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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100℃] '평양 어린이' 리수진은 유튜브 스타가 될 수 있을까

북한 특권층 어린이가 보여주는 선전용 일상에 대한 단상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2021-03-06 10:00 송고 | 2021-03-06 11:29 최종수정
편집자주 [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북한 선전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는 북한 어린이 리수진. (뉴DPRK 갈무리) © 뉴스1
북한 선전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는 북한 어린이 리수진. (뉴DPRK 갈무리) © 뉴스1

"안녕하십니까? 리수진입니다. 오늘은 설 명절입니다. 난 오늘 여러분들께 설 인사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설명절을 쇠었다고 합니다. 설날이 오면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설 인사를 하고 설음식도 먹었답니다. 설날이 오면 엄마는 나에게 떡국을 꼭꼭 해주었습니다. 설날에 제일 재미있는 것은 민속놀이입니다. 행복한 설날 난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요."

네모난 화면 속에 북한의 풍경이 펼쳐지다가 수준급 실력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눈을 감고 음악을 즐기던 아이는 잠시 후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평범한 아이지만 다시 눈길이 가는 까닭은 이 아이가 사는 곳이 다름 아닌 북한이기 때문이다. 평양에 사는 어린이 리수진은 유튜브에서 바깥세상에 널리 알려진 북한의 실상과는 사뭇 다른 삶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자료사진) © AFP=뉴스1
유튜브. (자료사진) © AFP=뉴스1

구글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사이트.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에는 매분 5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다고 한다. 북한에서 제작하는 영상은 그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북한은 이마저도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채널로 이용한다. 유튜브도 북한의 활동에 제재를 가하는 탓에 계정의 삭제와 복구는 수시로 반복된다. 마치 유튜브와 북한이 술래잡기를 하는듯하다. 

젊은 북한 여성인 '은아'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에코 오브 트루스(Echo of Truth)'는 채널이 삭제된 뒤 '에코 오브 트루스 리턴즈(returns)'로 돌아왔었다.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채널이 차단당했고 자신은 "누구를 비난하거나 거짓 소식을 전한 적이 없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이마저도 얼마 안 가 폐쇄됐다. 유튜브는 북한 선전 채널들의 계정을 해지한 이유로 '서비스 약관 위배'를 밝혔다.
북한과 관련된 계정 중 요즘 흥미로운 채널은 차단을 피해 꾸준히 운영되는 '뉴DPRK'(NEW DPRK)다. 2019년 10월 개설된 뉴DPRK는 비정기적으로 북한의 일상을 담은 짧은 영상들을 업로드하고 있다. 평양 어린이 리수진도 뉴DPRK에서 모습을 비쳤다.

작년 4월 '북한 어린이의 일상 브이로그'라는 영상에서 "오늘부터 리수진의 1인 TV를 시작하겠다"라고 말한 리수진은 이후 △소학교 준비 △집에 있는 수진이 △학교에 가요 △피아노 연주 △병원에 간 수진이 △명절 축하하기 등 다양한 편집된 일상을 전했다.

유튜브 채널 뉴DPRK 갈무리.© 뉴스1
유튜브 채널 뉴DPRK 갈무리.© 뉴스1

영상에 따르면 리수진은 2013년 평양산원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출생지부터 특권층인 리수진이 실제 어떤 배경을 가진 인물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당이 선택한 '평양 어린이'로서 선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중교통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예의범절과 악기를 다루는 문화적인 면모는 물론 "우리나라는 인민의 나라다.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것은 다 어머니당이 있기 때문"이라며 당을 찬양하는 '당성'까지 갖췄다.

리수진의 환경은 북한이 바깥세상에 선전하고 싶은 사회와 가정을 투영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이를 통해 자신들도 '현대사회의 정상국가'라고 선전한다. 3대 세습 독재가 이어지고 지도자를 무조건 경애하는 사상 교육 등 비정상적인 상황은 '인민에 대한 사랑'으로 포장한다. 지난 2007년부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정한 식량부족국가로, 주민 2명 중 1명이 영양부족 상태에 있는 열악한 지역이지만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슈퍼마켓에서 외국 식자재까지 자유롭게 구입하고 있다.

북한에 있어 유튜브는 원하는 모습만 편집해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영리한 통로로 쓰이는 듯하다. 평범한 삶을 보여주면서 외부의 적대적 인식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북한이 제대로 된 이유를 듣지 못한 채널을 삭제당하면서도 다시 개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유튜브는 정부가 개설한 계정에 '정부 연계 미디어'라는 라벨을 붙이는 트위터보다는 부담이 덜 되는 방식으로 보인다.

"2021년에도 난 재미난 나의 생활을 더 많이 보여드리겠어요." 등장한 지 약 1년. 리수진은 지난달 설 명절을 맞아 새해 인사를 하며 활발한 활동도 함께 예고했다. 유아 시절부터 지금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준 리수진이 과연 언제까지 북한 선전 채널에 등장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북한이 자신들이 만든 어린이 스타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함께 말이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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