관계자들이 뒤에서 지키고 서 있었고 작성 이후 각각 한명씩 서류를 제출하게 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율성이 부여됐다고 하기 어려웠다. 누가 이런 상황에서 처벌불원서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힐 수 있겠냐"고 말했다.
더불어 A씨는 처벌불원서에 개개인별로 돌려받게 되는 체불임금 액수가 적혀 있었는데 이를 자세히 읽어볼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고 계산이 틀릴 경우 어떻게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제일약품 관계자는 "빠른 업무처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직원들을 모아서 설명을 한 것"이라며 "부탁을 하는 의미로 한 것인데 일부에서 억압적이었다고 하는 것은 표현의 문제였다"라고 설명했다.

임금체불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로 만약 직원들의 처벌불원서가 받아들여지면 잘못을 한 회사 법인이나 경영진들을 처벌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처벌불원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유나 강요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그 효력을 잃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처벌불원서는 완전한 자의에 의해서 작성이 돼야 한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 사안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직접 경고를 했다. 특별근로감독 사후 조치 차원에서 근로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문제가 확인되면 추가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일약품은 회사 임원이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회사는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근로감독 결과 직원들 다수가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제일약품 직원 945명에게 모바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866명중 11.6%가 본인이 성희롱을 당했거나 동료가 성희롱을 당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53.9%는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고용부는 전·현직 직원에 대한 수당 미지급 등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설명하며 보강 수사를 거쳐 사건 일체를 검찰로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약품이 직원들에게 처벌불원서를 받은 것은 특별근로감독이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것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편 제일약품은 지난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로 매출액은 약 7000억원(2020년 기준)에 달한다. 시민들에게는 과거 파스 제품인 '케펜텍' 등을 생산한 것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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