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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軍이 내보낸 변희수 죽음…'차별없는 군대' 고민해야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1-03-04 13:48 송고 | 2022-01-10 09:17 최종수정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2020.1.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2020.1.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군에서 강제전역 당한 변희수 전 하사(23)이 3일 자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먼저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한다.
육군 기갑부대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던 변 전 하사는 지난 2018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트랜스젠더'가 됐다. 그러자 육군은 그에게 '심신장애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켰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자신 실명과 얼굴을 알리며 '군에서 계속 복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연거푸 호소했으나, 군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변 전 하사는 법적 소송에 나섰던 상황이었다.

육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군 복무 중 임무수행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성 정체성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결국 2019년 11월 국외 휴가 승인을 얻어 태국에 갔을 때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고인은 자신의 법적 성별 또한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기 위해 관할 법원에 성별정정 허가를 신청했고, 작년 2월 법적으로도 그토록 원했던 '여성'이 됐다.
그러나 고인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별을 바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 일각으로부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돼야 했다.

사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문제는 앞서 미국에서도 큰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미군은 지난 1993년부터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ADT)는 이름의 동성애자 군복무 금지 제도를 운영하다 2011년 폐지했지만, 이후에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제한 규정은 남아 있었다.

지난 2019년 4월1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 AFP=뉴스1
지난 2019년 4월1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 AFP=뉴스1

그러던 중 미 국방부는 2016년 9월부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필요시 수술비용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제도를 바꿨다. 이에 대해 애슈턴 카터 당시 미 국방장관은 "영국·이스라엘·호주 등 최소 18개국에서 이미 트랜스젠더들이 군 복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트랜스젠더라 해도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였다.

물론 당시 미국 내에서도 "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든가 "트랜스젠더가 아닌 다른 장병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등의 반론이 많았다.

특히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전환수술 등과 관련한) 엄청난 의료비용과 트랜스젠더에 따른 혼란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같은 해 7월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다시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이 군복을 입고 나라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옳은 일이고 국익에도 부합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치를 다시 뒤엎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육군은 변 전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조치에 대해 "관련 규정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변 전 하사는 남성 군인으로 입대한 후 성전환 수술로 신체 일부가 상실됐기에 군 인사법 등 규정에 따른 전역심사 대상자가 됐고 그에 합당한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성전환이 아닌 신체 일부 상실이 변 전 하사의 전역사유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등 모병제 국가와 달리,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의 군복무는 제도적으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간에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다만 신체적·정신적으로 군인으로서의 임무수행이 충분히 가능한 데도 기존 제도의 틀에 갇혀, 혹은 군 안팎의 차별적 시선 때문에 당사자를 일단 밖으로 내몰고 보는 건 군 조직이 지향하는 '효과성'과 '효율성' 측면 모두를 감안하더라도 재론이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변 전 하사의 안타까운 사망에 대해서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개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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