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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한항공 독과점' 우려에 칼 빼든 국토부…슬롯 배분 직접 챙긴다

민항사 배제한 '운항시각정책위원회' 신설해 운수권 논의
中 겨냥 "차별시 상응조치"…국제선 관리 국토부로 일원화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21-03-08 06:05 송고 | 2021-03-08 09:39 최종수정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2021.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2021.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LCC 통합 추진으로 항공업계 '독과점' 우려가 불거지자 국토교통부가 항공운수권 배분 규칙의 대대적 개정에 착수했다.

서울지방항공청에 위임했던 항공운수권(슬롯) 배분을 국토부에서 직접 챙기고, 슬롯 배분 논의과정에서 항공사들을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슬롯 배분시 기존 항공사 우대조항도 축소해 신생항공사의 신규노선 진입장벽도 낮출 방침이다.

또한 국제노선 슬롯 배분에서 상호주의 개념을 명문화해 외항사로부터 국적항공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하는 조항도 삽입한다. 슬롯 배분을 엄격하게 제한해 국적항공사를 차별하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부 '운항시각정책위원회' 신설…"이해당사자 슬롯 논의서 배제"

8일 법제처와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운항시각 조정·배분 등에 관한 규칙'(부령) 전부개정안을 만들어 법제처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운수권 유지, 배분 등에 차질을 빚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진됐다. 아울러 글로벌 여객·화물 운송시장의 최신 변화에 발맞춰 국제적 기준을 도입해 개선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개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운항시각 총량 및 운항시각 유보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 심의·조정하는 '운항시각정책위원회' 신설이다.

개정 국토부령 제 4조는 국토교통부장관 소속으로 △공항별 운항시각 총량에 관한 사항 △운항시각 유보에 관한 사항 △전략운항시각 설정·배분에 관한 사항 △항공기 운항의 인정, 운항시각 배분·조정 기준 및 운항시각 제한에 관한 사항 △운항시각 회수에 관한 사항 등을 결정하는 '운항시각정책위원회'를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운항시각정책위원회의 위원장은 국토부 항공정책 담당 고위공무원이 맡고, 위원은 △국제항공, 항공산업 또는 항공교통 정책 담당 4급 이상 공무원(3명) △지방항공청 청장이 지명하는 5급 이상 공무원(3명) △항공안전 또는 항공교통흐름관리 업무 수행 공무원(1명) △항공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2명)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 임기는 2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현재 슬롯배분은 서울지방항공청장이 주축이 된 '운항시각조정위원회' 논의를 통해 이뤄진다. 여기엔 항공운송사업자, 즉 민간 항공사도 논의에 참여한다. 하지만 외부위원 2명을 제외하면 국토부 내부·위촉 인사가 과점하는 '운항시각정책위원회'가 출범할 경우 민항사는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지만 슬롯 배분 최종결정 과정에서는 원천 배제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항시각은 항공분야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인 만큼 정책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항공사 이권에 관련된 정책을 결정해야 되는데 이해당사자가 직접 참석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국토부 방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및 LCC 통합이 추진 중인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FSC 통합 승인시 장거리 노선 독과점 우려가 높아지자 국토부가 운수권을 통해 이를 견제·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토부령 개정안은 항공권 배분시 신규노선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규정도 일부 담고 있다.

운항시각 배분·조정기준 등을 규정한 제 10조 5항의 ⑤는 '운항시각에 배분하고 남은 운항시각은 남은 운항시각의 100분의 50 범위에서 전년도 같은 운항기간에 정기편 운항이 없었던 신규 노선 정기편에 배분한다'는 문구를 새롭게 삽입했다.

이는 정기편을 운항해온 기존 항공사의 기득권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단서조항이라는게 항공업계 평가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에서 중국 상하이직할시가 기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스크 50만 개가 옮겨지고 있다.2020.3.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에서 중국 상하이직할시가 기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스크 50만 개가 옮겨지고 있다.2020.3.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中, 슬롯 열어라" 상호주의 명문화…김해·대구·청주공항 운수권도 국토부에

국토부는 항공업계에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중국 등 일부 해외국적 항공사들과 우리나라 국적항공사 간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도 개정안에 담았다.

국토부령 개정안 제 10조의 7항은 '운항시각조정기관은 제 1항부터 제 6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하여 차별적으로 운항시각을 배분·조정하는 국가의 항공운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에 상응하게 운항시각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우리 항공당국은 해외항공사에 슬롯을 풀어주고 배분했는데, 그 상대국에서는 우리 국적항공사에 슬롯을 내주지 않거나 현저히 적게 운수권을 주는 사례를 겨냥한 규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국내 항공수요 폭발 및 공항포화 상태, 보안 등을 이유로 우리 국적사에게 매우 제한적으로 운수권을 배분하고 있다.

국제 항공업계는 중국이 자국 항공산업 육성·보호를 위해 운수권을 의도적으로 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하지만 매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이 막대한 인구 및 관광 수요를 바탕으로 불평등한 항공협정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국토부의 개정안은 이같은 불평등한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콕 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우리 국적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싶어하는 공항이 많은데, 그 공항들에서는 우리 국적사들이 신규 취항하려고 하면 굉장히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해당국 항공사들이 우리 쪽에 슬롯을 요청할때 상호주의에 맞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개는 그렇지 않지만 일부 국가들에서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며 "이런 불합리한 점을 바로잡고 우리나라 항공사를 보호하고자 해서 명문화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군공항으로 함께 이용돼 공군이 주관해온 국내공항의 운수권도 국토부로 일원화를 추진한다. 운항시각 조정 대상 공항을 규정한 국토부령 개정안 제 3조는 기존 인천·김포·제주 국제공항에 김해·대구·청주 국제공항을 추가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국제선을 운영 중인 국내 공항의 운수권 거의 대부분이 국토위 주관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제공항발 국제선 수요가 굉장히 많아지면서 공군 본연의 업무와 다른데 대한 고심이 있었다"며 "공군에서도 '이건 민간항공의 영역이다'라고 파악해서 (슬롯) 배분하는 부분에 대해 국토부에 일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토부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공포될 경우 올해 동계노선 오픈시(10월31일)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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