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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이 땅 보러 왔었다"…광명·시흥지구 부동산업계, 땅투기 짐작했다

공인중개사 "2019~2020년 거래 빈번해…묘목심기 보상 확보 방법"
과림·무지내지구 주민들 "환지개발서 공공부지 개발 전환 반대"

(시흥=뉴스1) 유재규 기자 | 2021-03-03 14:05 송고 | 2021-03-04 07:57 최종수정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 © 뉴스1 유재규 기자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 © 뉴스1 유재규 기자

"몇년 전, 자신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시흥지구 일대 땅을 보러 왔다'면서 저희 사무실을 방문했어요. 이런(의혹) 일이 벌어질 줄은 사실 예상 했었어요."
정부의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광명·시흥지구 일대를 LH직원들이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3일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A씨가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설마했는데 의혹이 불거졌다"면서 2019~2020년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여기(시흥 과림·무지내지구)의 거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거래가 다소 빈번했다"며 "3305㎡(1000평)가 150만여원에 거래가 이뤄지던 시기인데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LH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땅을 사러 왔다'는 말에 제가 물건(부지) 몇개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LH직원이 땅을 사려한 이곳은 거래가 빈번한 곳도 아니었다"며 "어떤 믿음(이익확보)도 없이 일반 사람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이곳에 LH직원이 보러올 정도면 '분명 무언가가 있구나'라는 생각은 했었다"고 전했다.

과림동에서 20여년 간 공인중개사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어느 곳에 가면 묘목이 심어져 있는데 투기꾼들의 대표적으로 보상비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한 방법으로 쓴다"며 "농작물과 다르게 묘목은 보상을 더 챙길 수 있다. 특히 그 묘목이 소나무 등 고가의 나무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농사 등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는 농작물은 일회성인 반면에 묘목은 일회성으로 관리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처럼 농지에 묘목을 심는다는 것은 투기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물증이 없고 심증만 있는 상황이지만 과거 손님들한테 여러차례 구입하라고 권유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이곳에 더군다나 LH 관계자가 샀다고 한다면 말은 다한 셈 아니냐"고 반문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취재진은 B씨가 투기의혹으로 추정된다며 가리킨 농지에 직접 방문해 살펴본 결과, 수십~수백그루 묘목이 심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농지로 들어가는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도 않았다.

거리 곳곳에는 '주민재산 강탈하는 LH는 자폭하라' '환지개발 코앞인데 강제수용 왠말이냐' 등의 현수막이 게시됐다.

이곳 주민들은 정부를 향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림·무지내지구 소재 여러 공인중개사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을 통해 그 분노를 더 느낄 수 있었다.

당초 이곳은 농지를 가지고 있는 지주에게 해당 농지를 '대지'로 바꿔 주는 환지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었다.

대지로 전환되면 농사만 지을 수 있는 기존의 국한된 범위를 넘어서 일부 토지에는 농사를, 일부에는 건물을 짓는 등 비교적 땅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추가 신도시 지정으로 정부가 땅을 공공부지 용도로 매입하는 것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횩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스1
민변과 참여연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횩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스1

지역주민 C씨는 "LH에서 2014~2015년 이곳에 환지개발로 하면 넓은 부지에 건물을 올리는 등 더 이익이라는 말에 우리는 그저 감사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아예 없어진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주민 D씨는 "건물을 새로 조성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더이상 없다"며 "LH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같은 투기를 벌인 건지 강한 의혹이 더 제기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LH관계자 투기의혹은 전날(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LH직원 12명이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지정 발표 전, 약 100억원에 달하는 사전투기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튿날인 3일 민변 등의 감사청구와 별도로 내부조사에 돌입하고 이번 2·4 부동상대책에서 발표된 광명,시흥지구를 포함한 신도시 지정 6곳으로 전수조사 중이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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