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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의 '즉문즉설' 통했다…LH·윤석열 민감 이슈도 '척척'

'총리브리핑' 잠룡 인지도 높이는 '묘수' 평가…현안 '폭발' 관심도 높아
'당신은 어떤 세균' 난감 질문에도 답변하며 이미지 제고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2021-03-05 17:12 송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 정부합동조사단 발족과 전수조사 계획 등 주요 정책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 정부합동조사단 발족과 전수조사 계획 등 주요 정책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주부터 시작한 '총리브리핑'이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차기 대권행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전 약속 없이 모든 현안에 대해 질문 받고 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국정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물론 책임감도 요구되는 자리다. 
5일 여권에 따르면, 정 총리는 전날(4일) 2회째를 맞은 '총리 브리핑'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총리 브리핑은 총리실이 정부-기자단 소통방식의 개선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정 총리가 직접 기자들의 국정현안 질문에 자유롭게 답하는 방식이다. 특히 총리실 출입기자뿐 아니라 다른 부처의 출입기자나 외신 기자들도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총리브리핑은 지난달 25일 첫발을 뗐을 때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대다수 부처는 정례브리핑을 시행하지 않고 있고, 외교부·통일부 등의 정례브리핑도 대변인이 브리퍼로 나서 제한된 수준의 답변만 하는 상황에서,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의 자유질의는 '파격'에 가까웠다.

예상대로 민감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번 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등 굵직한 현안이 터져 나오면서 총리 브리핑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정 총리는 이런 질문을 피하지 않고 차분하게 답변했다. '총리브리핑'은 상대적으로 대중적 주목도가 약한 정 총리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정 총리로서는 언론 보도와 그에 따른 대중에 대한 노출은 '호재'일 수밖에 없다. 다른 주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기, 주목도가 낮은 정 총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조사단의 구성 방식과 1차 조사 결과 발표시점 등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총리실 지휘 아래 투기의혹과 관련해 국토부·LH 등 관계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이다.

이어진 자유 질의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가 쟁점이 됐다. 정 총리가 직접 윤 총장에게 "정치인 같다. 대통령에게 거취 문제를 건의할 수 있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종용한 뒤, 하루 만에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터라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 지역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며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021.3.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 지역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며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021.3.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 총리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사퇴를 예상하지는 않았다"며 "윤 총장이 임기 내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받들고 국민여망인 검찰개혁을 완수해주기를 기대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의 사회를 본 조성만 공보실장이 정 총리가 곤혹스러워할 질문을 선별해 질의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총리실은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기자들로부터 온라인으로 여러 질문을 받았고, SNS를 통해서도 다양한 시민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이를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질문한 것이다.

한 기자는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된 지 1년여 만에 세상을 떠난 변희수 전 하사와 관련한 군 복무 제도개선 계획을 물었다. 이전까지 비교적 분명한 태도로 답변에 나섰던 정 총리는 "추모의 마음은 다른 추모객들과 똑같다"면서도 국방부 의견을 먼저 듣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 좀 더 신중하게 답변하는 게 옳을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성소수자의 군 복무 문제는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하는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한 것이다. 

조 실장은 "대법원장과 임 검사(임은정 검사) 정치활동 못본 척하시는데 당신은 어떤 세균?"이라며 시민의 질문을 날 것 그대로 읽기도 했다. 공격성이 다분히 묻어나는 질문이었지만, 정 총리는 '사법부 수장이나 검사 개인의 문제를 총리가 언급할 일은 아니다'며 "저는 세균 중에서 나쁜 세균이 아니고 좋은 세균"이라고 받아쳤다.

정 총리가 브리핑을 끝내고 난 뒤 SNS를 통해 재치 있는 소감도 남겼다. 정 총리는 "두 번째 총리브리핑을 마쳤다. 끝나고 나면 등에 땀이 흐른다"며 "오늘도 예기치 못한, 때로는 날 선 질문이 쏟아진다. 모두가 신중한 국사라 한 마디 떼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 기자 질문은 어찌 됐든 말씀드리는데, 정작 어려운 질문은 SNS를 통한 비대면 질문"이라며 "적은 내부에 있다고 눈치 없는 공보실장 선택으로 올라온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4월 재보선을 전후로 정 총리의 본격적인 대선 도전이 전망되는 가운데, 정 총리는 향후 브리핑을 통해서 여러 현안에 대한 견해나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차기 주자 입지를 굳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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