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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스티븐 연, 亞계 최초 남우주연상 후보? 알아두면 좋을 아카데미 기록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1-03-21 08:00 송고
스티븐 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스티븐 연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몇해 전만 해도 '백인 잔치'라는 지적도 받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감독 정이삭)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까지 6개 부문에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흑인을 비롯해 동양인 수상자가 절대적으로 소수였던 이 시상식은 시간이 갈수록 다양성(diversity)의 수준을 높여가며 시대에 따른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기생충'의 수상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들만의 축제'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생충'에 이어 우리나라 배우 윤여정 한예리가 출연한 '미나리'가 다시 한 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작품으로 떠오르면서 시상식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첫 번째 한국 배우이자 네 번째 아시아 연기자란 점이나,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의 남우주연상 후보라는 점은 오는 4월26일 오후(한국시간 기준, 미국 현지시간 4월25일 오후) 미국 LA에서 열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벌써부터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시상식 전 알아두면 좋을 기록들을 정리해봤다.

◇ 스티븐 연,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의 남우주연상 후보

'미나리'의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스티븐 연은 만약 수상을 한다면 역시 최초의 수상 기록을 남길 예정이다.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혈통인 '왕과 나' 율 브리너, '간디' 벤 킹슬리 등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한 바 있으나, 부모나 조부모가 아닌 그 자신이 아시아계 배우로서는 최초다.
봉준호 감독/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봉준호 감독/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이안과 봉준호, 유이한 감독상 수상 아시아인

아시아 출신 감독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경우는 '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 '기생충' 봉준호 감독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아시아인 최초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이는 영화 '모래의 여자'(1966년 아카데미)를 연출한 일본 데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이며, 이후에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란', 1986)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식스센스', 2000) 등이 있었다. 이안 감독은 '와호장룡'(2001)으로 처음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수상에 성공했고,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다시 한 번 감독상을 탔다. 2020년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로부터 감독상을 받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로부터 감독상을 받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전무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감독상 수상자

아카데미 시상식 차별의 역사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실은 흑인 감독상 수상자의 부재다. 지금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 감독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후보로 올랐던 이는 존 싱글턴 감독('보이즈 앤 후드', 1992) 리 대니얼스('프레셔스', 2010) 스티브 매퀸('노예12년', 2014년)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2017) 조던 필('겟 아웃', 2018) 스파이크 리('블랙클랜스맨', 2019)까지 6명이 있었다. 그 중에서 '노예 12년' '문라이트'는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캐서린 비글로 감독 © AFP=뉴스1
캐서린 비글로 감독 © AFP=뉴스1
◇ 여성 감독상 수상자는 역사상 단 한 명?

유색인종 못지 않게 여성 영화인들도 아카데미 수상의 사각지대에 오랜 기간 있었다. 특히 감독상 부문은 90년 넘는 시상식의 역사 속에서 여성 수상자를 단 한 번 배출했다. '허트 로커'(2010) 캐서린 비글로 감독이 처음이자 마지막 여성 감독상 수상자다. 그간 후보로 오른 여성 감독으로는 리나 베르트뮬러 감독('세븐 뷰티스', 1976), 제인 캠피온('피아노', 1994) 소피아 코폴라('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2004), 그레타 거윅('레이디 버드', 2018)까지 총 다섯 명이 있었다. 올해는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과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랄드 펜넬 감독이 후보에 이름을 올린 만큼 두번째 수상도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다. 
할리 베리 © AFP=뉴스1
할리 베리 © AFP=뉴스1
◇ 장벽 높은 여우주연상…후보 배출도 어려웠던 아시아계 배우들

여우주연상 부문의 인종 장벽은 다른 부문과 비교해도 유난히 높았다. 아시아계 배우들의 경우 동아시아계 출신 배우들은 단 한 번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다크 엔젤'(1936)에 출연한 인도계 영국인 배우 멜 오베론과 이스라엘 출신 미국인인 배우인 나탈리 포트먼이 '블랙 스완'(2011) '재키'(2017)로 두 차례 후보에 올랐고, '블랙스완'으로 수상에 성공했다. 아프리카계 배우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아프리카계 배우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배우는 지금까지 12명이 있었다.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우주연상 수상자는 '카르맨 존스'(1955) 도로시 댄드리지이며 이후에 다이애나 로스('블루스를 부르는 여인', 1973) 우피 골드 버그('컬러퍼플', 1986) 비올라 데이비스('헬프', 2012) 등이 있었다. 후보들은 다양했지만 수상자는 아직까지 할리 베리('몬스터 볼', 2002)가 유일하다. 올해 비올라 데이비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드라 데이('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vs 빌리 홀리데이')까지 두 명이 더 후보로 이름을 올린만큰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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