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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 전인대 회견서 北·한반도 '패싱'…이유는?

질문 사전 취합 때부터 걸러…"美 대북정책 재검토 감안한 듯"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김정근 기자 | 2021-03-08 16:12 송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계기 기자회견이 7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화상으로 중계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계기 기자회견이 7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화상으로 중계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관련 현안을 언급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이번 기자회견 앞서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을 취합하면서 남북한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한 질문은 아예 거르는 방식으로 그에 대한 발언을 피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자에겐 질문 기회조차 돌아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점, 그리고 △'동맹 강화'란 기조 아래 한국·일본 등 역내 동맹국들을 상대로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중국이 상황을 관망하는 것 같다"는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먼저 북한 등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기보다는 향후 바이든 정부가 내놓을 전략에 맞춰 대응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정부는 당초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으나 오히려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등 때문에 한중관계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반면 일본 정부는 처음엔 바이든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에 불신을 갖고 있었지만 중국 견제가 계속되면서 최근엔 안심하는 것 같다"며 "바이든 정부가 동북아시아 정책을 어떻게 펼 건지에 따라 우리도 조정이 필요하다. 중국이 먼저 '이래라 저래라' 해버리면 엇박자가 나기 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즉각적인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는 한 북미관계도 당분간 현 상황을 계속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왕 위원은 작년 5월 전인대 기자회견에선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한 질문에 "북한과 미국이 소통과 대화를 유지하는 게 쌍방의 모순과 이견을 해결하는 전제가 된다. 북미가 상호신뢰를 증진시키며 실제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는가 하면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 또한 주장했었다.

그러나 왕 위원은 이번 전인대 회견에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대만 및 홍콩·신장 위구르 자치구·남중국해 등에 관한 자국의 정책에 미국이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며 그 중단을 요구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까지 전선을 확대하는 대신 미중 패권 이슈에 집중하려는 뜻으로도 읽힌다.

왕 위원은 또 미국과 함께 이른바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 협의체에 참가하고 있는 일본·인도와 관련해선 "중국에 대한 객관적 인식" 등을 주문하며 관계 개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역시 현재 중국 정부가 북한 등 한반도 문제보다는 미국 주도의 '쿼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가 4년 임기를 이제 갓 시작한 반면, 우리 정부는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선 미중 양국 모두의 대외정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왕 위원은 이번 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글로벌 경제회복을 앞으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꼽았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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